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다이어리

전여울

어떤 기억은 유난히 생명력이 짙다.

내가 유독 반짝이던 시절, 그래서 음악과 에너지로 가득한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러 비행기에 몸을 싣던 시절, 그때의 기억은 바래지 않은 사진처럼 고스란히 남게 된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오랜 사진첩을 들춰 전 세계 음악 페스티벌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여기엔 어쩌면 영원한 젊음이 기록되어 있다.

Rock Werchter

2017.06.29 ~ 07.02
벨기에 워히터

고등학생 시절, 공부하기 싫어 몸이 배배 꼬일 때마다 유튜브로 재생한 건 라디오헤 드의 페스티벌 무대 영상이었다. 하늘에 펄럭이는 수많은 깃발과 함께 타오르는 홍염을 보면서 ‘언젠가 꼭 저들을 보러 가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내 오랜 염원이 이뤄진 2017년, 그해 나는 글래스톤베리, 트랜스밋, 그리고 벨기에에서 열리는 록 워히터(Rock Werchter)를 찾았다. 록 워히터를 학창 시절 친구로 비유하자면 ‘공부를 잘하는데 운동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친구’쯤일 거다. 탄탄한 라인업의 무대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똘똘한 페스티벌. 2017년 여름은 마침 라디오헤드가 9집의 발매 투어를 한창 돌던 때다. 페스티벌에서 오래 염원한 그들의 무대를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세 페스티벌에서 모두! 지금도 술에 거나하게 취할 때면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나는 라디오헤드 무대를 세 번이나 봤고, 심지어 ‘Creep’을 라이브로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 평생의 자랑거리일 거다. 뜨거웠던 2017년 여름의 사진들을 오랜만에 보니 그날의 기억이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 김지철(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팀 매니저)

Glastonbury Festival

2013.06.28 ~ 06.30
영국 필튼

‘서른이 되기 전엔 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 가봐야지.’ 국내 음악 페스티벌만 다니던 내가 습관처럼 되뇌던 말이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운 좋게 글래스톤베리 티케팅에 성공한 나는, 주문처럼 외우던 말을 실현할 수 있었다. 출발 당일 버스를 놓칠 뻔한 아찔한 기억부터 페스티벌 사이트를 떠난 순간까지 잊지 못할 장면이 많지만, 공연을 본 순간만큼은 여전히 선명하다. 포티스헤드가 무대에 선 금요일 밤, 당시 추적추적 비가 내려 습기 가득한 스테이지 앞에서 트립합의 대명사로 불리는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제일 그렇다. 50주년을 맞은 롤링 스톤즈 할아버지들이 무대를 휘젓고 다닌 둘째 공연 또한 생애 다신 오지 않을 순간임을 직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깃발이 수놓인 텐트 존, 낯선 이의 카메라에도 거리낌 없이 포즈를 취해준 사람들,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을 때 무언의 모임 장소로 정한 피라미드 스테이지 근처의 큰 나무 그늘 등 소소했던 일상의 순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 권혁도(가전제품 연구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24.06.15 ~ 06.16
한국 철원

밴드 스네이크치킨수프의 공연 리캡 촬영차 방문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내 생애 첫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포토그래퍼로 무대 위에 올랐지만, 관객들의 압도적 에너지를 두 눈으로 목격하며 난생처음 ‘나도 프런트맨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관객들의 영혼을 무한히 받는 느낌, 덕분에 촬영은 그 어느 때보다 본능적으로 진행됐고 음악과 관객, 내가 마치 하나로 동기화되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건 말로 표현하기에 꽤 어려운 감정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밴드의 보컬 최원빈이 관객을 좌우로 나누고, 비트가 떨어지는 순간에 맞춰 손짓을 하자 사람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서로 몸을 부딪치며 춤추는 장면이다. 이 대규모의 슬램을 직접 목격하면, 그 압도적 에너지에 순간 빨려 들어가게 된다. 페스티벌이 철원의 대자연을 무대로 하는 만큼,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평화가 넘실대는 풍경, 신선한 공기, 채도 높은 노을빛을 마주하게 된다. 생애 첫 음악 페스티벌의 기억은 이런 장면들로 남았다.
– 이하빈(포토그래퍼)

Primavera Sound

2019.05.30 ~ 06.01
스페인 바르셀로나

과장 좀 보태, 천국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와 가장 흡사한 모습이지 않을까? 5월 말에서 6월 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 하루 종일 이어지는 라이브 무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맡기는 순간들. 여기에 해변에 인접한 덕에 야자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 바람, 해 질 무렵이면 오렌지와 핑크빛으로 물
드는 노을 풍경은 덤이다. 내가 방문한 2019년은 여느 해보다 특별한 해이기도 했다. 그해, 프리마베라 사운드는 남녀 뮤지션 비율을 동일하게 맞추며 대형 페스티벌 최초로 성별 평등 라인업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페스티벌 현장 곳곳에서 마주한 슬로건은 ‘Nobody Is Normal’.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그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프리마베라 사운드는 단순한 음악 축제를 넘어 기존 사회 프레임에 의문을 던지고, 해방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두가 환영받고, 누구나 안전하게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곳. 프리마베라 사운드야말로 분명 천국에 가장 가까운 이름이다.
– 최다예(그래픽 디자이너)

The Great Escape Festival

2022.05.11 ~ 05.14
영국 브라이턴앤드호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이 없다면? 건강검진처럼 매년 1월 1일에 하는 MBTI 검사에서 나는 매번 즉흥적 성향의 ‘P’ 유형 진단을 받아왔다. 그런 내가 예기치 않게 회사를 그만두고, 아무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영국에 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페스티벌(The Great Escape Festival)을 보기 위해서였다. 처음 당도한 페스티벌 사이트는 어딘가 우리나라 월미도를 닮은 느낌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하트스토퍼> 촬영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해변도 인상 깊었지만, 페스티벌 일대는 그야말로 ‘음악의 미로’ 같았다. 골목골목 펼쳐진 공연장, 길거리 루키 스테이지, 에너지를 뿜는 거리 밴드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진심 어린 퍼포먼스들. 그야말로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페스티벌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인생은 오늘 점심 메뉴만 정하면 되는 거지.’ 페스티벌의 시간이 밤을 향해 달려갈수록 주변 공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곳곳에선 함성 소리가 산산조각 저 멀리 터져 나갔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아니, 어쩌면 계획이 없었기에 이렇게 반짝이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다음 페스티벌도 계획 없이 떠날 예정이다.
– 윤혜정(공연 기획사 ‘Wonder’ 투어 매니저)

Equation Festival

2025.04.04 ~ 04.06
베트남 마이쩌우

이어진 산을 위태롭게 서너 개 정도 넘어가면 만나는 작은 마을 마이쩌우. 이퀘이션 페스티벌(Equation Festival)은 매년 5월 초 이곳에서 열린다. 마이쩌우는 ‘작은 마을’이란 말이 참 어울리는 곳이다. 논과 밭, 자유롭게 풀린 닭과 개들이 만들어낸 풍경 속에는 끔찍한 트래픽과 매연으로 가득한 도심에선 찾기 어려운 평화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퀘이션은 이 평화를 끌어안는다. 우선, 페스티벌의 모든 스테이지가 자연과 어우러진다. 호수 옆 마련한 가든에선 하우스와 디스코가 흐르고, 자연 동굴에 꾸려진 스테이지에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음악만을 즐길 수 있는 레이브가 펼쳐진다. 자연은 어쩌면 인간에게 해방감을 선사하는 것, 페스티벌 주최자들은 이 점을 적극 활용한다. 산과 호수 옆에선 때때로 요가 프로그램이 열리고, 동굴에서
진행하는 드랙 쇼는 모두가 자유를 한껏 만끽하는 시간이나 다름없다. 유명 헤드라이너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여타 페스티벌과 달리 아시아 DJ들을 중심으로 꾸린 라인업도 흥미롭다. 페스티벌 자체가 아시아를 유럽과 유사하게 하나의 공동체로 바라보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이퀘이션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저점 매수’ 기회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나만 믿고 함께 간 친구가 한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내 생애 가장 힘들었고, 가장 재밌었어.”
– 심은보(프리랜스 에디터)

Tomorrowland

2024.07.19 ~ 07.28
벨기에 봄

내 광대가 이렇게 높은지 몰랐다.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트 행선지로 꼽는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길가의 휴지통도 그냥 보면 안 된다고 하는 곳이다. 벨기에 공항에 도착하자 요정 옷을 입은 이들이 수많은 입국자를 반겨주고 있었다. 이미 페스티벌이 시작한 느낌. 비행기 지연과 캐리어 분실까지 겹친 상황이었음에도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 덕에 기분은 금세 괜찮아졌다. 투모로우랜드의 스테이지는 무려 16개나 된다. 모든 스테이지가 저마다 독특한 테마가 있어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러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중에서도 ‘Core’ 스테이지는 단연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면 적어도 반나절만큼은 여기에만 있어도 되겠다 싶은 곳이다. 거대한 얼굴 조각 사이로 흐르는 음악과 그래픽 영상, 터지는 조명 아래 모두가 혼이 빠져 흐느적거리며 즐겼다. 투모로우랜드에서는 어린 친구들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불편한 이들, 심지어 노인들까지도 반짝이는 스티커를 얼굴에 붙이고 음악을 즐긴다.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음악 아래 함께 노닐던 이 특별한 경험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다.
– 곽동화(버드와이저 브랜드 매니저)

Bangkok Music City

2025.03.01 ~ 03.02
태국 방콕

‘팔은 안으로 굽는다.’ 음악 산업만큼 관계로 움직이는 세계도 드물다. 물론, 음악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값이다. 좋은 음악을 함께 듣는 순간, 그리고 그에 따른 감각이 맞는 순간, 자연스레 네트워킹의 단초가 싹튼다. 올해 2월 방콕의 습한 열기 속에서 개최한 방콕 뮤직 시티(Bangkok Music City)는 그 감각의 연장이었다. 짜오프라야 강변, 방콕 구도심 곳곳의 다섯 무대에서 이틀 동안 58팀의 아티스트가 공연을 펼쳤다. 폭염 아래서도 관객은 그에 상응하듯 열기를 올렸다.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각국에서 온 관객이 무대 앞을 채웠다. 공연 후에는 연일 네트워킹 파티가 있었는데, 각국에서 온 100여 명의 델리게이트는 저마다 손에 칵테일을 들고 후일담을 나눴다. 이 특별한 날을 위한 칵테일을 전담한 것은 서울의 바 ‘하드 마테리얼’. 각각 참기름과 오미자, 김을 앞세운 창작 칵테일을 서브했고, 이 색다른 칵테일에 모두가 흠뻑 빠졌다. 이윽고 술잔 사이로 명함과 메일 주소가 오갔다. 다음 날, 내게 도착한 메시지 하나. “진석, 어제 진짜 재밌었어. 근데 그 참기름 들어간 칵테일 이름 뭐였지? 계속 입에서 맴돌아.”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관계는 살아 움직였다. 그 중심에 음악이 있었다. 이 산업의 진짜 매력은 이런 순간에 있다. 언어보다 먼저 통하는 음악, 그리고 계속해서 남는 사람. 내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 류진석(음악 에이전시 KYTE PR&마케팅 매니저)

Clockenflap Music and Arts Festival

2024.11.29 ~ 12.01
홍콩 센트럴

홍콩에서 제일가는 노른자 땅인 센트럴 지역. 매년 이곳 항구에서 펼쳐지는 클락켄플랩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Clockenflap Music and Arts Festival)은 홍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흔히 자연에서 열리는 많은 페스티벌과 달리, 이곳에선 어디로 시선을 던져도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다국적 금융 기업의 빌딩을 마주하게 된다. 이 마천루는 어쩌면 클락켄플랩을 기억하게 만드는 강렬한 조각 중 하나다. 맥주 한 잔에 1만5,000원, 음식은 그 이상. 클락켄플랩을 ‘럭셔리 페스티벌’이라고 표현하는 데엔 전혀 무리가 없지만, 그만큼 화끈한 라인업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운영, 다채로운 부대 액티비티를 경험하다보면 응당 이 가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6개의 스테이지, 다 같이 헤드폰을 쓴 채 춤을 추는 ‘파워 스테이션’(밖에서 보면 꽤 웃기다), 곳곳의 전시 공간과 팝업, 그리고 일몰 무렵 항구에서 바라본 센트럴과 침사추이 사이의 바다 풍경까지. 돌이켜 생각해봐도 확실히 돈값은 했다. 특히 페스티벌 사이트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대관람차는 또 하나의 명물인데, 작년 헤드라이너 에어(Air)의 공연을 보기 직전 ‘잠깐 타볼까?’ 하는 마음으로 관람차에 올랐다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결국 공연을 정말 ‘공중(에어)’에서 관람해버렸다. 웃기고도 그럴듯한 경험이랄까.
– 김이준(음악 SNS ‘@ageofband’ 운영자)

Fuji Rock Festival

2018.07.27 ~ 07.29
일본 니가타

매해 여름, 일본 후지산 기슭의 스키 리조트에서 열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 아시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 음악 페스티벌은 자연과 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현장이다. 학생 시절부터 동경해온 이 무대. 야근이 일상이던 어느 날 “우리 후지 록 갈래요?”라고 말을 꺼낸 동료의 제안으로 급히 결성한 후지 록 원정대는 그날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켄드릭 라마, 밥 딜런, 포스트 말론, N.E.R.D까지 1차, 2차 이어지는 화려한 라인업이 공개될수록 마음은 더 뜨거워졌다. 후지 록 페스티벌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그야말로 ‘청정’한 페스티벌이다. 입구에서 마주친 1회 티셔츠를 입은 노부부, 아빠 어깨 위에 앉은 아이, 청력 보호 기기를 착용한 유모차 속 아기의 해맑은 눈빛까지. 이곳의 모든 세대는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그해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스크릴렉스와 X-Japan의 요시키가 함께 부른 ‘Endless Rain’. 장르와 세대를 넘어선 그 노래에 수만 관객이 눈물과 떼창으로 하나가 됐다. 비와 흙, 노래와 사람 사이를 가르던 그 울림. 후지 록은 결국, 음악이 자유가 되는 찰나를 선물하는 곳이었다.
– 조혜림(음악 콘텐츠 기획자)

Montreux Jazz Festival

2016.07.01 ~ 07.16
스위스 몽트뢰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Montreux Jazz Festival) 기간이 되면, 몽트뢰 마을 전체가 페스티벌 베뉴로 변신한다. 온종일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버스킹, 드넓은 호수를 낀 덕에 만날 수 있는 선상 공연, 심지어 수영하면서 축제를 즐기는 이들까지. 페스티벌 기간 동안 몽트뢰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개최 50주년을 맞이한 2016년, 이곳을 방문했다. 존 스코필드, 리사 시모네, 제이미 컬럼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뮤지션이 대거 라인업을 채웠는데, 특히 영국 출신의 밴드 딥 퍼플이 대표곡 ‘Smoke on the Water’의 가사 “We All Came Out To Montreux”를 외치는 순간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환호를 잊지 못한다. 테이블에 앉아 동네의 연배 높은 어르신들과 합석해 대화를 나누며 공연을 본 기억, 호수를 붉게 물들인 노을, 각양각색의 웃음소리로 채워진 10년 전의 몽트뢰는 마치 사진처럼 지금도 여전히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
– 김민수(페스티벌 투어 가이드)

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2025.04.11 ~ 04.20
미국 코첼라 밸리

‘코첼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말해보자. 화려한 의상을 입고 셀피를 찍는 인플루언서들, 거대한 광고판과 조형물, 한 잔에 17달러에 이르는 값비싼 레모네이드 같은 것들이 아닐까? 다소 커머셜한 풍경으로 가득한 페스티벌이지만, 직접 겪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은 생각보다 훨씬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LA 공항에서 빌린 말리부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페스티벌의 캠프사이트, 나의 양옆으론 호화로운 캠핑 장비를 챙겨온 커플 한 쌍과 거대한 캠핑카를 렌트해 달려온 밴쿠버 출신의 부부가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달랑 텐트 하나와 침낭을 들고 온 청년이 불쌍해 보였는지, 그들은 첫날부터 음식이며 음료를 아낌없이 나눠줬다. 그러곤 뒤늦게 도착한 캠퍼들이 주변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모두가 처음 만난 이곳에서 서로 텐트 치는 걸 돕고, 늦은 밤마다 그날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뮤지션에 대한 열띤 토론을 나눴다. 이 반복적인 시간들 속엔 오로지 음악과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만 가득했다. 더욱 밀도 있게, 혹은 더욱 진짜의 코첼라를 경험하고 싶다면 캠프사이트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다만, 준비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강철 체력. 사막의 일교차는 생각보다 훨씬 아찔하다.
– 한승희(<레코드 매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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