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이 입증한 제철 코어, 우리는 왜 제철에 꽂혔나?

박은아

자연이 정한 시간표를 따라 먹는 것, 가장 단순한 웰니스 전략.

건강 트렌드는 늘 진화합니다. 슈퍼푸드가 주목받던 시대가 있었고, 비건과 로컬푸드가 웰니스의 언어를 점령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부상한 키워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제철 코어(Seasonal Core)’. 특정 식단도, 새로운 다이어트 방식도 아닙니다. 지금 이 계절에 자연이 내놓은 것을 먹는 일. 너무나 당연한 이 원칙이 다시 건강 전략으로 소환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연의 시간표와 인체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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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은 계절의 영향을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받습니다. 일조량, 기온, 습도의 변화는 호르몬 분비와 대사 리듬에 직접 작용하죠. 겨울에 일조량이 줄면 비타민 D 합성이 감소하고 면역 기능이 저하되는데, 이 시기에 귤, 유자, 배추가 풍부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이 식재료들은 계절이 요구하는 신체 조건을 정확하게 보완합니다. 여름의 수박, 오이, 토마토도 마찬가지고요. 체온 상승과 탈수가 잦은 시기에 수분과 칼륨이 풍부한 식재료가 제철을 맞습니다. 제철 식재료는 자연 환경과 인간의 생리 변화 사이의 균형 장치입니다.

제철 식재료가 더 영양가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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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학자들이 제철 식품을 권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근거는 영양 밀도입니다. 식재료는 수확 후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 성분이 줄어듭니다. 특히 비타민 C와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은 저장 기간 동안 빠르게 감소합니다. 제철에 수확된 식재료가 장거리 운송을 거친 식품보다 더 많은 영양소를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제철 농산물은 자연 숙성 상태로 수확되지만, 비제철 작물은 저장, 냉장, 인공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장 건강과 미생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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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웰니스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장내 미생물입니다. 장 속 미생물의 다양성이 면역, 대사,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죠. 참고할만한 건, 계절에 따라 식단이 달라지면 장내 미생물도 변화합니다는 사실.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식이섬유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이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집니다. 봄의 냉이, 달래, 두릅에 풍부한 폴리페놀과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됩니다. 가을의 버섯과 뿌리채소 역시 마찬가지죠. 제철 식단은 별도의 건강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장내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식사 방식인 거죠.

3월과 4월엔 ‘이 것’ 챙겨 먹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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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봄동은 장안의 화제였죠. 봄동은 겨울을 나며 단맛이 올라 이 시기에 풍미가 가장 좋습니다. 쑥도 3월의 대표 식재료입니다.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K가 풍부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 효능으로 오랫동안 약재로도 활용되어 왔어요. 혈액 순환을 돕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달래, 단백질과 사포닌이 풍부한 두릅, 비타민 C 함량이 레몬에 버금갈 만큼 높아지는 딸기도 이 시기에 꼭 챙겨 드세요.

제철 코어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lunaisabellaa

편리함이 항상 최선은 아닙니다. 글로벌 유통망과 온실 재배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계절과 무관하게 원하는 식재료를 언제든 구할 수 있게 됐죠. 그런데 바로 그 편리함이 몸의 계절 감각을 둔하게 만들었다는 사실. 1년 내내 비슷한 식재료를 먹는 식단은 다양성을 잃고, 신체가 계절의 리듬에 반응할 기회 역시 사라졌습니다.

@pdm.clara

제철 코어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특별한 보충제나 정교한 식단 설계가 필요하지 않거든요. 지금 이 계절에 자연이 가장 완성도 높은 상태로 내놓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몸은 이미 계절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제철 식재료는 그 반응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수단입니다.

진정한 웰니스는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복잡하게 채우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맞게 단순하게 돌아가는 데서 시작됩니다. 제철 코어는 가장 오래된 건강의 원칙이자,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유효한 웰니스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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