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문 아일랜드 서사, 26 FW 시몬 로샤 컬렉션

명수진

SIMONE ROCHA 2026 FW 컬렉션

2월 22일 런던 패션위크 셋째 날, 시몬 로샤는 런던 북부 알렉산드라 팰리스 극장(Alexandra Palace Theatre)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1872년에 건립되어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은 시몬 로샤의 미학을 드러내는 무대가 되었다. 26 FW 시몬 로샤 컬렉션은 켈트 신화, 90년대 더블린의 노동계층 청년 공동체, 그리고 아일랜드 예술공예 운동을 이끈 예이츠(Yeats) 자매까지 세 개의 서사가 교차하며 전개됐다. 시몬 로샤는 아일랜드에 기반한 다채로운 시대와 계층, 신화와 현실을 마치 태피스트리를 짜듯 엮으며 ‘고통과 환희(Agony and Ecstasy)’라는 주제를 탐색해나갔다.

컬렉션은 켈트 신화 속 백마를 연상시키는 아이보리 컬러의 레이스 드레스로 시작했다. 신화적 장면에서 출발한 시점은 급격히 지상 세계로 이동한다. 아일랜드의 거친 풍경을 연상시키는 두툼한 트위드 코트와 시어링 아우터가 등장하고, 페리 오그던(Perry Ogden)의 포니 키즈(Pony Kids) 사진집에서 영감을 얻은 MA-1 재킷은 잭 버틀러 예이츠(Jack B. Yeats)의 1936년 회화 〈티르 나 노그에서(In Tír na nÓg)〉를 참조한 카키 그린으로 채색됐다. 한편, 더블린 청년 문화에서 비롯된 스트리트 스타일을 기반으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의 협업 컬렉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주 지퍼 트랙 재킷과 튤 스커트, 레이스 트리밍 보일러수트(Boilersuit), 러플 트랙수트, 진주 장식 스니커즈, 리본으로 재해석된 트레포일 로고 등 스포츠웨어에 시몬 로샤 특유의 낭만적 장식이 더해졌다. 시몬 로샤는 자신 또한 ’10대 시절 튜튜와 아디다스를 입곤 했다’며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믹스 매치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을 이룬 영감은 1908년에 오직 여성으로만 구성된 출판사 쿠알라 프레스(Cuala Press)를 설립한 릴리, 엘리자베스 예이츠 자매였다. 이들이 아일랜드 예술 공예 운동의 일환으로 제작한 자수 직물과 태피스트리가 컬렉션 곳곳에 등장했고, 컬렉션 후반부에는 빅토리아 시대, 1920년대 실루엣과 믹스되어 하이라이트를 이뤘다. 수많은 리본 로제트를 장식한 드레스와 크리놀린 파니에 스커트, 금속 루프와 피어싱 디테일로 뒤틀린 볼가운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피날레를 만들어냈다. 승마 장비에서 착안한 하네스 하드웨어와 금속 장식은 20세기 초 가부장적 사회의 ‘통제’와 여성 공동체의 ‘해방’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예이츠 자매의 유산을 환기했다.

시몬 로샤 26 FW 컬렉션은 아일랜드 서사 안에서 여러 시대와 영감이 교차하며 브랜드 특유의 ‘충돌의 미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시즌이다. 시몬 로샤는 이번 쇼가 ‘서로 다른 시대의 아이디어가 충돌하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며,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웨어를 선보이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사진
Courtesy of Simone R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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