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W 백스테이지 뷰티 키워드
SMOKY VEIL
스모키의 뜻이 원래 연기였던가? 하지만 몇 시즌 동안의 스모키(강렬한 여전사 스모키 룩니아혹은 도도하기 그지없는 고양이 스모키 룩)는 연기혹은 안개라기보다는 폭풍이나 태풍 같은 단어가 더 어울렸다. 이번 시즌 스모키 룩이야말로 진정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될 듯 하다. 스모키 메이크업이 진하고 화려한 메이크업이라는 인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윽하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정확히 브라운인지 퍼플인지 블랙인지 알 수가 없는 미묘한 안개가 촉촉하게 눈가를 물들이고 있다. 카발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팻 맥그라스가 지펴놓은 연기는 언뜻 보면 브라운. 하지만 클로즈업 컷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엄청난 공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브라운과 버건디, 레드와 더불어 반짝이는 질감까지. 하지만 이 많은 색감들이 너무나 완벽하게 블렌딩되어 있어서 단 1mm의 경계선도 발견하기 힘들다. 알렉산더 왕의 브라운 섀도 역시 눈꺼풀에 물을 들인듯, 혹은 섀도를 바른 후 물을 적셔닦아낸 듯 신비롭기 그지없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캔달은 “90년대 초 케이트 모스의 청초한 피부, 붉은 톤이 섞인 브라운 톤의 섀도를 떠올렸죠.”라고 설명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컬러 배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단골 아티스트는 톰 페슈. 알투자라에서는 그레이와 레드 섀도를 각각 눈꺼풀과 언더라인에 발라줬고, 데렉 램에서는 블루와 코퍼를 각각 눈꺼풀 위와 아래에 나누어 발랐다. 하지만 이 역시 컬러가 분할되어 보인다기보다는 모네의 그림을 보듯 모든 색감이 한데 어울어져 제3의 컬러를 만들어내는 듯한 효과를 발했다.
SHADE AWAY
이것을 있다고 해야 하나, 없다고 해야 하나? 셰이딩 말이다. 이번 시즌 모델들의 얼굴, 특히 광대쪽을 보고 있자면 분명 무언가 칠해지기는 했으나 또렷이 이거다 싶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앞서 스모키 아이에서도 말했듯이 이번 시즌 블렌딩 기술은 마치 장인의 곤길처럼 숭고하고 나아가 신기하기까지 하다. 얼굴의 윤곽을 잡아주는 몇 가지 터치(하이라이트이나 블러셔의 경우)에 있어서 기술적으로 매우 섬세해지기 시작한 것은 몇 시즌 전.이번 시즌 그 기술력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어떤 경지에 도달한 듯하다. “블렌딩이 어디에서 기작되었는지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멈추는지는 볼 수 없다. 그것은 블렌딩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닐 영도 말했듯 분명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는 맨얼굴, 생얼 쪽보다는 완벽한 얼굴 윤곽을 만들기 위해 수도 없이 손길이 더해진 쪽에 가깝다. 단, 감쪽같이 그 사실을 숨기고 있을 뿐. 이음새는 없어졌고, 미세한 터치만이 허락되며, 결과적으로 색감은 두드러지지 않되 어딘가 모르게 풍부해 보이는 듯한 피붓결이 최고의 메이크업으로 칭송받게 될 것이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고 있는, 이 트렌드는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겠다가도 알겠는 애매모호한 테크닉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맥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의 설명을 듣고나면 ‘이거군!’ 하며 무릎을 치게 될지도 모른다. “스킨은 여성들의 궁극적인 액세서리입니다. 그것은 덮고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끌어내서 보여주는 것이지요.”
RED LIPS + MORE
레드! 레드! 레드! 2010 F/W 백스테이지에서 가장 쉽게, 하지만 가장 인상 깊게 마주하게 될 색상은 단연 레드다. 완벽한 트루 레드에서 오랜지 컬러가 가미된(지난 시즌 오렌지 컬러의 열풍이 이번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레드, 추워지는 계절이니만큼 버건디 색이 가미된 딥레드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컬러 그 자체를 논할 시간이 없다. 레드 립 위로 셀 수 없이 다양한 질감이 내려앉았고, 이 질감들은 F/W 트렌드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력하고 또, 새롭다. 우선 오랫동안 레드 립스틱의 베스트 파트너로 활약해온 질감인 크리미 매트! 돌체&가바나, 도나 카란, 모스키노 등에서 보이는 부드럽고 동시에 매트하게 마무리된 레드 립스틱은 “80년대 떠올리게 해요. 클래식한 레드 립을 동경했더랬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롯 틸버리의 말처럼 언제나 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이템 중 하나다.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거대한 스파클링 입자들의 선전도 대단했다. 주리, 저스트 카발리와 지방시를 비롯한 많은 쇼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레드 립 위로 실버&골드 입자들을 덧입혔다. “글램 록(GLAM ROCK)을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입술이죠!” 두리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두꺼운 실버 글리터 입자들이 주는 효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나멜을 연상시키는 초강력 광택을 덧입힌 레드 립도 종종 눈에 띈다. 지안프랑코 페레와 라커펠트, 그리도 도나 카란에서도 부분적으로 에나멜 질감으로 무장한 레드 립을 보인다. 워낙 주목도가 높은 컬러인 레드 위로, ‘울트라 샤이니’한 질감까지 코팅됐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늘 그랬듯 백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인다.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눈을 델 수 없는!
BACK TO 60’S
요즘 세대들은 브리짓 바르도를 모르려나? 미국의 마릴린 먼로를 대적하는 파리의 여신. 모델로 데뷔, 수많은 영화 속 뷰즈로 호라동했던 그녀. 2010 F/W 런웨이에서도 그렇지만 백스테이지 역시 돌아온 브리짓 바르도들로 붐볐다. 일명 BB 스타일로 통하던 60년대, 그녀의 헤어스타일 말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검은 헤어밴드. 풍성하게 부풀려 자유롭게 풀어헤친 머리 사이로 보이는 검은 헤어밴드는 60년대 감성을 대표하는 아이템이다. 도나 카란, 에르뎀, 칼 라커펠트 등이 BB 스타일의 헤어밴드를 사용한 대표적인 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반사감이 뛰어난 라텍스 소재로 만들거나 폭이 아주 넓어 한층 모던해졌다는 것. 도나 카란에서 사용된 반짝이는 플라스틱 밴드는 모두 파리에서 공수한 것들이다. “이번 헤어는 반짝임과 반사에 관한 것이라고 보면 돼요. 인위적인 아름다움, 우아함을 부각시켰어요.” 검은 밴드 외에 또 하나의 시크니처 헤어는 바로 볼륨이 잔뜩 들어간 부팡(Boofant) 스타일이다. BB는 볼륨을 잔뜩 넣어 잔뜩 키운 머리를 반만 묶어 올리기도, 혹은 전체를 느슨하게 올리기도 했다. “60년대 브리짓 바르도의 헤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마치 늦잠을 자고 나온 그런 헤어에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지미 폴은 BB의 열혈 팬이라도 된 듯, 베라 왕의 모델들을 그녀와 거의 동일한 모습으로 분장시켰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 또한 니나리치의 모델들에게 BB의 영혼을 불어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적이죠! 도도하면서도 강력한 이미지를 발산해요. 아마 어딘가 미스테리한 여자로 보일겁니다.” 높고 큰 볼륨을 만들기 위해 귀도가 선택한 제품은 레드켄의 보디파잉 크림 무스와 수퍼 스트렝스 피니싱 스프레이.
- 에디터
- 이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