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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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생활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건축, 가구, 먹거리, 이동 수단에 이르기까지, 필환경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주목해야 할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소개한다.

Trend 1 에너지를 절감하는 건축

#제로에너지건축 #그린리모델링 #패시브하우스 #탄소발자국

리사이클 PET로 만든 데코 시트인 글로시아를 적용한 주방. 현대L&C는 70% 수준인 라사이클 PET 함유량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엔은 전 세계 국가와 함께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켜야 할 최대 공동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선언했다. 골자는 자연과 조화 속에서 경제, 사회, 기술이 함께 진보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 이를 가장 극명하게 실천하고 있는 분야가 ‘제로에너지건축’을 화두로 삼은 건축업계다. 제로에너지건축은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건축 방식을 뜻한다.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건축 자재를 사용하는 ‘패시브(Passive)’ 공법으로 집을 짓고, 태양광 또는 수열 같은 재생 에너지로 냉난방을 가동하는 ‘액티브(Active)’ 기술을 적용할 때 비로소 ‘제로에너지건축물’이라 불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2030년 까지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내의 많은 건축물이 ‘그린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토지주택공사 LH는 여름에는 대기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한 물의 특성을 건축물 냉난방에 이용해 앞으로 지어질 임대주택에 친환경 수열 에너지를 적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건축 내외장재를 다루는 브랜드 역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KCC창호와 현대L&C, LG하우시스는 모두 올해부터 제로에너지건축에 필요한 단열성 높은 창호를 출시했고, 벽지와 바닥재 역시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 생산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Trend 2 남다른 소재를 활용한 가구 디자인

#업사이클링 #폐소재 #대체소재

올해 카시나가 출시한 신제품으로,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가 디자인한 보위(Bowy) 테이블.

문승지 작가의 라잇 오션 프로젝트.

카르텔의 시그너처 디자인 콤포니빌리(Componibili) 수납장을 바이오 소재로 출시했다.

건축이 에너지 절감을 외치는 동안 가구업계는 폐소재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플라스틱을 사용해 가구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가구 브랜드 카르텔이 지난해 말 ‘앞으로 생산되는 제품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 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재활용을 넘어 대체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종의 업사이클링이다. 세계적 디자이너 파트리시아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가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카시나는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신제품에서 재활용 소재 또는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든 가구를 대거 선보였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보위(Bowy)’ 아웃도어 테이블의 상판은 얼핏 고급 대리석으로 보이지만, 폐유리를 재가공해 완전히 새로운 물성으로 탄생됐다. 아웃도어 가구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관리도 편하다.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인 픽트 스튜디오 역시 폐자재를 이용해 대리석을 대체할 새로운 물성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를 선보였다. 최근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역시 갤러리아, 세계자연기금(WWF)과 협업해 태안 학암포 해변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조명과 테이블, 스툴과 의자로 구성한 가구를 출시했다.

Trend 3 고기 없는 고기 밥상

#대체육 #비건

임파서블푸드는 콩, 밀, 아몬드,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패티를 만들고 콩의 뿌리혹에서 추출한 식물성 헤모글로빈으로 붉은빛을 구현한다.

인테이크의 이노센트 베지볼은 병아리콩과 그린빈 등으로 만들어 기성 미트볼 제품 대비 50% 단백질 함량이 높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0%가 음식의 생산, 유통 과정에서 나온다. 이 수치 안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축산업. 이미 포화 상태인 축산업 농가가 더 들어서면서 환경을 심하게 파괴하고, 육류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대체육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는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 푸드’가 대표 주자다. 비욘드 미트의 경우 지난 5월 미국 주식에 상장한 후 하루 만에 주가 163%를 기록해 대체육 시장의 성장을 증명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도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는 중이다. 폐농산물을 재가공해 잼이나 즙을 만들던 지구인컴퍼니는 최근 현미와 귀리, 견과류로 만든 고기 ‘언리미트’를 출시했다. 콩고기가 아니라, 단백질이 많은 식물성 원료 9가지를 배합해 압출하는 방식으로 만든 것. 일반 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2배 이상 높고 칼로리는 낮다. 푸드테크 기업 인테이크 역시 병아리콩, 옥수수, 당근 등 야채와 곡물로 만든 대체육 ‘이노센트 베지볼’을 출시했다. 다음소프트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가 집계한 지속 가능성 관련 키워드 중 올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비건’, ‘직장인 스타그램’, ‘다이어트’, ‘식단관리’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2030세대가 다이어트와 식단 관리를 위해 비건 푸드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환경과 건강을 모두 만족시키는 먹거리인 대체육 시장은 지속 가능성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임에 분명하다.

Trend 4 쓰레기 없는 아웃도어 파티

#제로웨이스트 #지속가능식기

트래쉬 버스터즈가 디자인한 다회용기 세트. 작년 ‘서울인기’에서는 현장 내 모든 식음료 판매 부스에서 이 식기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축제와 파티는 줄었으나,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작은 공연과 마스크를 쓴 채 떠나는 캠프닉(캠핑+피크닉)은 여전한 느낌. 이와 함께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확산이 시선을 모은다. 지난해 서울 난지한강공원 내 젊음의광장에서 열린 ‘서울인기’ 페스티벌은 전년 대비 쓰레기 배출량이 98% 줄어 화제였다. 모두 트래쉬 버스터즈의 활약 덕분이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축제나 파티 현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컵과 식기 도구를 만들고 이를 축제 참가객에 대여, 반납할 수 있도록 해 쓰레기를 줄인다. 지난달 오프라인에서 열린 ‘디스코 믹스쳐’ 파티에서 트래쉬 버스터즈는 디제이와 스태프에게 컵을 나눠주며 흥에 지속 가능성을 더했다. 새롭게 탄생한 브랜드도 다양하다. 갈대와 대남, 사탕수수를 압착한 버개스 펄프를 원료로 튼튼한 종이 그릇을 만드는 와사라, 폐기 후 생분해되는 대나무 섬유 소재로 만든 제니아 테일러,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만든 그릇을 만드는 씽크 코리아까지. 쉽게 깨지지 않아 사용이 편리하고, 환경에 해를 끼칠 일 없어 마음 편한 식기를 만드는 젊은 브랜드와 스타트업의 활약이 기대된다.

Trend 5 배달 시대의 지속 가능성

#포장재 #배달

콘스탄틴 그리니치가 디자인한 미래형 저탄소 알루미늄 사이클은 배달은 물론 소형 채소 노상,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이동형 매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콘스탄틴 그리니치가 디자인한 미래형 저탄소 알루미늄 사이클은 배달은 물론 소형 채소 노상, 아이스크림 가게 등 이동형 매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포장재로 인한 환경 문제는 배달과 택배가 늘어난 코로나19 이후 한층 심화할지도 모른다. 배달, 택배 업계 역시 나름의 해답을 고안해내고 있다. DHL은 글로벌 동향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보호를 위해 2050년까지 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모두 없애고, 재활용 포장재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마켓컬리와 현대홈쇼핑 역시 재사용이 가능한 회수 박스, 비닐테이프가 없는 박스 등을 사용 중. 세계적인 매거진 <월 페이퍼>는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와 협업해 배달 차량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내놨다. 형태가 단순한 전기 바이크 ‘이-트라이크(E- Trike)’는 기존의 알루미늄 대비 5%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저탄소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며 내구성도 뛰어나다. 전면 페달과 후륜에 배터리를 연결하고, 전기 힘으로 무거운 짐을 한 번에 끌 수도 있다.

Trend 6 하늘을 나는 자동차

#도심항공

현대자동차는 2020년 지속 가능성 보고서에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를 통한 개인 항공기에 대한 계획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UAM 항공체 디자인.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 자동차 업계의 핵심 키워드 역시 지속 가능성이었다. BMW, 벤츠, 토요타, 닛산, 아우디, 현대차 등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친환경 공정을 도입하고, 자동차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등 생산 과정에서 친환경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것임을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 기존의 환경 이슈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고민을 시작했다. 가장 혁신적인 플랜은 현대차가 발표한 ‘도심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즉 하늘을 나는 자동차다. 도심 곳곳에 이착륙 장소를 마련하고, 이를 빠르고 편리한 개 인 이동 수단뿐 아니라 대중교통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를 만들어 카페나 병원으로 이용하거나 비행체 안에서 원하는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는 UAM의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있다.

피처 에디터
전여울
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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