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유럽, 아시아 총 37개 도시에서의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고 온 3인조 밴드가 있다.
이 밴드는 앨범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스포티파이 월 청취자 수가 600만에 달하고,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100만 명에 달한다. 해외 밴드가 아닌, 한국의 밴드 ‘웨이브 투 어스’ 이야기다. 재즈, 알앤비에 록까지 더해 자신들만의 팝 음악을 만드는 이 밴드는 1997년생의 보컬 김다니엘과 베이스 차순종, 1998년생의 드럼 신동규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세계를 누비다 막 한국에 도착했을 즈음, 세 사람을 만났다.
<W Korea> 그간 해외 공연을 긴 시간 꾸준히 하다가 오랜만에 서울재즈페스티벌로 국내에서 공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다들 ‘내한’이라고 해요.
김다니엘 그동안 해외 투어를 돌다 드디어 한국 팬을 만날 수 있게 돼서 굉장히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 만큼 재밌는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신동규 저도 투어 내내 한국에서빨리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되니 많이 설레요. 이 설렘을 가지고 관객들 앞에 나타날 수 있어서 너무 좋고요. 차순종 아무래도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제 인생에서 처음 경험한 페스티벌이어서 항상 퍼포머로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기뻐요. 한국에서 공연을 자주 못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웠죠. 오랜만에 찾아뵐 수 있어 좋네요.
지난해에도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섰어요. 올해 무대는 어떻게 다를까요.
김다니엘 해외 투어를 하면서 공연 자체가 많아지다 보니 라이브에 안정감이 생긴 듯해요. 그런만큼 작년보다는 훨씬 더 단단한 모습으로 무대를 펼치지 않을까 예상해요. 차순종 맞아요. 또 저희 안에서도 지난 정규앨범 <0.1 flaws and all>을 표현하는 데 깊이감이 생기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김다니엘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대부분 5인 셋으로 가는데, 두 친구(건반 조종근, 색소폰 전민)는 앞으로 해외 투어도 같이 나갈 생각이라 변함없이 5인조로 나타날 예정이에요.
투어를 많이 하니 기존 투어 세트리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신동규 이번에는 재즈 페스티벌이니만큼 재즈의 모습을 먼저 보여드리면서 공연을 풀어가고 싶어요. 김다니엘 그런 면이 우선으로 담긴 세트리스트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저희가 정규앨범 투어를 마무리한 상태니까, 그리고 한국에서 공연하는 만큼 앨범에도 초점을 둘 것 같아요.
<0.1 flaws and all>이 발매된 지 1년이 지났어요. 여전히 많은 분이 앨범을 듣고 이 앨범에 관해 얘기하는데, 이렇게 수명이 긴 앨범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김다니엘 수명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하는게, 어쨌거나 요즘에는 숏폼을 통해 과거의 곡이 재조명되기도 해서 어떤 앨범이든 그 수명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냥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자부심으로 살아가고 또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투어를 다녀온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김다니엘 전 세계에 저희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다시 한번 체감하면서 감사한 순간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투어를 잘 마무리했으니까 그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그 또한 기쁜 것 같습니다. 차순종 축복이죠, 축복. 신동규 지역도 인종도 다 달라도 결국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음악은 하나로 통일되는구나. 그래서 정말 즐길 때는 그런 정체성을 다 떠나서 즐기면 다 똑같고, 그런 게 되게 좋았어요. 이런 게 행복한 거구나.
해외에서 이뤄진 투어에서 세 사람이 체감한 반응은 어떤 것이었나요?
차순종 서구권 쪽은 열정적인 팬이 많은 것 같고요. 문화적 차이도 분명히 있고, 아시아에 가까울수록 좀 더 경청하고 저희를 아껴주는 느낌을 받아요. 공연 자체를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김다니엘 어렵네요. 말한 대로 한국에서 공연할 때는 팬들이 좀 더 공연에 집중하는 느낌이라 다르더라고요. 해외에서 공연하다 보면 이 상황을 같이 온 사람과 즐기는 느낌이 강하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왁자지껄하고, 다른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투어 성과도 있었을 텐데요. 그 성과를 조금 자랑해본다면?
차순종 첫 투어 시작을 인도네시아에서 했는데, 5,000명 관객은 저희가 그 당시 처음 하는 규모였어요. 사람들이 끝까지 다 차 있는 모습을 보며 감회가 새롭긴 했죠. ‘우리가 이 정도인가’ 저희끼리 그런 얘기도 많이 했고. 김다니엘 투어 갈 때마다 거의 모든 공연이 솔드아웃되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차순종 저희가 ‘그래도 음악하는데 본고장에서 한 번 공연을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겠냐’ 했는데, 명성 높은 오래된 공간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요. 김다니엘 런던의 트록시 (Troxy)라는 공연장이었는데, 역사적인 공간에서 저희가 인정받았다는 게 감사하고 뿌듯했죠. 차순종 가면 솔드아웃 포스터들이 있어요. 저희가 흔히 아는 그런 밴드나 아티스트의 포스터가 있는데, 우리가 이 사람들이 했던 공연장에서 이렇게 잘했다는 게 자랑스러웠어요. 신동규 거기서 재밌었던 게 솔드아웃 기념으로 위스키를 한 병씩 선물로 주셨어요. 뒷면에 각인을 넣어서요. 공연 일자, 저희 밴드명을 새겨줬는데 마치 트로피를 받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문화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워낙 여러 장르가 밴드 안에 있고요. 어떻게 보면 무기로서, 도구로서 가지고 있는데 같은 세트리스트여도 문화나 분위기에 따라 장르적 색채를 다르게 가져가는지도 궁금해요.
김다니엘 그런 게 확실히 있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공연을 이끌어가는 보컬 포지션에 있다 보니 관객 반응을 살피면서 공연을 주도해가는 편인데, 확실히 노이지한 공연장일수록 좀 더 집중되는 포인트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관객들이 조용해지는 포인트를 만든다거나. 그래야 좀 더 공연의 다이내믹이 훨씬 살아나거든요. 차순종 유럽은 또 신기한 게 다 같이 하는 ‘챈트’ 가 있더라고요. 보통 축구 중계를 보면 들리는. 공연 도중에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신동규 공연 중에 그걸 들으면 그대로 받아서 연주해서 셋이 즉흥으로 공연을 꾸리고, 그러면 반응이 정말 좋았죠. 그런 식으로 소통하니까 열기가 더 뜨거웠죠.
2019년 첫 싱글 ‘wave’를 발매한 뒤 세 사람은 인디펜던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꾸준히 음악을 만들고 활동한 덕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데요. 이전의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스치나요?
김다니엘 웨이브 투 어스를 기획한 순간부터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자 했어요. 그런 마음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한 것 같아요. 이전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사람들이 되려고 서로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잘 성장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유명세가 어떻게 되든 계속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악 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다지고 성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신동규 예나 지금이나 마음은 여전히 같고요. 그래서 우리의 원동력이 작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마음은 계속 한결같으니까. 그래서 서로에게 고맙고, 저 자신도 계속 겸손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차순종 여전히 동료이자 가족이자, 같이 음악 할 때 제일 즐거운 친구들인 건 변함없고, 앞으로도 다른 거에 취하기보다는 이 친구들과 계속 창작해가는 거에 집중하고 싶어요.
세 분이 성격적으로도 굉장히 비슷하잖아요.
김다니엘 교집합이 커요. 대신 다른 부분은 크게 다른 느낌이에요. 각자 캐릭터 노트가 확실한 것 같아요. 순종이는 직장인처럼 음악을 하고, 그런데도 가장 예술가적 면모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친구예요. 동규는 우리 중 가장 예술가 같은 삶을 살고 있죠. 자유로움을 좀 더 추구하는 것 같고. 저는 그냥 지박령입니다(웃음). 하드워커죠. ‘더 폴스’까지 밴드를 두 개나 하고 있으니 두 배로 일해야죠. 차순종 다들 취미가 많아요. 취미를 즐기는 부분이 비슷해서 놀 때도 잘 맞아요.
중학생 때부터 서로를 봐왔는데, 어릴 때도 지금과 비슷했나요?
김다니엘 순종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그때는 좀 더 연주자로서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했고,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에 몰두해 있는 친구였어요. 저랑 동규는 같이 음악을 해오다 보니 말 그대로 가족처럼 저희 집에서 아예 지내기도 했고요.
차순종의 솔로 프로젝트 ‘포타토이’ 얘기도 나누고 싶어요. 김다니엘, 신동규 두 분도 참여했잖아요. 웨이브 투 어스의 앨범과 포타토이의 앨범은 어떤 식으로 다르게 접근하고 제작했나요?
차순종 3년 전부터 웨이브 투 어스 외에 개인적인 탐구심이 많았어요. 항상 지금의 밴드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만, 남는 자투리 시간에 하나씩 장난감처럼 하고 싶은 대로 양껏 담아놓은 곡의 모음집 같은 거죠. 그러면서 이 친구들 덕분에 용기도 얻었고요. 나도 노래를 할 수 있고 프로듀싱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김다니엘 초반에 순종이의 개인 앨범을 기획하면서 같이 이름을 만들기도 하고, 앨범 제목부터 같이 고민하며 옆에서 도와줬죠. ‘후유증’이라는 곡은 프로듀서로 조금 참여하며 저도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차순종이라는 사람은 이런 아티스트였구나,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웨이브 투 어스에도 순종이 곡이 수록되지만, 포타토이가 본인의 참모습입니다.
두 분이 참여한 만큼 웨이브 투 어스와 얼마나 다를지, 다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김다니엘 재밌었던 게, 차순종이 웨이브 투 어스에서는 베이시스트로 있으니, 앨범을 낼 때는 제가 베이스를 치겠다고 했죠. 다른 시각의 베이스가 들어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저와 동규는 재미있게 했어요.
포타토이 앨범도 마찬가지지만, 웨이브 투 어스 앨범도 세 사람이 믹스, 마스터까지 후반 작업을 다 맡아서 하잖아요. 공연에서는 어떻게 신경을 쓰고 구현하는지 궁금해요.
김다니엘 그래서 전담 엔지니어인 배지열 님이 계신데, 항상 믹스하는 과정도 지켜보고 라이브를 어떻게 할지 서로 의논하며 라이브에서 최대한 재미있는 질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요. 차순종 음향적인 거에 관심 가지고 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정말 저희는 어른들이 장난감 사는 느낌 같아서요. 특히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거나 다른 장비에 관심을 가지고 경험해보는 걸 좋아해요. 어떻게 보면 음악 하는 데 매너리즘에 안 빠지게 해주는 역할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비싸고(웃음). 김다니엘 그렇지. 당장 스피커 셋업을 하고 온 상태인데, 이러려고 음악 했나. 차순종 그거 하려고 음악 한 거긴 한데. 김다니엘 실리카겔 김춘추 님도 그렇지만, 엔지니어를 겸하는 아티스트는 버는 만큼 투자해야 하는 게 큰 것 같아요. 그게 원동력이 될 때도 있지만.
과정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그러지는 않나 봐요.
김다니엘 시간과 체력이 갈리죠.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없고, 육체적으로 힘든 건 있지만 재미있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우리의 작업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드는 즐거움이 가장 크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차순종 직접 해야 하니까 잘해야만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든다는 그 자체가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세 사람이 영향을 받은 음악이나 음악가가 있나요?
신동규 습관적으로 틀고 계속 좋아하는 밴드는 더 1975가 있고요. 류이치 사카모토를 주로 들어요. 계속 영향을 받는 중이기도 하고. 김다니엘 저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건 엘르가든이라는 일본 록 밴드이고 라디오헤드, 제프 버클리 정도인것 같습니다. 차순종 저는 마인디자인이라는 프로듀서를 좋아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테임 임팔라도 정말 좋아하고. 지난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선 로버트 글래스퍼도 좋아해요. 그때 왔을때도 봤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밴드 붐은 정말 오나요?
김다니엘 최근 들어 많이 받는 질문인데요. 저는 밴드 붐은 오고 있지만 신이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신자체에 큰 변화는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몇 팀만의 주목으로는 밴드 붐이 왔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고, 좀 더 긴텀으로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시선이 좀 더 다양한 밴드에 쏟아지기 시작하면 밴드 붐이 오는 걸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신동규 그게 온 지 사실 5년도 안 넘었잖아요. 확실히 좀 더 길게 봐야 할 것 같아요. 김다니엘 그렇죠. 지금부터 좀 더 긴 호흡으로 이걸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아티스트도, 리스너도. 지금은 그래도 감사하게도 리스너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 프리랜스 에디터
- 박준우
- 포토그래퍼
- 레스
- 스타일리스트
- 임경집
- 헤어
- 안혜수
- 메이크업
- 하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