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 했듯 쌀이 없어도 먹을 건 많다.
Del Posto 4
델 포스토 4는 서래마을이 지금처럼 상업화되기 전의 소박함을 떠올리게 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우선 가정집 골목 사이로 한참을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비밀스러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허브 향이 나는 야채볶음, 유정란을 넣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프로슈토햄과 달콤한 메론 등 그리 멋 부리지 않은 메뉴들도 지나치게 거창하지 않다. 특히 점차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손님들의 입맛과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요리 철학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셰프 임해천의 진심이 따듯하다. 만약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화려한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점차 변해가는 서래마을이 안타까운 당신이라면, 조금 더 다리품을 팔아 델 포스토 4로 향할 것, 그리고 햇빛이 들어오는 2층 창가에 앉을 것,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알록달록한 놀이터와 김쾌민이 꾸민 빈티지한 실내가 묘하게 닮은 것을 발견한다면, 이 집의 샐러드와 파스타, 리조토가 내는 기본에 충실한 맛을 더욱 깊게 느껴질 것이다.
위치: 방배중학교 방향으로 방배로를 따라오다가 ‘Stove’에서 좌회전하여 놀이터 맞은편
영업시간: 오전 11시반 ~ 오후 3시, 오후 5시반 ~ 10시 반
문의: 02-537-9607
오룸 다이닝 5 et 6
오룸 다이닝 생케시스는 우리가 프렌치 레스토랑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나 보다. 먼저 일본 유명 레스토랑 퀸 앨리스의 수석 셰프였던 코바야시 타츠오가 재해석한 깔끔한 맛의 프랑스식 코스 요리는 식사하는 데에만 2시간 가까이 소요되지만, 충분히 바쁜 틈을 내 맛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옆방에서 누가 무얼 먹는지 알 수 없는 사적인 공간 구성 역시 틀별해지고 싶은 마음을 만족시켜준다. 한편 생케시스에서는 우리가 차마 프렌치 레스토랑에 기대하지 못했던 몇 가지를 더 누릴 수 있다. 예약 1순위라는 ‘플뢰르’ 룸에서는 요리하는 셰프들의 경쾌한 움직임을 바라보며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오룸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 김점선 등의 작품 역시 모던하게 장식한 음식과 더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작가 최정화가 블래과 블러디 핑크로 강렬하게 꾸민 1층 살롱 앙에서 가볍게 한잔한다면, 뻔하지 않은 프랑스적 감성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위치: 청담동 프라다 매장 왼쪽 골목으로 직진
영업시간: 오후 12시 ~ 3시, 오후 6시 ~10시(예약 필수)
문의: 02-518-6873
LOT32
‘미니’라 좋은 건 미니쿠페만이 아니다. 압구정에 새로 문을 연 로트 32의 미니 버거는 그저 버거의 축소판이라고 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푸아그라 버거, 이탤리언 버거 등은 작지만 각각의 재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진한 풍미가 제대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맛을 경헙한 젊은 오너와 미슐랭 2성인 프렌치 레스토랑 라뜰리에드 조엘 로부숑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 던킨 로버트슨이 합작한 결과다. 그뿐만 아니라 오픈 샌드위치, 파프리카와 베이컨 크림으로 만든 농어, 칼라마리 파스타 등의 다른 메뉴 역시 빵부터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 혀끝에 닿는 맛이 신선하다. 사실 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레시피 구상은 물론 재료의 선택과 새깔의 배합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고민하는 오너와 셰프가 만들어내는 음식을 맛본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신뢰가 간다.
위치: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세븐일레븐 왼쪽 골목으로 10m
영업시간: 오후 12시 ~ 2시 반, 오후 6시 ~ 10시, Bar는 새벽 2시까지. (일요일 휴무)
문의: 02-514-8737
-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이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