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패션이 완성되었다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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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광고 판에서 본 아트디렉터라는 이름이 패션계에까지 진출했다. 룩북을 촬영하고, 세트를 제작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일을 총괄한다. 직접적으로 의상을 만들지는 않지만 패션을 완성하는 사람들. 요즘 가장 떠오르는 아트디렉터 다섯 팀을 만났다.

콘크리트의 세 아티스트 왼쪽부터 권철화, 김재훈, 권바다.

콘크리트의 세 아티스트 왼쪽부터 권철화, 김재훈, 권바다.

세 남자의 주체할 수 없는 끼
Studio Concrete

스튜디오 콘크리트(이하 콘크리트)의 등장은 처음부터 큰 이슈였다.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배우 유아인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으니까.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콘크리트는 의류 브랜드 노앙의 디렉터로 있었던 페인터 겸 아트디렉터 권철화, 포토그래퍼 김재훈, 설치미술을 하는 권바다 등 끼가 넘치는 세 명의 아티스트가 주축이 되어 움직이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오픈형 스튜디오 ‘스튜디오 콘크리트’를 기점으로 동시대 크리에이터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병행한다.

콘크리트의 시작은 2014년 10월에 가진 한 술자리였다. 유아인은 평소 대화가 잘 통하는 절친이었던 차혜영, 김재훈, 권철화를 집으로 모았다. “재미있는 거, 너희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수익도 내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지 않을래?”라는 유아인의 제안에 시작된 흥미로운 토론은 주제를 옮겨가며 6개월가량 지속되다가 유학에서 돌아온 권바다가 합류하며 올해 초 결실을 맺었다.

패션계에 첫선을 보인 것은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의 매거진 <톰페이퍼>를 발행하면서. 콘크리트가 기획부터 인쇄까지 모든 디렉팅을 맡았고, 유아인이 커버 모델이자 편집장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럭키슈에뜨의 컬렉션 라인 제이디씨 포 럭키슈에뜨의 룩북을 진행하며 패션업계의 프러포즈 1순위 아트디렉터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콘크리트의 목표는 예술로 대중과 소통하고, 나아가 수익도 창출해 미래 세대 지원과 공공예술을 통한 비영리 사회 환원이라니, 외모도 실력도 훈훈한 아름다운 청년들의 앞으로가 기대될 수밖에.

1 <톰페이퍼>의 창간호 커버. 2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권철화의 작품.

1 <톰페이퍼>의 창간호 커버. 2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권철화의 작품.

왼쪽부터 아트디렉터 조기석과 세트 스타일리스트 공소현.

왼쪽부터 아트디렉터 조기석과 세트 스타일리스트 공소현.

실력은 나이순이 아니잖아요
CGS

조기석을 만나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아트디렉터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 나이에 한 번,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하고 탄탄한 포트폴리오에 또 한 번. 1992년생인 조기석은 동갑내기 세트 디자이너 공소현과 CGS라는 팀을 이뤄 전방위에 걸친 비주얼&아트디렉팅 작업을 하고 있다. 로우 클래식 2014 F/W 의상의 그래픽 패턴 협업, 밴드 혁오의 ‘Ohio’ 뮤직비디오 세트와 의상,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룩북이나 캠페인 촬영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중이다.

조기석은 직접 그래픽 작업을 하고, 사진을 찍고, 스타일링을 하고, (공소현과 함께) 세트를 제작하는 팔방미인이다. “다양한 장르에 호기심이 많고, 그것을 접목시키는 일 또한 흥미로워요. 아쉬운 부분을 직접 채우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게 됐어요. 이런 것들이 안목과 실력을 키우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묻자,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 자신의 작업 성향을 반영한 듯 사진가 닉 나이트, 뮤지션 겸 영상 감독인 우드키드, 브랜드 꼼데가르송이라고 답한다. 조기석의 이런 멀티적 기질은 어쩌면 매거진에서 1년 정도 에디터 겸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력이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안전한 길보다는 위험한 길이 더욱 매력 있다는 조기석과 공서현은 잠시 쓰이고 부서지는 세트가 아쉬워 인테리어 혹은 공간, 설치미술이라는 분야로 도전할 계획도 세워두었다.

1 CGS가 의상과 세트를 모두 담당한 혁오 밴드의 'Ohio' 뮤직비디오. 2 2014 F/W 로우 클래식 의상. 4 드링크스캔코드와의 협업.

1 CGS가 의상과 세트를 모두 담당한 혁오 밴드의 ‘Ohio’ 뮤직비디오. 2 2014 F/W 로우 클래식 의상. 4 드링크스캔코드와의 협업.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정환욱
포토그래퍼
박종원, 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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