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미지의 지구입니다, 26 FW 루이 비통 컬렉션

명수진

LOUIS VUITTON 2026 FW 컬렉션

루이 비통의 이번 목적지는 아직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지구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그 공간을 유영하는 현대적 유목민의 이미지를 런웨이에 불러오며, 바람과 비, 태양 같은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스타일을 제안했다. 26 FW 루이 비통 컬렉션은 서구적 테일러링의 엄격한 문법을 해체하고, 자연과 인간,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순간을 조명했다.

루브르 박물관 쿠르 카레(Cour Carrée)에 마련된 런웨이는 마치 ‘지구의 호흡’을 시각화한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세버런스>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레미 힌들(Jeremy Hindle)이 설계한 세트는 드라마에서 보여준 특유의 차갑고 기하학적인 미감을 연상시켰다. 이끼와 잔디로 덮인 날카로운 초원 구조물은 대지의 뿌리처럼 꿈틀거렸고, 태양광의 변화를 재현한 조명은 빛의 각도에 따라 의복의 질감을 끊임없이 변주했다.

실루엣의 출발점은 중앙아시아 목동들이 비바람을 견디기 위해 입던 전통 의상 ‘케페네크(Kepenek)’이다. 오프닝을 장식한 케이프와 가죽 스트랩을 엮어 만든 코트는 거대한 박쥐를 연상시키는 전위적 실루엣으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넓은 어깨 라인의 코트와 커다란 울 펠트, 모피 케이프는 원초적인 보호 본능을 패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시어링과 페이크 퍼로 포인트를 더한 오버롤, 선명한 붉은 우비, 배낭을 멘 여행자의 형상은 거친 자연을 떠도는 현대적 생존자의 이미지를 투영한 듯했다.

이번 컬렉션의 백미는 자연물과 인공물의 경계를 흐리는 공예적 디테일에 있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가죽 표면이나 광물처럼 가공된 레진 장식은 소재에 대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집요한 탐구를 보여준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서사에 위트를 더한 것은 우크라이나 아티스트 나자르 스트렐랴예프-나자르코(Nazar Strelyaev-Nazarko)와의 협업이다. 타탄 체크 위에서 루이 비통 장화를 신고 뛰노는 어린 양의 프린트는 이번 쇼의 주제인 ‘슈퍼 네이처’를 동화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낸 장치였다. 이 이미지는 타탄 재킷과 스커트에 자수와 프린트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쇼의 초대장에도 메인 비주얼로 사용되었다.

액세서리 라인 역시 ‘개인적인 대피소’라는 개념 아래 확장되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다양한 헤드기어였다. 매끄러운 곡선의 헬멧형 모자, 아우터와 연결되거나 별도로 착용하는 구조적 후드, 전통 바구니를 엮는 방식을 재해석한 헤드기어는 외부 세계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는 일종의 은신처처럼 보였다. 챙이 없는 반구 형태의 자이언트 돔 햇과 몽골리안 햇은 유목민적 정체성과 미래적 감각을 동시에 담아냈다. 백과 슈즈에도 유랑의 정서를 더했다. 1932년 탄생한 오리지널 노에(Noé) 백이 고유의 비율로 귀환하며 하우스의 유산을 공고히 하는 한편, 나뭇가지를 엮은 듯한 핸드백과 뿔 형태의 앤틀러 힐(Antler heels)은 이번 여정이 결국 자연의 본질로 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창립자 루이 비통의 고향인 쥐라 산맥의 기억을 소환하면서 이를 지구 중심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확장했다. 이는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는 의복을 넘어, 자연이라는 거대한 섭리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하고도 강인한 태도에 대한 고찰이었다.

영상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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