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두 살인 이탈리아 스트리트 아티스트 ‘솔로(Solo)’는 만화책 속 슈퍼 히어로를 모티프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발렌티노 하우스와의 협업으로 화제가 된 그에게 5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난 4월 12일 뉴욕 맨해튼 5번지 발렌티노 플래그십 스토어에선 독특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매장에 손님이 드나드는 가운데 한쪽에서 아티스트 솔로가 ‘원더우먼’ 벽화를 마무리한 것. 그의 작업은 4월 10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그는 사흘간 10시간씩 쉴 새 없이 그림을 그렸다. 솔로와 발렌티노 하우스의 인연은 지난해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한 명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로마의 길거리에서 솔로의 원더우먼 그라피티를 발견하고서 시작되었다. 그의 작업에 흥미를 느낀 마리아가 연락을 취해 협업을 제안했고, 솔로가 흔쾌히 응한 것. 그리하여 솔로의 재해석을 거친 원더우먼의 이미지, 그리고 원더우먼의 상징인 별 모티프 프린트와 스터드 장식이 핵심 요소인 ‘원더우먼 발렌티노 캡슐 컬렉션’이 탄생했다. “나는 콜라를 마시는 스파이더맨, 햄버거를 먹는 슈퍼맨, 임신한 원더우먼 같은 일상 속 슈퍼 히어로를 그린다”라고 말하는 솔로가 발렌티노 매장에 원더우먼을 그린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이 여정 속 원더우먼들은 각기 다른 모습인데, 그가 이런 독특한 시선을 갖게 된 데엔 20년 넘게 이어져온 만화책에 대한 애정이 있다.

언제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나? 첫 번째 만화책을 기억하나? 물론이다. 내게 만화책은 인생 그 자체다. 나는 모든 걸 만화책을 통해 배웠다. 처음으로 만화책을 접한 건 아홉 살 때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신문 가판대에 함께 가자고 하더니 손에 만화책 한 권을 쥐여줬다. 이탈리아 만화인 <Nathan Never>였다. 올해 300번째 책이 출판된 긴 역사를 가진 만화책이다. SF 장르인데, 당시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다.
특별히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있다면? 스파이더맨. 그는 지극히 평범한 슈퍼 히어로다. 여자 앞에서 소심해지고, 친구도 별로 없는 특별할 것 없는 학생이다. 어릴 적 슈퍼 히어로답지 않은 그의 그런 많은 부분에 공감을 느꼈기에 애정이 유독 크다.
그렇다면 원더우먼은 어떤 면 때문에 좋아하는가? 그녀는 코믹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 캐릭터다. 강하고, 아름다우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완벽한 여성상이다.
이번 작업에 원더우먼의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투영했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피에르파올로 피촐리와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아름답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그리기로 했다. 고민하다보니 나의 어머니가 떠오르더라. 그녀는 완벽한 멀티 태스커였다. 직장에 다녔고, 우리 형제를 키웠고, 살림을 돌봤고, 그러면서 동시에 아름다웠다. 하교하면 어느 날은 스크루 드라이버로 집을 고치고 있었고, 또 다른 날엔 친구들과의 외출을 위해 완벽하게 드레스업한 모습이었다. 나에게 있어 원더우먼이란 그렇듯 다각도의 면을 가진 여성이다. 이번 벽화 속 원더우먼들이 들고 있는 오브제들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는 여성의 일상을 상징한다. 립스틱은 아름다움을, 젖병은 가족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노트북 컴퓨터와 렌치, 쇼핑백도 마찬가지다.
현대판 슈퍼 히어로란 어떤 존재일까? 슈퍼 히어로에 관한 영화와 인터넷 시리즈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현대인에게 슈퍼 히어로는 신 같은 존재 같다. 다들 삶이 복잡하고 힘들어 의지할 무엇인가가 필요하기에, 슈퍼 히어로에 더더욱 열광하는 것 아닐까? 나 역시 종종 슈퍼 히어로를 신처럼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구든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스파이더맨을 유독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작품 기저에 “큰 힘엔 큰책임감이 따른다”는 주제 의식이 늘 흐르기 때문이다. 꼭 모두가 하늘을 나는 슈퍼 히어로가 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늘을 날지 않아도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나 있다. 상심에 빠진 친구에게 위로 전화를 걸고, 부모님을 돕는 5분간의 일만으로도 타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모두가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책이 내게 가르쳐준 깨달음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