에디터들이 손꼽은 2010년 핫 이슈

W

2010년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 이슈는? <W Korea> 에디터들이 손꼽은 올해의 트렌드, 인물, 에피소드 등에 수여하는 W 어워드.

Fashion

모델도 주눅들 베스트 포토제닉상
{톰포드}
톱 디자이너가 옷만 잘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한 시절은 이미 구석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유명 모델보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가 자신의 얼굴을 통해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올 한 해 유난히 디자이너들의 미디어 노출이 눈에 띄었고, 그들 중 몇몇은 대중의 눈길을 끄는 것도 든든한 ‘재능’이라는 듯 포토제닉한 모습을 선보였다. 자신의 향수 라인인 뱅뿐만 아니라 코즈메틱 브랜드 나스와의 작업에서 ‘끼’를 유감없이 펼쳐 보인 마크 제이콥스, 파티장에서 디제잉을 하며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마저도 다큐화보를 보는 듯한 알렉산더 왕, 지방시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잘나가는 ‘모델’들을 떼샷으로 세워놓고 자신도 그 대열에서 안 꾸민 듯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카리스마를 분출한 리카르도 티시, 젠틀 우먼 매거진의 커버 촬영을 위해 데이비드 심스의 뷰파인더에서 매혹적인 피사체로 거듭난, 모델보다 세련된 피비 파일로가 그들이다. 그리고 더블유 에디터들로부터 다수의 표를 얻은이는 바로 톰 포드였다. 그는 디자이너이자 영화 <싱글 맨>의 감독으로서 영화배우보다 멋진 포즈를 지을 줄 안다. 시상식이나 행사장에는 스마트하고 댄디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누드 모델이 되어 관능적인 화보와 자신의 향수 광고를 찍은 전력도 있다. 특히 올 한 해 인터뷰, 텐 매거진, 지큐, 에스콰이어 등잘나가는 잡지들의 커버와 화보 모델로 활약한 톰 포드. 그렇다면 2011년 봄/여름 뉴욕 컬렉션 현장에서 다시금 여성복에 출사표를 던지며 수많은 패션피플들을 환호하게 한 이 매력적인 인물이 카메라 앞에 대처하는 기본 자세는? 바로 슬쩍 몸을 기울인 채 그윽한 표정을 건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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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제이콥스, 피비 파일로, 알렉산더 왕, 리카르도 티시

길이길이 기억될 명예의 전당 상
{알렉산더 매퀸}
처음엔 단순히 2010년 ‘대서특필 상’을 받을 만한 가장 인상적인 이슈를 물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보니 ‘명예의전당’ 상으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더블유 패션팀이 한마음으로‘알렉산더 매퀸의 안타까운 죽음’을 꼽았기 때문이다. 여기 에디터들이 남긴 애도의 헌사와 한 패션 천재가 우리에게 남긴 영향력에 대한 증언을 공개한다.‘알렉산더 매퀸의 한 시즌은 패션의 10년이었다. 우리는 패션의 1백여 년을 그의 죽음과 함께 상실했다.’ (패션 디렉터 최유경)‘그는 천재적인 쇼메이커이자 쿠튀리에였다.’ (패션 에디터 김석원)‘한 개인의 죽음에 슬퍼하기보단 패션의 한 조각이 사라진 듯한 비통함을 경험했다. 그 퍼즐을 누가 채울수 있을까.’(패션 에디터 송선민)‘매퀸의 자리를, 그 천재의 왕관을 그 누가대신하고 건네받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우주의 섭리는 늘 기대했던 것보다 공평하다. 우린 또 다른 천재와 충격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매퀸에게 쏟았던 ‘그’ 사랑은 오직 매퀸의 것이다.’(패션 에디터 최서연)‘그 어떤 이슈도패션 천재의 아이러니한 자살보다 충격적일 수는 없었다. 더 이상 그의 모습과 그의 옷을 볼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인정할 수 없는 슬픈 사실이다.’ (패션 에디터 김한슬)‘사람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그가 보여준 패션의 환상과 창의적인 꿈으로부터 깨어날 수 없을 것이다.’(패션 에디터 박연경)

어딜 가도 자꾸 네가 보여 상
{안나 델로 루소}
세계 각국의 주요 프레스와 바이어, ‘패셔니스타’로 일컬어지는 셀레브리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쇼의 경우엔 프런트로 구경만으로도 쏠쏠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올해엔 특히 온라인에서 패션계와 대중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패션 블로 거들이 VIP로 초대되어 프런트로의 신진 세력에 합류했는데, 패션 블로그계의 기린아인 타비 개빈슨과 브라이언 보이, 스트리트 사진뿐 아니라 일러스트와 영상 리포트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핫 블로거이자 포토그래퍼인 가랑스 도레 등이 그 수혜를 받은 주인공이다. 한편 블로 거들의 비중이 높아지거나 말거나 무심한 태도로 늘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자꾸 보면 정이 든다는데 아마 그녀의 얼굴이 조금만 더 친근했다면, 컬렉션장에서 무심코 인사를 건넸을지도 모른다. 바로 더블유 패션에디터들이 입을 모아 컬렉션장에서 가장 자주 마주친 얼굴로 추천한 일본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안나 델로 루소. 더블유 패션 에디터 김석원은 ‘열심히 컬렉션장에 출석할 뿐만 아니라 최고로 멋 부리고 등장하는 그녀. 쇼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쇼의 의상을 구입하기 위해 숍으로 달려가는 그녀는 연예인만큼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라고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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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보이, 가랑스 도레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상
{랑방과 H&M의 협업}
2010년 도드라진 협업은 하이패션과 캐주얼, 혹은 패스트 패션과의 만남. 장 폴 고티에가 리바이스를 위해 콘브라 모티프의 데님 재킷을 디자인하고, 지미 추가 어그와 만나 스터드 장식이 화려한 어그 부츠가 탄생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좀 더 만만한 가격으로, 하이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감각을 누릴 수 있기에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더구나 최근에 아트와 패션, 혹은 셀레브리티와 브랜드의 만남이 이어지던 패션계가 다시 디자이너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대표주자는 누가 뭐래도 H &M이 아닐까. 패스트 패션과 하이패션 브랜드의 짜릿하고 극적인 만남을 즐기던 H&M이 소니아 리키엘에 이어 올 가을, 새로운 파트너로 랑방의 알버 엘바즈를 낙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티저 광고 형태의 동영상으로 은밀한 관계를 암시해 패션계를 소란스럽게한 뒤, 지난 11월 2일 드디어 랑방과 조우한 디자인을 공개한 H & M. 그전까지 의혹의 눈초리를 버리지 않던 에디터들도 이날 청담동의 H&M 쇼룸에서 신상품을 훑고 온 뒤에 지극히 랑방스러운 실루엣과 착한 가격에 반해 무장해제되고 말았다. 다음은 만장일치로 더블유에디터들이 손꼽은 올해 최고의 협업상을 거머쥔 ‘Lanvin ♥ H&M’을 향한 연서. ‘하이패션, 럭셔리의 정수는 ‘실력과 정신’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준 만남.’(패션 에디터 최서연) ‘H&M스러운 것은 가격밖에 없다.’(패션 디렉터 최유경)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서 이미 성공한 케이스.’(패션 에디터 김석원)‘판매가 시작되는11월 23일, H&M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앞에 모포와 손난로를 들고 새벽줄을서야 할 듯.’ (패션 에디터 송선민)

서울 상륙을 축하합니다 상
{꼼데가르송의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문화를 낳는다.그래서 서울에 속속 ‘개업 신고식’을 알리는 글로벌한 브랜드들의 인사는 반갑다. 2010년 서울에 플래그십을 오픈한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뚜렷한 개성을 지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주를 이뤘다. 릭 오웬스와 토리 버치에 이어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가 오픈한 것을 보면 어느새 한국의 패션 시장이 다양한 취향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했고, 사람들 역시 강한 아이덴티티를 지닌 브랜드를 고대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꼼데가르송의 오픈은올해 초부터 패션 피플들 사이에 회자되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다. 패션 디렉터 최유경은 이곳이 복합문화공간의 의미에 충실한 ‘상징적’인 숍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 가와쿠보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독특한 외관과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총 5층의 건물은 꼼데가르송을 비롯해 준야 와타나베, 트리콧, 타오, 플레이 등 무려 13개 라인을 선보이며, 로즈 베이커리와 식스갤러리를 갖추고 있으니까. 이 공간이 서울리안의 삶과 인식에 ‘변화’를 안겨준 공로를 되짚어볼 만하다. 새로운 요지를 찾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이 청담동을 벗어나 한남동에 주목하게 된 것도, 사람들에게 패션은 문화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 것도 다 그 존재 덕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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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오웬스의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토리 버치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패션은 움직이는 거야 상
{버버리 프로섬}
패션은 트렌드뿐만 아니라 ‘시대’라는 흐름을 탄다. 그리고 이를 여실히 느낄수 있는 부분은 올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패션 브랜드들의 창의적이고 활발한 움직임이다. LED 드레스 위에 트위터의 메시지가 드러나는 작업을 시도한 펜디, 온라인 스토어 오픈 1주년을 기념해 아이패드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 디앤지, 실시간으로 백스테이지를 공개한 프라다 등. 그중 버버리 프로섬은 3D 패션쇼를 선보이는 것에서 나아가 컬렉션 직후 런웨이의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런웨이 투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도입해 고객들이 다음 시즌의 상품을 기다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이렇듯 디지털을 통해 동시대의 요구를 미래적 관점에서 만족시켜나가는 버버리 프로섬에 수상의 영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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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펜디

자꾸 눈에 밟히는 슈즈 상
{알렉산더 매퀸의 킬힐}
최근 슈즈에 대한 관심이 다양화되고 있는 건 확실하다. 디자이너들 역시 뭇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신고 싶어 하는 슈즈의 존재감 대신 컬렉션의 메시지를 충실히 전해줄 수 있는 ‘첨병’으로서 슈즈에 몰두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알렉산더 매퀸이 남긴 유산 중 2010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렙타일 스킨 슈즈는 그 흐름을 이해하는 이정표다. 매퀸의 절친 중 한 명인 다프네 기네스가 공식적인 행사에 종종 신고 등장한(게다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유유히 걷기까지 한) 이 거대한 킬힐은 파충류 가죽 무늬를 그래픽적으로 작업해 데칼코마니 효과를 연출한 룩과 근사한 조화를 이루며, 인상적인 패션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를 두고 더블유 패션에디터 김한슬은 ‘기본적인 발의 곡선을 왜곡한 조형적인 형태와 대담한 프린트는 슈즈를 넘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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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과 돌체&가바나의 인조 퍼 먹럭, 루이 비통과 프라다의 리본 슈즈, 지방시의 레이스업 부티

떡잎부터 알아본 슈퍼 루키 상
{해외_조셉 알투자라}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한 기업이 브랜드를 인수해 경영하는 요즘 세상에 디자이너의 자질만으로 성공할 순 없다. 그렇기에 섣불리 신진 디자이너의 미래를 점치기란 용한 도사의 점괘를 빌려서라도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떡잎’부터 남다른 감각을 갖추고,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잘 파악해 어필할 줄 아는 명민한 디자이너, 그래서 훗날 좋은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차지할 만한 이들이 있다. 조셉 알투자라, 하칸, 프라발 구룽, 마크 패스트, 제레미 랭 등이 그렇다. 그리고 그들 중 올 한 해 패션계에서 가장 자주이름이 오르내린 이는 바로 조셉 알투자라. 마크 제이콥스와 프로엔자 스쿨러, 지방시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자신의 이름을 건 컬렉션으론 이제 겨우 2년여의 경험을 쌓았을 뿐이지만 그의 쿠튀르적인 터치가 가미된 페미니즘은 CFDA의 신인 디자이너 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더블유 패션 디렉터 최유경은 그를 ‘넥스트 톰 포드’라고 일컬으며 알렉산더 왕의 캐주얼함에 비견할 알투자라만의 고급스러운 매력을 갖췄다고 평했다. 그리고 패션 에디터 최서연은 ‘이번 시즌 쇼에선 아직 여물지 않은 신인의 과욕이 자주노출되었지만 특별한 자신감과 잠재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점에 그를 주목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국내_최지형, 스티브J&요니P}
올 해 서울시에서 국내의 신진디자이너들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중 한 프로젝트인 ‘10 Seoul’s Soul’에 뽑혀 파리 트라노이에 입성한 최지형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10 꼬르소 꼬모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눈길을 끈 쟈니헤이츠재즈의 최지형은 누구나 입고 싶게 만드는 ‘쉬운 하이패션’을 실천한다. 그리고 더블유 에디터들이 지지를 보낸 또 다른 신진디자이너는 스티브J&요니P. 이 듀오는 특유의 감성과 기지를 컬렉션 전반에 편안하게 녹여낸다. 더블유 패션 에디터 송선민은 그들을 ‘진지한 디자이너 시대를 지나 유쾌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 시대를 열었다’고 평했다. 어쩌면 최지형과 스티브J&요니P에게 더 이상 신인이라는 꼬리표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내 스타일 믿지 상
{레이디 가가}
사실 몇 해 전부터 패션계는 기존의 시야에서 벗어난 아름다움에 대해 더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 한 해 이러한 경향은 좀 더 명백해졌다. 베스 디토와 레이디 가가가 독특한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잡지의 커버를 장식했고, 더블유 코리아도 지난 9월호에 ‘기이한 아름다움’과 ‘신디 로퍼, 마돈나, 그리고 레이디 가가’라는 기사를 소개하며 그 분위기에 주목한 것. 케이트 모스나 알렉사 청처럼 스타일을 닮고 싶은 대상으로서의 ‘스타일 아이콘’이 아닌,이 시대를 재정의하는 선구자적인 아이콘을 논하고자 한다면 단연 레이디 가가가 그 대상감이 될 듯. 더블유 패션에디터 최서연은 레이디 가가를 두고 ‘데뷔 초기 때만 해도 그녀가 진심으로 ‘미쳤다’고 걱정하던 사람들이, 스티븐 클라인과 작업한 ‘알레한드로’ 이후부턴 그녀를 슬금슬금 인정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보고 또 보고픈 패션 큐레이팅 상
{이브 생 로랑 회고전}
런웨이나 매장이 아닌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접하는 패션, 즉 다양한 전시 형태로 브랜드의 유산을 소개하는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패션을 기능적인 측면을 넘어 ‘감상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올 한 해 줄지어 이어진 국내외 패션 전시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바로 이브 생 로랑의 회고전이다. 파리의 프티 팔레에서 지난봄과 여름에 걸쳐 선보인 이 전시는 시대를 정의한 이브 생 로랑의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모든 것이 녹아 있다. 더구나 이 전시를 본 뒤 영감을 받은 몇몇 디자이너들에 의해 2011 봄 /여름 컬렉션 현장에서도 ‘과거’의 이브 생 로랑이 ‘현재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직접 전시를 감상한 패션 에디터 김한슬은 ‘이브 생 로랑이 만든 500여 벌에 이르는 아카이브 의상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시대별, 스타일별로 적절히 분류해놓은 기획은 그 유산들을 더욱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회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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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스미스의 서울 전시

자꾸 손길이 가는 백 상
{셀린의 클래식 백}
‘잇백’을 넘어 ‘더백’의 시대를 예고한 것은 올 한 해 클래식한 백의 귀환 때문이었다. 더구나 가을/겨울 시즌이 되자 디자이너들의 의도는 더욱 분명해져서 구찌는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1973백을 선보이고, 펜디는 특유의 더블 F로고가 있는 자카드 소재나 가죽 소재의 클라시코 백을 내놓아 인기를 얻었다. 그 가운데 올 한 해 패션계의 히트상품으로 등록될 만한 백이 있었으니, 바로 피비 파일로가 선보인 셀린의 클래식 백. 더블유 패션 에디터 송선민이 ‘모두들 사길 원해 안달이 난 백, 누군가 들고 있으면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백’이라고 규정한 이 백은 종종 스트리트 패션 블로거가 포착한 멋쟁이들의 룩에서 눈에 띄곤 한다. 즉, 전 세계적으로 ‘멋’을 아는 이들의 마음을 훔친 이 백은 클래식의 변함없는 가치를 다시금 각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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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의 클라시코 백

이보다 더 황홀할 수 없다 상
{라라 스톤}
올 한 해는 넘치는 끼로 자신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확장한 모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TV 프로그램 진행자와 디자이너로 변신한 코코 로샤와 영화 배우로서 발돋움한 릴리 콜이 대표적. 하지만 더블유 에디터들은 모델로서 한 길을 걷고 있는 라라 스톤에게 그 영예의 왕관을 씌웠다. ‘말라깽이가 아닌 보통체형의 아름다움을 각인시킨 라라 스톤’‘,미학의 기준에 가장 야릇하고 두서없고 무심한 태도로 도전장을 내민 모델’ 등이 그녀에게 쏟아진 찬사. 브리짓바르도의 풋풋한 관능미를 연상시키는 풍만한 몸매와 살짝 벌어진 앞니가 매력적인 그녀는 레트로 클래식 무드가 자리한 이번 시즌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말 영국 보그는 이미‘Stone Age’라는 타이틀로 그녀의 전성시대를 알리지 않았나. 주요 잡지 커버와 브랜드의 광고 모델 자리를 꿰차는 것은 물론이고, 리카르도 티시가 만든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웨딩 마치를 올렸으니 경사스러운 소식들이 대기번호를 받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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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티스트 지아코비니, 조지아 메이 재거

에디터|박연경

Beauty

지구, 어디까지 가봤니 상
{샤넬 수블리마지 에센셜 리바이탈라이징 세럼&겔랑 아베이 로얄 유쓰 세럼}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부터 한줄기 빛도 닿지 않는 남태평양의 심해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성분을 쫓는 샤넬 과학자들의 발걸음은 지난 한 해에도 쉴 틈 없이 지구 곳곳을 누볐다.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 나가 마침내 다다른 곳은 히말라야 산맥의 라다크 지역. 험한 산악과 깊은 골짜기를 지나 해발 5900미터 고원에서 마침내 불로초에 버금가는 신비의 식물을 발견했다. 여름에는 강렬한 햇볕과 가뭄이, 겨울에는 극한의 추위가 도사리는 이곳에서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라다크 사람들의 건강과 피부를 지켜온 ‘만병통치의 꽃’, 바로 골든 플라워다. 2005년, 처음 골든 플라워를 발견한 샤넬의 과학자들은 6년의 연구 끝에 마침내 골든 플라워의 핵심 성분을 그대로 담은 골든 참파 PFA 성분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블리마지 에센셜 리바이탈라이징 세럼을 완성했다. 특별하기로 치자면 공동 수상을한 겔랑 연구팀의 업적도 만만찮다. 들어는 봤나, ‘블랙비’. 까만 줄과 노란 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꿀벌과 달리, 온몸이 검은색으로 뒤덮인 블랙비에서 채취한 퓨어 로열 농축액이 핵심이다. 로열젤리가 그냥 꿀이라면퓨어 로열 농축액은 TOP쯤이랄까? 아무튼 이를 얻기 위해 겔랑 연구팀이 향한 곳은 지구상 유일의 블랙비 서식지인 위상(Ushant) 섬. 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는 청정 지역에서 블랙비가 만들어낸 최고 품질의 벌꿀은 ‘블랙비 파워 에센스’라는 애칭의 아베이로얄 유쓰 세럼으로 재탄생되었다.

한국을 보여줘 상
{비비(BB) 크림}
욘 사마, 지우히메는 몰라도 ‘비비(BB)’는 안다? 일본, 중국, 동남아 할 것 없이 아시아 전역에 부는 비비크림 열풍이 뜨겁다. 명동과 시내면세점에 위치한더페이스 샵, 한스킨, 에뛰드 매장에서는 날마다 수천 개의 비비크림이 판매되는가 하면, 한 번에 수십~수백만 원씩 사재기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로줄을 잇는다. 이런 영향일까? 2010년에는 이례적으로 이른바 수입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비비크림을 선보였다. 시작은 지난 1월에 출시된 랑콤의 BB 베이스.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UV엑스퍼트에 컬러를 더한 제품이다. 이후 맥과 크리니크에서도 각각 면세점전용 제품인 프렙+ 프라임 뷰티 밤(Beauty Balm)과 에이지 디펜스 BB크림을 선보이며, 비비 열풍에 합류.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간 비비크림,이쯤 되면 국가 차원에서 공로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것이 갖고 싶다 상
{임프레스 그랜뮤라 크림}
2010년의 대미는 아마도 임프레스가 장식할 듯싶다. 12월 3일에 론칭 예정인 그랜뮤라 크림(40g)의 가격은 무려1백70만 원. 1g에 4만 원이 넘는 꼴이다. ‘뭐가 이리 비싸냐?’고 따질 법도하건만, 실상은 그 반대다. 오히려 출시도 하기 전부터 문의가 끊이질 않아 이미 웨이팅 리스트가 만들어질 지경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한 통의 크림에는 70년 역사에 빛나는 가네보의 피부과학, 약용 크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세포 재생 성분들, 마치 미약(媚藥)과 같은 특별한 포뮬러를 완성하는 장인의 기술, 마지막으로 20가지 이상의 식물 노트를 배합해 오직 그랜뮤라 크림만을 위해 만들어진 ‘부케 드그랜뮤라’ 향까지 야무지게 들어 있다.가격으로 보나, 스펙으로 보나 ‘궁극의 스킨케어’라는 뜻의 그랜뮤라(Granmula=Grand+Formula)라는 이름이 퍽 잘 어울린다.

미운 오리 백조 되다 상
{공효진}
우리는 알고 있다. 여배우가 영화 속에서 아무리 망가져도 그건 분장일 뿐이고, 광고에서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모습은 리터칭의 힘을 빌려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건 좀 혼란스럽다. 불과 2년여 만에 공효진은 안면홍조증의 국민비호감 미쓰 홍당무에서 여배우들의 로망이라는 화장품 모델, 그것도 무려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데뷔 때부터 남다른 패션 감각과 출중한 보디라인으로 톱모델의 자리를 꽤차온 그녀이지만, 패션이 아닌 뷰티 모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솔직히 공효진이야말로 “제가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요?”라는 카피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 아니던가. 하지만 지난 가을, 모 브랜드 광고에 등장한 그녀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 나누가 보아도 분명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래서일까? 계약이 만료된 지금, 또다시 새로운 뷰티 브랜드에서 공효진을 모델로 삼기 위해 바쁘게 물밑 작업중이라는 소문이다.

말, 말, 말 상
{속탄력, 피부 속 시간을 되돌리는 힘}
작년이 ‘세포’ 화장품의 해였다면, 2010년의 키워드는 두말할 것 없이 ‘탄력’이다. 잔주름을 없애거나 칙칙한 피부 톤을 밝히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부터 차오르는 팽팽한 탄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 브랜드들은 저마다 안티에이징/재생/리프팅/퍼밍 등의 이름을 내세워 신제품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신제품 대신 자사의 베스트 제품에 그저 ‘속탄력’이라는 세 글자를 더한 아이오페가 올해의 수상작이 되었다는 사실. 쉽게 기억되고,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데다가, 가타부타 설명 없이 제품의 효과를 1백 퍼센트 전달하니, 이보다 더 좋은 카피가 또 있을까 싶다. 단언컨대, 이나영을 모델로 쓰고도 그녀의 얼굴보다 카피가 더 기억에 남는 광고는 앞으로도 이것이 유일무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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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속 조명을‘ 탁!’ 켜보세요”: 미백 화장품은 유난히 경쟁이 심하다. 그래서인지 어떠한 것도 새롭지가 않다. “세포의 힘이 피부의 힘”: ‘세포 화장품’이라는 말은 참 많이 들은 거 같은데 딱히 기억이 나는 카피를 꼽으라면,‘ 글쎄…?’

올해의 포토제닉 상
{레드 립}
때로는 붉은색 파우더를 바른 것처럼 매트한 질감으로(S/S 디올), 때로는 유리 코팅이라도 한 듯 투명한 반짝임으로(F/W 도나 카란), 또 때로는 글리터와 짝을 이뤄가며 극도로 유니크한 모습으로(F/W 저스트 카발리) 변화무쌍한 퍼레이드를 선보인 레드 립스틱. 빨강이 영원불멸의 컬러임은 분명하지만, 일찍이 올해처럼 레드립이 사랑받은적은 없었다. 다채로운 베리에이션과 그보다 더 다양해진 포뮬러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차례로 장식한 백스테이지의 붉은 물결. 어려울 건 없다. 레드 립스틱을 바르는 데 필요한 건, 그저 약간의 자신감과 ‘쥐 잡아 먹었냐’는 농담에도 시크하게 웃어줄 수 있는 여유. 당장이라도 립스틱을 바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라면, 지금 당장 가까운 뷰티 카운터로 달려가도록!

화제의 뉴 레이저 상
{울쎄라(Ulthera) 성형술}
내용 주저리 주저리 알라라라라라롤
최근 클리닉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울쎄라가 대세다. 진피와 그 아래 SMAS층에 열을 주어 주름진 곳을 절개 없이 교정하는 신개념의 리프팅 시술 말이다. 정확한 풀 네임은 울쎄라 하이프 나이프(Ulthera™ HIFU-Knife) 안면 성형술. FDA에서 허가한 최초의 리프팅 장비이다. 화면으로 피부 속을 직접보며 시술하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서마지나 프락셀 등과의 가장 큰 차이점.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고, 마취 없이 안면 거상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턱이나 볼, 목 주름 등 탄력 없이 처진 넓은 부위에 특히 효과적이라 광대축소술이나 사각턱 수술 이후 살 처짐 등의 부작용이 생긴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비용은 부위에 따라 200만~500만 원 선.

에디터|김희진

Feature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상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은 하버드대에서 마이클 샌델이 한 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묶였다. 소설도 아닌 인문학 책, 그것도 외서가 반년만에 60만 부 팔렸으니 굉장한 판매고다. 이 바람을 타고 저자의 다른 책인 <왜 도덕인가>를 비롯해서 공정성, 윤리에 대한 고민을 권하는 책들이 뒤를 잇고 있다. 일단은 ‘하버드’라는 코드가 한국 독자들에게는 먹혔을 것이다. 그 다음은 아마도 진짜 정의가 뭔지 궁금해서가 아닐까? 자기계발서와 다이어트 도서가 이렇게나 꾸준히 팔리는걸 봐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은 자신에게 결핍된 걸 책에서 찾는다. 우리의 현실? 알다시피 ‘부당거래’에 가깝다.

죽어도 못 보내 상
{지붕뚫고 하이킥}
슬픈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걸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슬픔보다 분노에 가까웠다. 세경과 지훈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라는 대사를 남기고 정말로 멈춰진 시간 속에 봉인됐다. 드라마가 아닌 시트콤에서, 주인공 젊은이들이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퇴장은 충격을 넘어서 그동안 쌓아 올려온 자기 세계의 부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엔딩을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결말 이후로 <지붕뚫고 하이킥> 전편의 의미는 우리가 매일 저녁 보던 그것과 달라졌다. 재방송을 보면서는 더 이상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게 된 것이다. 그거야말로 김병욱 감독이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일지 모르겠지만.

티오피 아저씨 상
{원빈}
다른 아저씨들이 그냥 커피라면, 원빈아저씨는 사향고양이에게 원두를 먹여 똥에서 추출한다는 코피루왁이었다.<아저씨>는 잘 만들어진 대중영화였지만 원빈이 아니고서는, 그 빛나는 미모가 없고서는 설득력이 한참 떨어졌을거다. 전역 이후 오래 고른 <마더>가 성공적인 복귀작이었다면 <아저씨>는 연타석 홈런이었다. 한때 잘생긴 외모가 존재감의 거의 전부이던 그는, 그 외모에 발목 잡히는 대신 영리하게 이용해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 상
{<인생은 아름다워> 불란지 펜션}
김수현 작가는 동성애 인권 협회로부터상을 받아 마땅하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동성애자를 가족의 거실에서 드러내고,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건강하게 그렸다. 말도 안 되는 딴지를 많이 받았지만 서릿발처럼 싸우고 잘랐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최고 필력의 작가가, 굳이 이런 소재를 선택해 자신의 핸디캡으로 안고서도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으며 쓰는 것, 그리고 작품으로 증명하는 것. 그것이 김수현 드라마가 가족 안에 맴돌면서도 계속 진화하는 힘이다. 개인을 포용하는 공동체로서 불란지 펜션은 이상주의적 공간이었다.드라마가 끝났지만 제주도 어딘가의 불란지 펜션에서는 이 가족들이 계속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 든다. 김수현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일상적이고사소하지만 동시에 풍성하고 견고했기 때문이다.

하늘을 달리다 상
{허각}
“유일하게 소름이 끼쳤다” “노래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줬다” “간절함을 표현하는 표정은 1등이다” “교과서처럼 부른다”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이 들은 심사평들이다. 허각은 노래를 잘한다. 하지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만드는 건 단지 노래실력만은 아니다. 2등 존박은 이달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그림이나 메시지를 생각할 때,각이 형이 1등 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라고 말했다. 다들 존박의 외모가표를 모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그보다 강한 건 허각의 스토리였다. 그는 키가 작고, 홀아버지 슬하에서 자랐고, 중학교만 졸업했으며, 수리공이나 행사가수일을 해왔다. 상금 2억으로는 전셋집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승리를 보고 싶어 한 많은 보통사람들의 표를 얻는 것으로서사는 완결되었다.

하얀 손수건 상
{앙드레김}
그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보편적인 한국 사람들이 다들 그의 의상을 입고 있는 광경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앙드레김이 독보적인 인물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의상에서의 자기 세계가 뚜렷했고, 톱스타들과의 친분이 돈독했고, 민간 외교사절로 활동했던 둘도 없는 인물. 지인들은 한결같이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대했는지 입을 모은다. 앙드레김이 올여름 세상을 떠났다. 최진영과 박용하가 떠나간 것도 올해의 일이었다

죽어야 사는 남자 상
{김갑수}
지난해 하반기의 <아이리스>는 예고편이었다. <거상 김만덕>, <추노>, <제중원>, <신데렐라 언니>까지 올해 유독 드라마에서 활약한 김갑수는, 대개 종영을 못 보고 죽었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 내놓은 고민도 ‘드라마에서 오래 살고 싶어요’였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 이 단명의 아이콘이 최근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기록을 세웠다.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아내 역 황신혜와 싸우다가 사망하기까지 불과 1분 20초가 걸렸다. 대사는“미쳤군” “죽어” 두 마디. <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예외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출연료가 회당 정산되는 점을 제외하면 그리 억울하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김갑수가 매번 중간에 죽는건, 일찍 퇴장해도 놀라운 존재감을 가진 배우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모시고 싶은 리더 상
{박칼린}
이런 직장 상사와 함께 일하면 어떨까? 소 앞의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제압하고, 엄마처럼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좀처럼 만족을 모르고 계속 단물을 토해내게 만드는데, 기진맥진할 무렵 사랑한다는 말로 충전시켜준다. 무엇보다 “I 믿 you”라는 웃긴 말로 긴장을 풀게하면서 신뢰받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어떤 강제나 협박보다 더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건, 믿는다는 한 마디 말이다. <남자의 자격> 합창 대회 미션에서 지휘자 박칼린은 히딩크 이후로 우리가 꿈꾸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공의 에너지를 나눠주는, 인간미 넘치는 지도자. 차기 대권주자가 박씨 성을가진 여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대로만 자라다오 상
{4명의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는 올해 뮤지컬 가운데 최고의 기대작이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 채 오픈런으로 상연 중이다. 80년대 영국 탄광촌, 투쟁 중인 노조의 우울하고 마초적인 분위기 속에서 춤추고 싶은 열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그러나 소년이 자신의 울분을 스텝으로 토해내는‘앵그리 댄스’는 눈앞에서 볼 때만 이 성장 드라마의 고통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어리고 보드라운 몸이 무장한 전투경찰의 벽과 대립하는 극적인 연출도 절묘했다.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네 명의 1대 빌리들은 올해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나란히 신인상을 받았다.

열일곱 살이에요 상
{여자 유소년 축구 대표팀}
여자, 게다가 유소년. 스포츠에서는 무관심의 교집합 같은 그늘에서 자라난 싱그러운 나무였다.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 말이다. FIFA 주관 대회로는 남자여자 통틀어 선배들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성취였다. 껑충껑충 신통하게 잘 뛰며 연승 행진으로 언니 오빠들을 즐겁게 해준 이 싱그러운 청춘들이 또 한번 빛난 순간은, 청와대에 초청되어 샤이니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할 때였다. 진짜 소녀들이 거기 있었다.

쪽집게 도사 상
{문어 파울}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연이 몇 차례 계속되면, 사람들은 운명이라 믿고 싶어 한다. 문어에게 승리할 팀을 점치게 한다는 발상은 어리석지만, 이게 계속 적중하면서 파울은 부부젤라와 더불어 남아공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스페인의 우승을 포함해서 파울은 모두 8번의 경기 결과를 맞혔는데, 그럴 확률은 256분의 1이다. 올해 파울이 자연사하자 후계자라며 2대 파울을 선정했다는 뉴스에 이르러서는 월드컵만큼이나 뭔가 즐길 거리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이 딱해진다.

국격 고취 아이돌 상
{소녀시대}
걸그룹에 대해 얘기하자면 한 페이지를 털어도 모자라다. 죄다 아메리칸 어패럴 모델 같은 외모에 새로운 차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화려하게 등장한Miss A가 있었고, 2 NE1은 정규 1집으로 차트를 휩쓸면서 3곡을 동시에 타이틀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다시 소녀시대를 얘기하는 건 올해 이들의 일본 진출 때문이다.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조나스 브라더스 투어를 돌긴 했다. 하지만 9명 소녀들의 전신 사진이 시부야에 걸리고, NHK 톱 뉴스에 그들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지금 일본의 ‘코리안 인베이전’ 분위기는 몇 해 전 한류 드라마의 공습 때만큼이나 뜨겁다. 농담이 아니라 연말에는 카라와 소녀시대가 홍백가합전에서 만나는 진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돌은 진화 중이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상
{스티비 원더}
처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지난 95년의 첫 내한 때와 전혀 달라진 공연 문화가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드문드문 이가 빠졌던 지난 콘서트를 만회하듯 8월 10일의 스티비 원더 공연 관객은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전에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된 건 물론이다. 재즈피아니스트 키스 자렛도 처음으로 서울에 왔으며 지산 록페스티벌 때는 펫샵보이즈도 내한했다. 돈을 내고 공연을 즐길 줄 아는, 그리고 뮤지션에게 어느 나라보다 뜨겁게 반응해주는 관객들이 있어 서울에서도 좋은 공연 즐기기가 점점 쉬워진다.

140자로 말해봐 상
{트위터}
마이크로 블로그라고도 부른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분류된다. 하지만 (페이스북과도 다른) 트위터의 핵심은 리얼타임 소통이다. 이건 스마트폰이 널리 퍼져서 가능했다. 올 한 해 사람들은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끝없이 재잘거렸다. 연예인 싸이를 보고 기사쓰던 인터넷 매체들은 이제 트위터를 보고 기사를 쓴다. 아이러브스쿨이 그랬고 세이 클럽이 그랬고 또 미니홈피가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 서비스는 절정에 다다르면 사용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떠난다. 트위터도 곧 그렇게 될까?

각본 없는 드라마 상
{칠레 광부들}
누구는 앞으로 칠레와인만 마시겠다했고, 누구는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 마땅하다고 했다. 매몰 69일 만에 구조된 칠레 광부들의 생환은 지구 반대편까지 시큰하게 만든 감동적인 실화였다. 이들이 진정 존경스러운 건 살아남았으되 결코 혼자 살아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하 700미터 갱도 안에서 리더를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과 매일의식량을 배분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무엇보다 즐기면서 구조를 기다렸다는 이야기는 삶과 인간에 대해 오랜만에 긍정하게 만든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올해 크리스마스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축복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다.

환상의 짝꿍 상
{UV}
은 시침 뚝 뗀 페이크 다큐쇼지만 그 제목만은 거짓이나 과장이 아니었다. 개그맨 유세윤과 (그의 친구인) 뮤지가 결성한 이 2인조는 올해 가요계의 가장 유쾌한 사건이었다. 1990년대의 듀스 스타일을 뻔뻔하게 재현한 사운드, 유치하지만 왠지 끌리는 마성의 가사, 홈쇼핑 채널까지 접수하는 게릴라식 마케팅은 음악 팬들의 이성을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실 UV 앨범의 깨알 같은 재미는 그들의 진지함에서 비롯된다. 지난 세기를 복기하는 패러디에선 팬 보이의 애정이 성실하게묻어난다. 그저 웃겨볼 생각으로 급조된 밴드였다면 아마 이렇게 웃기진 않았을 거다.

이 직업이 유망하다 상
{추노}
드라마 <추노>는 많은 것을 남겼다. 빨래판 계모임을 연상시키는 떼거리 복근들의 잔상, 언니라는 호칭의 다양한 용례, 혹은 사극 장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 등. 임진왜란 직후를 배경으로 사람답게 살고자 달아난 노비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추노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2010년 초의 브라운관을 후끈하게 달궜다. <추노>시청 후, 풀 냄새 나는 실장님 대신 짐승남 추노꾼을 눈여겨보게 된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에겐 어쩐지 이런 당부를 전하고 싶다. 나 잡아봐라 같은 건 함부로 하지 마세요. 지나치게 실감날 수 있음.

왜 믿질 못해 상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건 무관심보다 오히려 지나친 관심일 때가 많다. 뮤지션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여부를 둘러싼 길고 지루한 데다 소모적인 논란은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을 새삼 되새기게 했다. ‘타진요’와 ‘상진세’로 대표되는 음모론자들은 타블로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명백한 증거앞에서도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허위 사실 유포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씁쓸한 뒷맛은 입안에 남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눈이란 얼마나 위험한 흉기인지.

비몽사몽 동상이몽 상
{인셉션}
<인셉션>은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의 성공이 달아준 크리스토퍼 놀란의 날개를 단번에 꺾어놓을 수도 있었다. 그가 제작비 2억 달러를 쏟아부어 완성한 영화는 박스오피스의 패자가 되기엔 지나치게 난해하고 어두워보였으니까. 하지만 결국 <인셉션>은 이 젊은 작가의 발목을 잡아챌 장애물이 아니라 단단하고 높은 디딤돌인 것으로 밝혀졌다. 평단과 관객 모두는 치밀하게 축조된 2시간 30분짜리 꿈을 꾼 뒤 만족스럽게 극장 문을 나섰다. 그중 일부는 놀란이야말로 새로운 거장이라는 다소 성급한 판단을 인셉션당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상
{MBC <김혜수의 W>}
지난 10월 29일 <김혜수의 W>의 마지막 방송이 전파를 탔다. 배우 김혜수로 진행자가 바뀌고 포맷을 가다듬은 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었다. 뿐만이 아니다. <후 플러스>나 <주말의 명화> 같은시사 교양 프로그램들 역시 MBC의 가을 개편을 맞아 가차없이 정리해고됐다. 해당 시간대를 대신 채우게 된 건<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여 배우의 집사> 같은 오락 프로그램들이다. MBC의 김재철 사장은 곳간에서 인심도 나는 법이니 일단 시청률부터 올린 뒤에 공영성 강화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공중파의 공영성이란 게 이렇게 내키지 않을때마다 곳간에 밀어넣고 잠가버릴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가치였던가?

숨죽이는 뒤태 상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트레일러에는 노란점퍼 차림의 한 노신사가 등장한다. 오토바이 뒤에 실려 레드 카펫에 도착한 그가 헬멧을 벗자 사람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바로 김동호 전 위원장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영화제 기간중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하곤 했다는 일화에서 착안한 것이다. 지난 15 년간 누구보다 부지런한 마케터이자 특별한 친화력의 호스트였으며, 존경과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리더였던 그가 이제영화제를 떠난다. 당연히 모두가 아쉬워하는 퇴장이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뒷모습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액션 상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얼마간 (제인 에어가 다녔던) 로우드 기숙학교에라도 입학한 듯한 기분이었다. 해서는 안 될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바로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때문이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과 분뇨차 운행까지 자제하라니, 우리가 먹고 싸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언제부터 국가기밀이 된 걸까? 차라리 인천공항 입국장의 외국인들에게 배포된, 시위에 참석할 경우 강제 출국될 수도 있다는 안내문이야말로 빼앗아 씹어먹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G20 포스터에 쥐를 그려 넣은 학원 강사에게 구속 영장을 신청한 건 월드 클래스의 할리우드 액션이라 하겠다.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잠시 다녀갈 손님 때문에 가족을 창고로 몰아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세계가 지켜볼 건 바로 이런 촌극이다. 우리 집 앞의 음식물 쓰레기통이 아니라.

이젠 잊기로 해요 상
{신정환}
지난 9월 23일, MBC <라디오스타>는 출연진의 한가위 인사로 방송을 시작했다. 신나는 명절, 정이 넘치는 한가위,환상의 연휴 등 MC들이 그날 읊은 멘트의 앞글자를 따로 떼어 잇자 숨겨진 메시지가 나타났다. ‘신정환 정신차려.’ 필리핀 체류도중 원정 도박 혐의가 불거지자 아예 귀국을 포기해버린 동료에게 충고 겸 질타를 건넨 셈이다. 논란도 논란이지만 신정환의 실망스러운 사후대처 방식은 본인을 막다른 지경으로까지 몰고가버렸다. 분명 그는 재능 있는 방송인이지만 다시 김구라의 옆자리로 돌아오진 못할 거다. 시청자들이 더 이상은 신정환을 보며 기분 좋게 웃지 않을 테니까.

친구라도 될걸 그랬지 상
{김연아&브라이언 오서}
충격적이라기보단 좀 서글픈 소식이었다. 선수와 지도자 간의 계약 종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결별이후에 따라붙은 잡음이 꽤나 요란하고 길었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사제지간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박살이 난 건 물론이다. 오서 코치는 지나친 언론 플레이로 김연아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다. 특히 선수가 다음 시즌 경기에 사용할 곡을 방송에 흘린 건 비난받아 마땅한 무리수였다. 현재 김연아는 새 지도자 피터 오피가드와 함께 2011년을 준비중이다. 오서는 지금쯤 쿨하지 못했던 자신을 미안해하고 있을까?

유전자가 혼수 상
{장동건-고소영의 결혼}
둘이 한 영화에 캐스팅되기만 해도 적잖은 화제일 텐데 무려 결혼을 해버렸다(솔직히 아직도 1g 정도는 좀 거짓말같다).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합은 대한민국을 놀라움, 부러움, 흥분, 실망, 분노 등 다양한 반응으로 들썩이게 했다. 최근의 득남은 이들 가족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달구어놓은 눈치다. 사용할 유모차며 기저귀의 브랜드까지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꼭대기에 등극할 정도니 그 영향력을 가늠할 만하다. 그런데 기저귀의 상표명보다 더 궁금한 건따로 있다. 바로 궁극의 유전자 조합일 2세의 얼굴.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상
{이효리}
불운은 근작 에서도 이효리를 피해가지 않았다. 몇 차례의 표절 시비 때문에 절치부심하고 내놓았을 음악이 또 한차례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것. 작곡가 바누스는 외국곡을 자신의 작품인 듯 속여 제공했으며, 결국 이번사건을 계기로 1년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이효리 역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팬들 앞에 머리를 숙였지만, 사실 그녀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였다. 이 씩씩한 뮤지션이 요즘 몰두하고 있는 건 작곡과 기타 연주다. 천하무적 이효리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기대해볼만하겠다.

식초냐 포도냐 상
{애플}
사실 신 포도가 아니라 사과이긴 한데 아무튼 마냥 기다리게 하고, 가끔 헛된 희망을 던지고, 문득 차갑게 외면해버리는 애플의 나쁜 남자 코스프레는 올해도 계속됐다. 출시를 수차례 미루는바람에 ‘다음 달 폰’이란 별명마저 얻은 아이폰 4는 그저 애증의 이름이었다. 수신 불량이 심한 데다 디자인 역시3GS에 못 미친다며 포도나무 아래 여우처럼 트집을 잡던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판매가 결정되는 순간 구입대기자 명단에 잽싸게 이름을 올리는식으로 다들 극적인 화해를 시도했다는 사연.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물론 출시 초읽기에 들어간 아이패드다.

내 손에 땀띠 상
{두산& 삼성 플레이오프3차전}
결국 한국 시리즈에 진출한 건 삼성과 SK였다. 하지만 올해 최고의 경기는 그전에 삼성이 두산과 맞붙은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역전을 주고받은 양팀은 말 그대로‘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연장전에서 먼저 기세를 올린 건 삼성이었다. 11회 초 8-6으로 2점을 앞서가며 승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산은 11회말 임재철의 2루타, 손시현의 끝내기 안타로 3점을 추가하며 팬들에게 짜릿한 순간을 선물했다. 결국 4, 5차전을 내리 패배하며 퇴장해야 했지만 두산은 2010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근사한 승리를 맛본 팀으로 남았다.

역전의 명수 상
{부당거래}
류승완, 류승범 형제는 한동안 주춤한듯 보였다.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라>의 흥행 실패, 오랫동안 준비한사극 액션 <야차>의 좌절은 분명 류승완에게 부담이었을 거다. 류승범 역시 한방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용서는 없다>는 빠르게 잊혀졌으며, <방자전>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배우에게 향해 있었다.<부당거래>는 누구보다 가까운 가족이자 믿음직스러운 동료인 두 사람이 제대로 날린 동반 안타다. 날 선 메시지와 영화적 재미를 모두 담아낸 류승완의 연출과 간만에 제물을 만난 듯한 류승범의 연기는 평단의 찬사와 관객의 호응으로 보상받고 있는 중이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상
{나로호 발사 실패}
벌써 두 번째다. 지금껏 총사업비로 약 8천억 원이 투입된 나로호 발사 프로젝트가 2차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갔다.발사 중계 방송 당시 트 위터의 타임라인은 왕년에 과학상자 좀 만져보고 알코올 램프에 불 좀 붙여봤다 하는 사람들의 기대-긴장-흥분-탄식으로 소란했다. 쏘아올린 지 불과 137.19초만에 상황이 허무하게 종료됐던 것.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게 이루어졌고(찾아 읽어보려 했지만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밥솥설명서 같은 글들이라 포기했다) 현재는 3차 발사 준비 작업이 진행중이다. 빠르면 내년 말, 늦어지면 그 이듬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좌절된 꿈은 다시 한번 불꽃을 피워올리게 될까?

에디터|황선우·정준화

에디터
박연경, 뷰티 에디터 / 김희진, 황선우, 피처 에디터 / 정준화
포토그래퍼
김범경, 김기현
기타
photo: WWD/MONTROSE, COURTESY OF H&M, COMME DES GARCONS, BURBERRY PRORSUM, CELINE, YVES SAINT LAURENT, GETTY IMAGES/MULTIB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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