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 주훈과 디올, 신인류의 형상

김신, 권은경

조나단 앤더슨의 디올과 코르티스 주훈, 두 비현실적 세계의 충돌이 빚어낸 신인류의 형상.

JUHOON

2008년 1월 3일생

‘REDRED’ 뮤직비디오에서, 빈티지하면서도 한국의 것임이 분명한 장소를 누비는 코르티스. 주훈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시대를 즐겨 탐험하며, 세월을 타지 않는 진한 스타일을 갖고자 한다. 다섯 멤버 중 ‘유일한 두부상’으로 불리는 주훈이 스스로를 두고 ‘옳은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때, 그에게서 말랑함과 거리가 먼 견고함이 보였다.

그레이 크롭트 재킷, 퀼팅 디테일의 입체적인 블랙 스커트, 화이트 드 디올 힐 몽크 더비 슈즈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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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크롭트 재킷, 퀼팅 디테일의 입체적인 블랙 스커트, 화이트 드 디올 힐 몽크 더비 슈즈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그레이 크롭트 재킷, 퀼팅 디테일의 입체적인 블랙 스커트, 화이트 드 디올 힐 몽크 더비 슈즈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Monochrome, 2023, Acrylic, oil on canvas, 100x150cm.
Aokizy, Agony, 2025, Acrylic on canvas, 170x140cm.

3D 플라워 자수와 태슬 디테일의 푸퍼 재킷, 화이트 턱시도 셔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새 앨범 발매를 축하합니다. 요즘 한창 바쁠 때죠?
주훈
컴백하고 나니 스케줄이 밀물처럼 들어와서 현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코르티스 미니 2집 <GREENGREEN>에는 총 여섯 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중 가장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한 곡에 대해 소개해 주실래요?
아무래도 ‘ACAI’를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LA 송 캠프에서 작업하던 당시 1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사이볼을 시켜 먹은 기간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결국 아사이볼을 소재로 노래까지 만들게 됐는데요. 주제가 신선하면서 동시에 저희의 포부를 잘 담고 있고, 비트와 플로우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져서 멤버들 모두 굉장히 좋아하는 트랙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코르티스가 생각하는 ‘자유’가 잘 드러난 지점을 하나 꼽아보자면요?
수록곡 ‘YOUNGCREATORCREW’에 나오는 ‘요를레이히’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사실 저희끼리 프리스타일을 하다가 나온 단어인데, 언뜻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이 가사를 만들었을 때도 그렇고, 부를 때도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라운 디올 바 코트, 베이지 셔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Agony, 2025, Acrylic on canvas, 170x140cm.

베이지 크롭트 바 재킷은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타이틀곡 ‘REDRED’에서는 코르티스가 무엇을 경계하는지, 혹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압축적으로 담아냈죠. 가사에 담긴 것 외에 주훈이 지향하는 것과 경계하는 것을 들어보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꾸밈없는’, ‘소신 있는’, ‘사랑하는’, ‘줏대 있는’… 이런 태도나 행동을 지향합니다. 반대로 ‘꾸며진’, ‘과한’, ‘인위적인’, ‘유행 타는’, ‘단편적인’, ‘갇혀 있는’ 등의 것들을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코르티스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데뷔 앨범 송 캠프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참 좋아해요. 즐겁게 봤어요. 매일 아사이볼을 먹었던 이번 송 캠프 과정에서는 어떤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우선 1집 다큐를 보셨다니, 굉장히 부끄럽네요. 미니 2집 작업에 들어가면서 개인적으로 더 대담하게 하자고 스스로 되뇌었습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확실하게 밀고 나가고, 도전도 더 많이 하자고 다짐했고요. 제 의견이 채택되든 안 되든, 그런 경험 자체가 제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송 캠프를 할 때 짧게나마 제가 떠올린 가사를 마이크에 뱉어보고, 어떻게 하면 곡을 좀 더 좋게 들리도록 만들 수 있을지 자주 고민했습니다. 예시를 들자면, 타이틀곡 ‘REDRED’ 중 “차갑게 방치된 시티”라는 가사가 나오는 구간은 원래 멜로디가 다 같은 음이었어요. 이 부분을 계속 듣다가 훅 바로 전인 만큼 분위기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끝 음을 올려보자’고 의견을 냈어요. 그렇게 바뀐 버전이 최종 노래로 나오게 되어서 뿌듯했습니다.

Aokizy, CRT, 2026, Acrylic on canvas, 120x120cm.

베이지 크롭트 바 재킷과 블루 사이드 포켓 디테일의 데님 팬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Head Statue, 2022, Resin, 40(h) cm

멤버들끼리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도 만든다는 점은 코르티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죠. 수많은 스태프들과 공식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전에 콘셉트를 펼쳐보는 과정이거나, 멤버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선에서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경험이라고 이해합니다.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 관련해서도 주훈 군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부분이 있을까요?
‘TNT’라는 곡의 경우 저희가 직접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만들기에는 일정이 빠듯했고, 대신 저희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기존 영상 소스를 활용해 애니매틱(스토리보드 영상)으로 만들었거든요. 제가 편집을 맡았어요. 멤버들과 상의한 결과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영상 콘셉트로 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편집할 때 최근에 본 영화나 바디캠 영상 중 저희의 의도를 살릴 수 있는 장면을 따와 작업했죠. 운 좋게도 회사와 뮤직비디오 감독님 모두 그 영상을 좋아하셔서, 거의 그대로 본편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었습니다. ‘REDRED’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두 가지 버전의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가 있고, 하나는 원테이크 느낌으로 저희가 걸어가면서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노포에서 찍었어요. 멤버들 모두 노래에서 반항적인 느낌이 난다고 말했고, 그걸 한국의 옛 식당이나 골목에서 저희 스타일로 잘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해서, 일단 무작정 노포를 섭외해 캠코더 하나 들고 가서 찍었습니다.

미니 2집을 둘러싼 모든 작업 중 제일 즐거웠던 과정, 반대로 제일 골치 아프고 고민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 들려주시겠어요?
즐거웠던 과정 중 하나는 의상 피팅이었습니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자 의도한 앨범인 만큼, 저희가 평소 입는 스타일과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습니다. 가장 고민이 된 건 가사였어요. 어떻게 하면 개성 있는 가사를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 같이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과물을 보면 곡마다 뚜렷한 분위기로 가사가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3D 플라워 자수와 태슬 디테일의 푸퍼 재킷, 화이트 턱시도 셔츠, 블랙 주름 쇼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그레이 크롭트 재킷, 퀼팅 디테일의 입체적인 블랙 스커트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Monochrome, 2023, Acrylic, oil on canvas, 100x150cm.
Aokizy, Agony, 2025, Acrylic on canvas, 170x140cm.

주훈 군은 혹시 ‘노스탤지어’, ‘노스탤직’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나요? 쓰는 모습 몇 번 봤거든요. 2008년생에게 노스탤지어란 뭘지 궁금해요. 노스탤지어나 빈티지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요?
노스탤지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합니다. 다만 저에게는 그 노스탤직함이 제가 어렸을 적이라기보다는 제가 태어나기 전 시대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전 세대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만 봐도 그런 사실을 명백하게 느낄 수 있잖아요. 저도 비슷한 경우인데요. 요즘 시대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유행도 금세 변하고, 이에 따라 개성이 무뎌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저는 그런 흐름 안에서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개성과 스타일을 구축해갔는지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등을 알아보면서 ‘나도 세월을 타지 않는 진한 스타일을 갖고 싶다’고 은연중에 마음먹게 된 거죠. 그렇게 예전에 유행한 옷을 사 입고, 옛날 노래도 듣고, 거기에 제 색깔을 어떻게 첨가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노스탤직함에 끌린 것 같습니다.

멤버 중에서 주훈 군이 제일 과묵한 편에 속하는 것 같거든요. 목소리가 조용한 편이고, 말투도 속도로 치면 ‘슬로우’고요. 주훈의 말수가 많아지게 만드는 주제는 뭔지, 긍정적으로 흥분하게 되는 경우는 언제인지 궁금해요.
밥 메뉴 고를 때입니다. 바쁜 일정에 맞춰 시간을 보내면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데,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여유와 리듬을 찾는 게 제 낙입니다. 항상 제 혀, 뇌와 소통하면서 고심 끝에 메뉴를 고르는 것 같습니다.

베이지 크롭트 바 재킷은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그레이 크롭트 바 재킷, 그린 크루넥 니트 톱, 네이비블루 니트 팬츠, 브라운 트위드 소재의 디올 로디 레이스업 부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어느 인터뷰에서 멋이란 곧 자신감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자신감을 가지려면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연습생 생활 때부터 지금까지, 주훈군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감이 좀 더 차올랐을까요?
연습생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경험이 조금 쌓였고, 그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더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차오른 듯해요. 사실 자신감이나 멋이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옳은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훈 군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때나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경우는 뭘 하고 어떤 시간을 보낼 때인가요?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을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저 자신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몸 가는 대로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그때가 제일 편해요. 주기적으로 그런 운동을 하려고 해요.

그레이 플리츠 실크 새틴 칼라와 그레이 니트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퍼플 시퀸과 레이스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 블루 스키니 진, 디올 메달리온 벨트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Agony, 2025, Acrylic on canvas, 170x140cm.

데뷔한 이후 알게 된 것, 느끼게 된 것들은 뭔가요?
의외로 데뷔 후와 데뷔 전의 삶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요. 저에게 유일한 변화를 꼽자면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데뷔 전에는 막연하게 데뷔라는 목표만을 가지고 연습했다면, 이제는 팬들과 같이 잘 즐기고 싶다는 비교적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연습해서 더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팬 여러분의 사랑 덕분에 활동할 때도 안정감이 들고요.

데뷔 후 아직도 좀 어렵다거나 적응이 잘 안 되는 게 있다면요?
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알아봐주시는 게 아직 익숙하진 않아요. 하지만 뭔가 그런 사소한 변화를 통해서 저희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기도 해요.

브라운 디올 바 코트, 베이지 셔츠, 그레이 플레어 팬츠, 브라운 트위드 소재의 디올 로디 레이스업 부츠는 Dior Winter 26 Menswear 제품.

Aokizy, Agony, 2025, Acrylic on canvas, 170x140cm

멤버 중 ‘이건 인정한다’ 싶은 한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실래요?
제임스 형은 확실히 저희 팀에서 제일 ‘이상한’(좋은 의미로) 사람이에요. 현실에 맞닿아 있지 않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데, 그런 것들이 모여서 저희 팀의 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작년 <더블유> 인터뷰 때 ‘원하는 게 생기면 이룰 때까지 노력한다, 목표가 있을 때 더 큰 동기부여를 얻는 편이다’라고 말했어요. 그 말이 기억에 남거든요. 이번 앨범으로 컴백하면서는 어떤 목표를 세웠나요?
미니 2집 활동에서 개인적인 목표는 ‘더 내려놓는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든 일상에서든, 제 안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더 끄집어내고 싶습니다. 머리보다 마음을 더 따르고 싶어요. 제 자연스럽고 온전한 모습을 팬들, 그리고 더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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