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분명, 엔믹스의 프라임타임!

전여울, 이예지

설윤, 배이, 지우를 만났다.

작년 첫 정규 앨범 <Blue Valentine>으로 기록적인 반응을 터트린 엔믹스는 그 기세를 이어 쉼 없이 다음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월 라틴아메리카 페스티벌 무대를 시작으로, 3월부터는 8개국 12개 도시를 도는 첫 월드 투어의 돛이 오른다. 지금은 분명, 엔믹스의 프라임타임이다. 그 상승 곡선 위에서 설윤, 배이, 지우를 만났다.

설윤이 착용한 광택이 있는 메시 톱은 알라이아, 팬츠는 꾸레쥬, 힐은 톰 포드 제품.

2월에 남미 대륙을 누빌 예정이라 들었어요. 전해 들은 일정만 봐도 꽤 숨 가쁘던데요?
설윤
맞아요. 당장 2월 16일에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모여든다는 브라질 ‘상파울루 카니발’에 참여해요. 작년 여름 브라질 팝스타 파블루 비타르와 협업해 ‘Mexe’를 발표했는데, 그 인연이 이어져 이번 카니발에서는 파블루와 함께 퍼레이드 트럭 무대에 오르게 됐어요. 24일에는 칠레의 ‘비냐 델 마르 페스티벌’에서 헤드 라이너로 공연하고요. 벌써부터 기대돼요.
배이 사실 저희가 데뷔 때부터 라틴아메리카와 인연이 있었어요. 데뷔곡 ‘O.O’ 가사에도 ‘Baila’라는 스페인어 단어가 나오거든요. 남미 팬분들은 객석에서 정말 신나게 춤을 추면서 무대를 함께 만들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스페인어 수업을 한창 듣고 있는데, 기대가 커요.

2월 중순 발매하는 라틴팝 신곡 ‘Tic Tic’도 미리 들어봤는데요. 엔믹스 음악 하면 ‘예측 불허한 전개’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 노래 역시 보란 듯 예상을 벗어나더라고요.
설윤 파블루 비타르와 또 한 번 협업한 곡이에요. 그만큼 더 조화로운 결과물이 나온 듯해요. 멜로디가 진짜 중독적이고 신나요. 듣는 순간 파워 워킹을 하게 만드는 곡들 있잖아요. 약간 그런 느낌이에요.
지우 라틴 장르답게 전개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가요. 듣는 재미가 있죠. 이틀 전에는 안무를 처음 봤는데, 되게 독특해요. ‘틱틱’이라는 가사에 맞춰 손가락을 튕기는 파트도 있고요. 퍼포먼스가 에너제틱하게 완성돼서 무대에 올렸을 때 반응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지우가 입은 메시 컷아웃 장식 미니드레스는 마린 세르, 타이츠는 YCH 제품.
배이가 착용한 가죽 점퍼, 레깅스는 YCH, 주얼 장식 힐은 프라다 제품.

최근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K팝 음반’ 부문에 작년 발매한 두 앨범 <Blue Valentine>, <Fe304: Forward> 가 모두 후보로 올랐어요. 이 부문에 한 가수가 두 장의 앨범으로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 들었어요.
배이 뭐랄까요… 정말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작년은 ‘Blue Valentine’으로 정말 큰 사랑을 받은 해잖아요. 살면서 가장 많이 울어본 해였던 것 같아요. 너무 기뻐서.

그렇다면 막간 퀴즈입니다. 발매 후 약 석 달이 흐른 지금, ‘Blue Valentine’의 멜론 차트 순위는?
배이 악! 거의 매일 확인했는데, 몇 위죠?(웃음)

6위예요(웃음). 이 곡으로 데뷔 1,331일 만에 멜론 차트 1위를 기록했어요. 일간, 주간, 월간 차트 모두 정상에 올랐고요. 첫 1위를 했던 날, 기억나요?
배이
1분 1초 다 기억해요. 한밤중 숙소에서 처음 소식을 들었어요. 지우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서로 ‘언니’, ‘지우야’만 말하고 바로 껴안고 울었어요(웃음).
설윤 저는 그때 샤워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밖이 너무 소란스러운 거죠.
지우 머리에 수건 두르고 뛰어나와서 “왜! 무슨 일이야!” 했죠(웃음).
설윤 근데 사실 듣고도 바로 믿기진 않았어요. 그전까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Golden’이 1위였거든요. 저희는 계속 2위에 머물고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Golden이 1등이면 우리도 1등으로 쳐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농담을 주고받곤 했어요(웃음).

지우가 입은 가죽 재킷은 카이트, 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 슈즈는 릭 오웬스 제품. 설윤이 입은 점프슈트는 꾸레쥬 제품. 배이가 입은 셔츠, 스커트, 힐은 프라다 제품.

사실 데뷔 초부터 여러 장르를 한 곡에 결합한 ‘믹스팝’을 고수하면서, 엔믹스 음악에는 ‘하드 리스닝’이라는 평가가 줄곧 따라다녔잖아요. ‘가창돌’이라 불릴만큼 실력과 음악성은 인정받았지만, 결정적 히트곡이 없다는 말도 있었고요. 그런 흐름에서 ‘Blue Valentine’은 분명한 전환점이 됐을 듯해요.
설윤
다른 것보다 ‘이 길이 맞구나,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얻은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컴백할 때마다 반응을 안 찾아볼 순 없잖아요. 난해하다는 댓글을 볼 때면 ‘이렇게 계속 가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솔직히 있었어요. 우리도 만족하고, 대중도 만족하는 타협점이 무엇일까 고민한 때가 많았으니까요.

“K팝계 전반에서 이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호의적인 말이 나오는 건 오랜만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김윤하가 남긴 이 말처럼, 작년 발매한 두 앨범은 <빌보드>, <포브스>, 등 외신의 주목까지 받으며 대중적 성과와 비평에서 좋은 평가를 동시에 거뒀잖아요. 이런 반응을 보며, 그동안 해온 방식이 통했다는 실감도 했을까요?
설윤
사실 저도 데모를 처음 들었을 때 너무 새로워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많았어요. 힙합, 재즈, 브레이크비트 장르가 다 섞인 ‘High Horse’나, 가창 난도가 높은 ‘Papillon’ 같은 곡들은 특히 그랬고요.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도 우리의 목소리로 부르면, 낯선 것이 곧 멋진 것으로 바뀐다는 걸 여러 번 느꼈어요. 녹음할 때 멤버들이 생각보다 훨씬 잘 소화해서 놀란 적이 많아요. 어려워서 더 멋있고, 그걸 해내서 더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많은 분들이 천천히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

“우리가 하면 낯선 것이 곧 멋진 것으로 바뀐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그게 가능하려면 결국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배이
지금도 하루 6~8시간 댄스 레슨을 받고, 그 앞뒤로 꼭 보컬 레슨을 들어요. 보컬 레슨이 필요 없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옆에서 보면, 어떻게든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레슨에 참가하거든요.
설윤 저는 좀 웃긴데, 코인 노래방에서 혼자 연습할 때가 많아요(웃음). 평소 연습하다가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으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편이거든요. 코인 노래방도 그냥 놀러 갔다가 뭔가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계속 불러요. 분명 즐기러 갔는데 이상한 고집이 발동하는 거죠(웃음).

배이가 입은 가죽 재킷, 시스루 톱, 쇼츠, 부츠는 릭 오웬스 제품.

다가오는 3월부터 8개국 12개 도시를 도는 첫 월드투어를 앞두고 있죠. 데뷔 후 처음이라 더 남다를 것 같아요. 지금 기분은 어때요?
지우
너무 설레요. 멤버끼리 목표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단독 콘서트가 나왔거든요. 작년 11월에 한국에서 처음 단독 콘서트를 했는데, 저희도 처음이고 팬분들도 처음이잖아요. 그 설렘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팬분들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까 제가 몰랐던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행복하고 들떠 있는지 사진에 투명하게 담긴 채로요. 월드 투어는 그 순간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하는 거잖아요. 같은 무대를 반복하기보다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 한창 월드 투어 준비 중이라 들었어요. 살짝 스포일러를 해준다면요?
배이
올 밴드 라이브 세션으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확실히 MR로 하는 것보다 훨씬 웅장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수록곡 ‘Rico’ 편곡이 정말… 이건 말로 설명이 안 돼요. 직접 들어보셔야 해요(웃음).

나라마다 팬층의 취향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그래서 따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도 있을까요?
설윤
무대에서의 애티튜드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좀 더 멋지고 과감하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요즘 트와이스 언니들의 투어 영상을 자주 찾아보고 있어요. 특히 지효 언니 무대를 계속 보고 있는데, 진짜 너무 멋있어요. 오로지 무대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언니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지우가 착용한 홀터넥 드레스, 팬츠는 꾸레쥬, 힐은 발렌티노 제품.

만약 투어 도시에서 하루 정도 완벽한 휴가가 주어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설윤
제가 한국에서는 완전 집순이예요. 나간다고 해도 코인 노래방이나 PC방 가는 정도거든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요. 예전에 파리에 갔을 때 에펠탑을 못 봤어요. 이번 투어로 다시 가게 되니까 꼭 에펠탑 앞에서 인생샷을 남기고 싶어요.
지우 오, 저도. 멤버들이랑 카페 데이트하면 좋을 것 같아요.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홀짝이고, 빵 나눠먹고.

만약 오늘 이 세 멤버가 따로 시간을 보낸다면 어떨까요?
배이
저희 셋이 나이대가 비슷해서 ‘찐친 바이브’가 있어요. 장난도 정말 많이 치고요. 이 조합이라면 아마 귀여운 것들 잔뜩 파는 잡화점에 가서 한참 구경할 것 같아요. 그거 하나로도 몇 시간은 금방 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모처럼이니, 이 셋이서 ‘칭찬 감옥’ 한번 열어볼까요?
배이
지우는 있는 그대로 사람을 바라봐요. 편견이 없어요. 그게 사실 정말 어렵잖아요. 꾸밈이 없고, 솔직하고, 투명한 성격이에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신뢰가 가고요.
설윤 배이를 떠올리면 다정함이 제일 먼저 생각나요. 처음 연습생 때는 차가운 이미지가 있어서 조금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누구보다 먼저 다가와주는 친구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느껴져요. 속이 깊은 친구예요.
지우 설윤 언니는 늘 성장하려는 모습이 멋있어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다 보니 매일 일기 쓰는 걸 보거든요. 하루를 기록하는 것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잖아요. 그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워요.

설윤이 착용한 가죽 재킷, 실크 팬츠는 피비 파일로, 힐은 톰포드 제품.

“컴백을 준비할 때면 ‘아직도 보여줄 게 이렇게 남았다고?’ 싶을 때가 있어요. 늘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희만의 색깔이에요.” 2024년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 지우가 했던 말이에요. 그렇다면 지금,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고 느끼는 모습도 있나요?
지우
지금까지는 강렬한 퍼포먼스 중심의 무대를 많이 해왔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희의 감성이나 감정, 더 섬세한 결을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앞으로는 그런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설윤 저도 비슷해요. 강하고 멋있는 곡도 했고, 귀엽고 청순한 분위기도 보여드렸잖아요. 그런데 조금 더 ‘아름다운’ 결의 노래는 아직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감성을 좀 더 깊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배이 많은 분들이 저희를 떠올리면 무대 위 모습을 먼저 생각하실 것 같아요. 물론 팬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녹음실에서의 모습이나 무대 아래에서 일하는 과정, 멤버끼리 장난치고 노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있어요. ‘무대 아래에서 엔믹스는 이렇게 나아가고 있구나’ 같은 진솔한 모습을 알아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마음속에 품고 지내는 문장이 있을까요?
배이
‘조금 더 나를 아껴주자.’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스스로를 몰아붙일 때가 많아요. 불안해질 때마다, 나를 좀 더 아껴주자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설윤 ‘행복하게 살자.’ 뭐든 결국은 행복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말이 제일 단순하고, 또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우 안 그래도 최근 휴대폰에 적어둔 문장이 있어요. ‘익숙함에서 벗어나 한발 더 나아가보자.’ 작은 것부터 바꿔보려고 하는 중인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채소 먹기 같은(웃음). 얼마 전에 포케를 시켜서 채소를 다 먹었는데, 나쁘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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