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드레스 맞고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컬렉션 맞습니다

황기애

괴짜의 영혼이 담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브라이덜 컬렉션.

지난 4월, 뉴욕과 함께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브라이덜 쇼가 벌어지는 스페인 바로셀로나 브라이덜 패션위크에는 기존과 사뭇 다른 펑크 기운이 깃들었어요. 뉴욕 브라이덜 위크가 모던하고 동시대적이라면, 바로셀로나는 좀 더 웅장하고 전통적인 브라이덜 라인들이 주를 이루죠. 바로 이 곳에 영국의 펑크 스피릿을 담은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최초로 브라이덜 쇼에 참여했습니다. 이전부터 자체적인 브라이덜 라인을 전개하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였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런웨이 쇼를 한 건 처음이었죠. 고(故)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남편이자, 크레이이티브 파트너로 30년을 함께한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선보인 상식을 깨는 웨딩 드레스들은 과히 남달랐습니다.

시작은 빅토리안 풍의 화려한 레이스와 리본이 달린 볼 가운이었습니다. 펑크와 고전을 섞길 좋아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다운 선택이었죠.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의 반항적인 기질이 돋보인 건 바로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모델을 내세웠다는 거예요. 짧은 헤어 스타일에 카리스마 넘치는 올드 레이디의 웨딩 드레스, 마치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환생한 것 같았죠.

계속해서 펑키한 무드는 이어집니다. 브랜드 특유의 뷔스티에 디자인의 드레이핑 디테일 더해진 오프 숄더 드레스들은 미니 드레스 혹은 클래식한 프린세스 라인으로 다채롭게 전개되었어요. 곳곳에 들어간 펑크 요소들이 전형적인 브라이덜 룩의 한계를 넘나 들었습니다.

커다란 플라워 코르사주 장식의 사용도 돋보였어요. 허리에 달거나 치맛단 아래를 장식하거나, 그로데스크한 무드의 회색 코르사주들을 숄처럼 어깨에 두르기도 했습니다.

매력적인 매니시 무드의 웨딩 룩은 오히려 반항적인 요소는 빼고 시크하고 클래식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죠. 섬세한 시스루 맥시 스커트에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치거나 어깨가 강조된 올 화이트의 복고풍의 파워 숄더 룩으로 색다른 스타일을 찾는 신부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도무지 독특하고 기괴한 브라이덜 룩만 있을 것 같은 컬렉션이었지만 예비 신부들을 현혹할 만한 로맨틱하고 세련된, 국내의 웨딩 베뉴에서도 입을 수 있을 법한 드레스들도 다수 눈에 띄었어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낭만 가득한 브라이덜 룩은 모던한 신부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해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피날레는 잊지 못할 파격을 선사했습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안드레아스 크론탈러가 직접 웨딩 룩을 입고 런웨이 위에 올랐거든요. 바닥에 끌리는 화이크 실크 스커트에 심슨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화려한 숄을 두른 그는 오페라 글로브를 낀 손에 앙증맞은 미니 백을 들고 얼굴에는 페이스 베일까지 착용했습니다. 남자가 입는 웨딩 드레스를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큰 그림, 좀 어색한 건 사실이지만 비비안 웨스트우드만이 지닌 파격과 반항을 드러내기엔 충분하지 않았나요?

사진
Courtesy of Vivienne West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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