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부 기자에게 묻다

W

지금, 대한민국 연예계는 건국 이래 가장 바쁘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들 때문에 수 만명의 사람들이 마우스가 닳도록 연예 뉴스 페이지를 클릭하고, 댓글을 단다. 연예부 기자들에게 요즘 가장 ‘핫’한 연예계 이슈들에 대해 직접 물었다.

연예부 기자에게 묻다

Q1. 일명‘장자연 사건’은 연예부 영역을 넘어서 사회부 문제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은 연예부 기자들 사이에서 그리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닐 거 같다. 스폰서, 성 상납 등 어둠의 이야기들은 연예계에 퍼진 일반적인 상황인 건가? 아니면 상당히 특수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A1. 연예계에 떠도는 어둠의 풍문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 상납, 또 하나는 스폰서에 대한 것이다. 이번‘장자연 사건’때문에 두 가지 이야기가다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스폰서의 경우, 공개적으로는 언급 안 하지만 연예계 모든 사람들이 스폰서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연예인과 스폰서의 관계는 쌍방합의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활동에 필요한 경제적인 부분을 스폰서가 충족시켜주니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구하는 연예인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장자연처럼 힘없고‘빽’이 없는 신인의 경우, 일방적으로 강요 당한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다.‘ 누가 피디와 사귀어서 캐스팅됐다더라’하는 이야기들은 예전부터 있어왔지 않나. 소문으로만 무성했지만 설마 했던 문제가 이번에 공론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모두들 각성하는 계기가 되긴 할 거다.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Q2. 초대형 기획사 한두 군데에서 주연급 배우들을 수십 명 보유하고, 방송사 못지않은 파워를 가졌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중소 기획사들에게도 힘의 분산이 골고루 되어가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 엔터테인먼트계의 권력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나?

A2.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넘어 드라마와 영화 제작까지 손을 대면서 성장한 싸이더스는 대형 기획사의 붐을 형성했다. 신인의 경우 매니저와 소속사의 홍보와 섭외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 요즘에는 연예계에 데뷔하는 경로가 다양하지 않다. 예전처럼 공채 탤런트나 가요제에서 입상하면서 데뷔하는 대신, 전부 오디션 아니면 기획사를 찾아가 계약을 맺는 수밖에 없다. 싸이더스처럼 큰 기획사가 아니라면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유명한 스타 한 명을 간판으로 영입하고, 신인 여러 명을 키우려는 중소 기획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민호 신드롬’을 기대하는 거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형 기획사들의 힘은 건재하다. 이미 인기를 얻은 스타가 아니라면, 소속사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연예계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공채 탤런트 제도를 다시 만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보는게맞다.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

Q3. 최근 모 연예 일간지가 연예인들의‘파파라치 컷’으로 유명해졌다. 그 덕분에 열애설이 단순히‘최측근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장 포착을 해 당사자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이제 한국도 미국처럼 연예인의 사생활 사진을 사고 파는 문화가 정착될 거라고 생각하나?

A3. 사실 그런 취재 방식은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여성지와 주간지에서 쭉 해오던 방식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면 제보자를 보호해주는 차원에서 익명으로 보도를 하는 게 맞지만, 연예인 관련 스캔들, 특히 열애설에서 제보자를‘측근’이라는 익명으로 언급하는 언론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일단 열애설이 터지면 해당 연예인은 무조건 아니라고 부인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가 인정하기 전까지 기자는 열애설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진실을 검증받으려면 증거주의 언론으로 가야 한다. 스포츠서울닷컴의 취재 방식은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책임을 지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진을 공개하는 언론과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일방적이지는 않다. 밀착 취재를 통해 사진을 찍고 나서 해당 연예인 매니저에게 연락을 한다. 언론사에서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어느 수위까지 공개해도 좋은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파파라치 식 취재’라는 표현 자체도 어패가 있다. 언론사로부터 돈을 받고 사진을 파는 것이 파파라치인데 스포츠
서울닷컴의 경우는‘잠복 취재’,‘ 밀착 취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아직까지 한국은 파파라치를 해서 먹고살 만큼 연예 산업시장이 크지 않다. 잡지나 신문이 많이 팔린다 해도 판매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구조라서 그런 사진들이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

‘안 해서’안 하는 것과‘못해서’안 하는 것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 매체가 외국의 파파라치 매체처럼 현장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기존 스포츠지 연예 기자들이 알면서도 쓰지 않는-본인들이 극구 부인하거나 증거가 다소 부족해서, 혹은 쓰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일이 많이 있는데, 일부 매체에서 그걸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평범한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 매체가 대단한 특종을 한 것처럼 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기존 연예 기자들은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 기사를 쓰더라도 선은 지켜가면서 쓴다. 일종의 동업자 의식이라고나 할까. 연예인과 기자는 서로 견제하면서도 공생하는 관계이다. 그래서‘과도한’취재는 하지 않는다. 아직 그런 취재 방식은 우리 정서에 거부
감이 있어서 정착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Q4. 비가 월드투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을 두고 일부 악의적 기사를 쓰는 언론에게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기자에 따라 기사의 뉘앙스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자칫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예이다.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어떻게 대처하나?

A4. 비가 소송에서 지면서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는 식의 보도가 문제가 됐다. 사실 스타에도 급이 있지 않나. 루머 하나로 추락할 수 있는 스타도 있고, 영화 한 편에 추락하는 스타도 있다. 비는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선 스타다. 그런데 금전적인 손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비가 그동안 쌓아올린 ‘월드 스타’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거다. 그 이미지가 거품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여하튼 다른 스타들과 차별된 칭호였다. 비에겐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했던 그 수식어가 이번 사건 때문에 자칫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게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비가 좀 더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야기를 어떤 시각으로 풀어내느냐는 기자의 판단이기 때문에 소송이 오고 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나 역시 소송을 많이 당해봤지만, 그건 일종의 경고 효과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상대방에게 벌금을 물리고 감옥에 보내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소송을 통해 기자의 보도 자체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노리는 거다. 물론 상대방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소송은 ‘날 계속 이렇게 괴롭히면 가만히 안 있겠다’는 강경한 입장 발표다. 소속사에서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Q5. 아이돌 가수들처럼 팬 층이 두터운 스타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써야 할 때,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하나? 이를테면 어떤 기자는SM, YG, JYP 등 특정 소속사 가수들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팬들의 아우성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나? 대처 방안은?

A5. 연예인 비판 기사는 팬들을 의식해서 쓰고, 안 쓰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비판할 게 있다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그 연예인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면 까칠함의 수위가 조절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어떤 아이돌 그룹이 노래 표절을 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곧장 그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적는 게 아니라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과 입장까지 골고루 듣고 기사에 반영하는 식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팬들에게‘밤길 조심하라’는 메일과 10분에 한 번꼴로 사무실에 전화해 담당 기자 바꾸라는 성화는 막을 수 없다. 요즘은 팬들이 소속사보다 더 스타를 챙겨준다.
뉴시스 강경지 기자

‘팬덤’이 남다른 아이돌 가수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기사를 써야 할 때라… 사실, 그런 기사는 잘 안 쓰게 된다. 소속사와의 관계도 있고, 팬들의 막무가내 항의에 지치기도 해서다. 하지만 꼭 써야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최대한 ‘드라이’하게 쓴다. 팬 층이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사이가 많은 만큼 항의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없고, 논리도 많이 부족하고, 심지어 기사 전체의 내용을 보지 않고 특정 단어, 표현 한두 개에‘광분’하는 어린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경우 해당 기자는 집단으로 항의 메일을 받게 된다, 심한 욕설과 함께. 보면 기분이 상하고, 대응하려는 충동이 생겨서 그런 메일을 잘 보지 않고 곧바로 지워버린다. 간혹 하고 싶은 말을 죽 썼다가 보내지 않고 그냥 지워버리기도 한다. 아무튼 무자비하고 무차별적인 악플을 대하는 연예인들과 비슷한 심정일 거다.‘ 무시’가 상책이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Q6.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기자는 특정 인물과의 안 좋은 관계로 유명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특정 인물과 사이가 애매해졌다가 다시 우호적이 되고, 뭐 그런 일들이 연예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비일비재한가? 또, 사이가 틀어진 연예인의 소속사와 연예부 기자의 소속 회사 간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가 되는지도 궁금하다.

A6. 많이 있다. 그러나 2005년쯤을 기해 인터넷 매체가 많아지다 보니 한번 틀어지면 다시는 안 보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전엔 연예 매체가 제한돼 있다 보니 싸우다가 화해하곤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매체도 많고, 스타들도 많으니, 한두 군데와는‘거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졌다. 그리고 기자나 매니저 모두‘곤조’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한쪽에서 사과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돌아선채 지내기도 한다. 보통 취재원(스타)이 기자에게 실수 혹은 실례를 하거나 서운하게 한 경우는 복수의 심리가‘당연히’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다분히 감정을 섞어 기사를 쓰게 되는 거다. 심지어 일부 기자는 특별한 계기도 없이 ‘주는 거 없이 밉다’며 기사에 악의적인 내용을 담기도 한다. 또 취재원을 길들이기 위해서(좋은 표현으로는‘가까
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악의적인 기사를 쓰기도 한다. 그러면 취재원 측은 강경 대응을 하거나‘앞으로 잘해보자’며 숙이는 경우도 있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친해지는 거다. 기획사와 기자가 서로 사이가 틀어지면, 회사 차원에서도 틀어진 채 지내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그러다 어느 한쪽이‘잘해보자’며 손을 내밀면, 웬만해선 다른 한쪽도 못 이기는 척, 내민 손을 잡는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기자와 연예인의 사이가 나빠지면 당연히 그 기사를 컨펌한 데스크와 연예인 소속사의 사이도 나빠진다. 연예인의 소속사에서 해당 매체와는 몇 년 동안 계속 인터뷰 안 하기도 한다. 예전엔 기획사들이 먼저 찾아와서 인사하고 풀어지기도 했지만 온라인을 비롯해 매체들이 워낙 많아진 요즘엔 딱히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다. 소속사 입김이 점점 세져서, 온라인 매체 같은 경우 거의 개인 블로그처럼 생각하고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당당하게 하기도 한다. 언론사가 마치 스타의 개인 홍보사인 양 대하는 경우도 많다.
뉴시스 강경지 기자

Q7. 어떤 스캔들이나 사건에 대해 당사자인 연예인이 기자에게 직접 사실을 인정한 뒤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경우도 있지 않나? 게다가 그가 밝힌 사정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사안일 때는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할 것 같다.

A7. 보통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순순히 고백하는 경우, 기사를 쓰지 않는 게 관례다. 일종의‘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 내용이 너무 크고 욕심이 나면, 꼭 쓰고 싶을 땐, 슬슬 회유를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거나 지저분한 내용, 사건이 너무 꼬이고 꼬여서 여러 사람 다칠 것 같은 것은 기사화하지 않는다. 그런데 간혹‘쓰지 말라’며 이야기한 것을 특종의 유혹에 못 이겨 기사로 쓰는 기자들이 있다. 그런 경우, 그 기자는 다른 매체의 동료 기자들에게‘반칙했다’는 비판을 받게 되고, 해당 연예인과 그의 소속사와도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그 연예인과 친분이 있다고 해서 그의 스캔들을 덮어준다면 그건 기자 자격이 없는 거다. 특히나 법을 위반한 경우는 아무리 스타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 하더라도 객관적 입장에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내가 안 쓴다고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터뜨릴 사안이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당사자와 친분이 있다면 자극적인 단어나 표현 대신 좀 더 순화된 내용과 당사자 입장을 담은 식으로 기사를 쓰게 될 거다.
뉴시스 강경지 기자

Q8. 얼마 전 어느 영화지에서 한 권상우의 인터뷰 내용을 놓고 한 차례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인터뷰 도중 그가 했던 말의 뉘앙스를 그대로 살리지 않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일부 발췌를 하면서 문제가 생긴 사례다. 분명히 인터뷰 중 했던 말인데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거나 혹은 정말 한 적 없는 말이 다른 매체에 의해 부풀려지는 경우를 겪은적이있나?

A8.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스타를 직접 만나보지 못하는 독자를 대신해서 궁금증을 질문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판적인 인터뷰 기사란 있을 수 없다. 권상우는 만나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솔직한 캐릭터다. 그 사람이 어떤 목적과 뉘앙스로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인터뷰를 해본 사람이 잘 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방송 편집과도 비슷한 건데, 연예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오해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럴 경우 기사의 어조를‘다운’시켜 내보내는 게 맞다. 일간지의 경우 소화할 수 있는 기사 분량이 짧기 때문에 인터뷰의 맥락을 그대로 내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 기자는 질문 10개 중 9개는 뻔하고 흔한 질문을 하고 나머지 하나의 질문에서 노림수를 던진다. 가끔‘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말해놓고 해당 기자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해명하는 경우도 있다.
일요신문 신민섭 기자

■에디터|서동현

에디터
서동현
포토그래퍼
박종수
아트 디자이너
전수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