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화려하게 피어날 로코코 트렌드!

이예지

이 봄에 가장 화려하게 피어날 로코코 미학의 현대적 계승

지난해 뜨거운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데뷔를 마친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은 컬렉션 쇼 공간을 베를린 국립 회화관처럼 꾸미고, 회색 벨벳 벽에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의 실제 그림 두 점을 걸어두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대여한 ‘야생 딸기 한 바구니(Basket of Wild Strawberries)’와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에서 빌린 ‘꽃병(A Vase of Flowers)’을 걸어둔 이유는 “당시 예술이 종종 과도함과 스펙터클에 몰두했을 때, 샤르댕은 일상의 평범함을 존중했다”는 점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화려한 로코코 장식과 대비되는 샤르댕의 소박하고 친밀한 정물화는 앤더슨이 추구하는 ‘일상과 사치의 충돌’이라는 컬렉션의 핵심 주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Christian Dior S26
Christian Dior S26

무슈 디올은 18~19세기, 특히 루이 16세 시대의 로코코 양식과 미학에 깊이 매료되었다. 앤더슨은 디올 하우스의 풍부한 유산과 역사를 존중하며, 무슈 디올의 취향과 관심사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로코코 시대의 섬세한 자수, 리본, 그리고 화려한 장식은 앤더슨 컬렉션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모티프와 연결된다. 특히 18세기, 19세기의 웨이스트 코트나 군복에서 착안한 요소들이 디오레트(Diorette) 참 장식, 꽃무늬 니트와 결합되어 로코코적인 느낌은 더욱 풍성해졌다. 또한 그는 디올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1948년 디자인된 델프트(Delft) 드레스와 같은 상징적인 의상들을 바탕으로 실루엣을 구상했다. 풍성한 페티코트나 파니에(옆으로 부푼 스커트 형태) 같은 로코코 양식의 형태를 차용하되, 이를 현대적인 카고 쇼츠나 미니스커트와 결합해 예상치 못한 신선함을 주었다.

Rocha S26

2025 S/S 시즌 로코코 양식이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여러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수년간 패션 및 인테리어 분야를 지배한 미니멀리즘, 놈코어 스타일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보다 풍부하고 개성적이며, 이야기를 담은 디자인을 갈망하게 되었다. 정치적 혼란, 기후 위기, 경기 불황 등 통제할 수 없는 불안한 현실은 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이 사회적 불안 속에서 화려하고 유쾌한 예술에 몰두했던 것과 겹쳐진다. ‘핀터레스트’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로코코 의상’ 검색량이 5,465% 증가했는데, 젠지 세대가 로코코 스타일의 대담하고 낭만적인 미학에 매료되어, SNS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ntonio Marras S26
Erdem S26

로코코 트렌드는 극도의 여성스러움, 장식성, 낭만주의가 핵심으로 18세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정의 화려함과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부드러운 파스텔 색상, 허리선을 강조한 코르셋 스타일, 리본, 레이스, 러플 등의 풍성한 장식, 시폰, 태피터 등 질감이 풍부한 소재가 특징이다. 특히 로코코 이전의 #코케트 코어, #발레 코어 같은 섬세한 코어 트렌드가 로코코 미학의 부활을 이끄는 기반이 됐다. 파스텔 톤, 리본, 진주, 레이스 같은 공통적인 요소들이 로코코 스타일의 화려한 금장식, 곡선 실루엣과 결합해 더욱 풍성하고 세련된 형태로 진화했음은 물론이다.

Antonio Marras S26
Erdem S26
Erdem S26

이러한 배경에서 발망, 시몬 로샤, 팔로모 스페인 등 많은 브랜드의 런웨이에 로코코 트렌드가 대거 출현했다. 캐롤라인 후는 섬세한 레이스와 풍성한 볼륨으로 몽환적인 로코코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했고, 바퀘라는 특유의 반항적인 미학으로 코르셋과 레이스를 해체주의적 방식으로 활용해 고정관념을 깼다. 지암바티스타 발리, 캐롤리나 헤레라 등에서는 풍성한 볼륨 스커트, 과장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화려한 무도회가 연상되는 의상을 선보였다. 많은 디자이너가 이 트렌드를 단순하게 재현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독창적인 시각과 미학을 드러내 2025 S/S 시즌 런웨이는 더 풍성하고 더 화려하게 채워졌다. 과거 권력과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려된 로코코 스타일이 새롭게 재유행하는 현상에서 패션을 통해 자신을 주장한 당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 마리 앙투아네트와 현대 여성들의 욕구가 공명하는 듯 보인다.

Rocha S26

돌아와 ‘일상과 사치의 충돌’을 얘기한 앤더슨에 다시 주목해보자. ‘환상과 현실 사이의 긴장감’은 컬렉션의 또 다른 핵심 테마였다. 패션의 스펙터클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치 있게 소비하는 것은 실제 입는 ‘스타일’의 관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로코코 시대의 극적인 장식 요소와 청바지, 피셔맨 샌들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과의 조화를 통해 과거의 격식과 현대의 편안함 사이의 대조를 보여주는 독특한 스타일은 영원히 순환하는 패션계의 띠 위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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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웍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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