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꿈꾸는 자의 몫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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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라는 이름으로 너도 나도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린다. 디자이너는 어떻게 창조를 하는지 에디터는 어떻게 화보를 촬영하는지 모두 공개한다.모델은 친근한 얼굴로 다가오고 사진가는 과장과 왜곡이 아닌 현실을 조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입을 수 있는 옷만 입는다. 하지만 패션은 꿈꾸는 자의 몫이 아니었던가?

1. 에서는안나 윈투어가화보를 배열하는모습을 볼 수 있다.2. 카린 로이펠트가 수많은블로거들에게 사진을찍히고 있다.3. 가장 핫한 신인 모델 중하나인 친숙한 얼굴의콩스탕스.4. 스트리트 패션으로스타가 된 사토리얼리스트.5.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셀린 광고는 현실적인 옷과사진 톤을 보여준다.6. 인기 블로거이며사토리얼리스트의여자친구이기도 한 가랑스도레. 7. 마크 제이콥스&루이 비통의 DVD에선 그의모든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8. 에르메스의 CD로 발탁된젊은 스트리트 감각의크리스토프 르메르.9.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칼리 크로스는 친근한마스크를 지녔다.10. 쨍한 톤이 특징인테리 리처드슨의 톰 포드 광고비주얼. 11. 가랑스 도레가촬영한 러브 모스키노 광고비주얼은 마치 하나의스트리트 사진 같다.12.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티쇼인 .

1. <더 셉템버 이슈>에서는안나 윈투어가화보를 배열하는모습을 볼 수 있다.2. 카린 로이펠트가 수많은블로거들에게 사진을찍히고 있다.3. 가장 핫한 신인 모델 중하나인 친숙한 얼굴의콩스탕스.4. 스트리트 패션으로스타가 된 사토리얼리스트.5.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셀린 광고는 현실적인 옷과사진 톤을 보여준다.6. 인기 블로거이며사토리얼리스트의여자친구이기도 한 가랑스도레. 7. 마크 제이콥스&루이 비통의 DVD에선 그의모든 작업 과정을 볼 수 있다.8. 에르메스의 CD로 발탁된젊은 스트리트 감각의크리스토프 르메르.9.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칼리 크로스는 친근한마스크를 지녔다.10. 쨍한 톤이 특징인테리 리처드슨의 톰 포드 광고비주얼. 11. 가랑스 도레가촬영한 러브 모스키노 광고비주얼은 마치 하나의스트리트 사진 같다.12. 인기를 끌었던 리얼리티쇼인 <프로젝트 런웨이>.

나는 모델들이 커다란 뿔을 달고 물 위를 유유히 걷던, 알렉산더 매퀸 쇼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고, 인간과 신의 경계에 서있는 듯 근사해 보였던 슈퍼모델들로 가득 찬 패션지 <톱모델>을 낱낱이 찢어질 정도로 열심히 보았다. 또 스티븐 마이젤과 피터 린드버그의 거창한 사진들을 사랑했고, 카린 로이펠드 같은 미스터리에 둘러싸인 에디터를 동경하며 자랐다.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낸 패션이라는 신비로운 세계는 내게 환상을 심어주었으며 결국 그것을 꿈꾸도록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한다. 특히 최근의 패션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현재의 패션은 모든 것이 손에 쥐어지도록 만들어진다. 과거의 패션이 손끝조차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세상 너머의 것이었다면 현재의 패션은 신비와 환상의 베일을 벗어던지고 적나라한 알몸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다시 패션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마크 제이콥스는 패션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변한다. 그리고 지금 패션계에 일어나는 변화의 핵심적인 원인은 인터넷과 미디어의 힘이다.” 그렇다. 인터넷과 미디어로 인해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놀랄 만큼 파워풀해졌다. 블로그와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누구든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쓸 수 있으며, 유튜브와 플리커를 이용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13살짜리 블로거인 타비가 안나 윈투어와 함께 프런트로를 장식하며 블로거인 사토리얼리스트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그의 작업을 담은 사진집 <사토리얼리스트>는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DKNY 진의 광고까지 촬영했다. 또 최근 그의여자친구이자 블로거인 그랑스 도레 역시 러브 모스키노의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다. 그 광고들은 또 하나의 스트리트 사진처럼 연출된다.그뿐인가? 현재의 패션은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며 모든 것을 밝혀준다. 우리는 마크 제이콥스&루이 비통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일을 할 때 의자를 끌고 다닌다는 것, 영양바를 즐겨 먹는다는 것, 무엇보다 그의 작업 과정, 즉 뇌가 반응하는 과정까지 엿볼수 있다. 마크 제이콥스야 열린 마음을 지닌 디자이너이니 그렇다 치자.왕족과 소셜라이트의 디자이너인 무슈 발렌티노 역시 그의 모든 것을 공개한 영화 <마지막 황제>를 제작했다.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사생활을미스터리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세일즈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신비로움은 감소하겠지만 무슈 발렌티노는 이에 긍정적이다.“우리가 매일 사람들과 파티를 하고 경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하며 셀레브리티들과 키스를 나누는 건 아니다. 우리는 힘들게 일하며 몇천 명의 일자리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역시이 의견에 동의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패션이 매우 진지하고 경쟁적인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신비감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살기 위해 노력하는 생생한 모습이다.” 안나 윈투어가 직접 등장한 다큐멘터리 <더 셉템버 이슈>에서는 환상적인 화보 촬영의 과정이 낱낱이 공개된다. 이제 우리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수많은 메이킹 스토리를 지겹도록 보고 있다. 또 <더 레이첼 조 프로젝트>, <프로젝트 런웨이>,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모델> 등의 리얼리티 쇼도 인기를 끈다. 타임 매거진의케이트 베츠는 이 현상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전의 패션은 작고 격리된 비즈니스였지만 지금은 글로벌비즈니스로 발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가 존중받고 있다.” 또 에스티 로더의 프레지던트는“젊은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적인 리얼리티 쇼를 보며 자란다. 스타는‘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미스터리한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당신이 패션계에 있다면 대중과 어울리거나 혹은 뒤에 남아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충고한다.패션이 리얼리티로 내려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티븐 마이젤과 마리오 테스티노 등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2010년을 대변할 수 있는 포토그래퍼는 유르겐 텔러와 테리 리처드슨이다. 유르겐 텔러는 마치 비전문가가 촬영한 듯 플랫하지만 감성적인 비주얼을 만든다. 예전의 과장되고 왜곡된 비주얼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다른 방식이지만 테리 리처드슨 역시 마찬가지다. 날것 같은 그의 사진은 그래서 다 야하다. 모델들도 예전의 슈퍼모델처럼 완벽한 마스크와 몸매를 자랑하지 않는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칼리 크로스는 키가 크고 마른 몸이 아니라면 길거리에서도 마주칠 법한 얼굴이며 등장하자마자 뜨고 있는 신인 콩스탕스자 블론스키 역시 친근한 외모를 지녔다. 하이 패션지의 화보도 많이 달라졌다. 스트리트 감성의 그래피티, 타투, 펑크라는 주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90년대 미니멀리즘을 이끈 대가 질샌더가 대중의 옷인 유니클로를 택한 것도, 에르메스가 젊은 감각의 스트리트 패션에 강한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를 CD로 임명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역시 마찬가지. 몇 시즌 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일에 지치고 보톡스를 맞고 지방 흡입을 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옷을 입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들과 소비자들은 현실에 눈뜨게 되었고 때마침 셀린에 피비 파일로라는 디자이너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진짜 옷을 입게 되었다. 케이트 모스는 이렇게 말한다.“내가 항상파티에 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목표의 대변환을 직접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는“패션의 진짜 어필은 포장되거나 괴상하거나 이상한 방법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일뿐이다. 소비자의 진짜 꿈은‘ 제품’이다”라고 말한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실만을 조명하는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꿈일까? 환상이나 동경이 사라진 패션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을까? 어느 사진가는 내게 이렇게 얘기했었다.“패션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라고. 나는 그 말에 동의했고 그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이 현실적인‘현실’을 참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꿈이 없는 현실과 패션은별 없는 밤하늘처럼 너무 삭막하니까. 그리고 그 꿈은 우리를 살아가게하니까.

에디터
김석원
포토그래퍼
GETTY IMAGE/MULTIBITS
기타
COURTESY OF LOUIS VUITTON, LOVE MOSCH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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