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후원 어워드 수상자, 우한나 작가

이예지

그의 수상작과 불가리의 컬렉션이 어우러져 빚어낸 빛나는 장면들

프리즈 서울이 신설하고 불가리가 후원한 ‘제1회 아티스트 어워드’의 수상자로 호명된 작가 우한나. 그의 수상작 ‘The Great Ballroom’과 불가리의 디바스 드림 컬렉션이 어우러져 빚어낸 빛나는 장면들

프리즈 서울의 개막을 코앞으로 앞둔 어느 오후, 아티스트 우한나의 작업실을 찾았다. 이번 페어장에서 선보일 신작의 막바지 작업에 열중하던 그녀는 매우 지쳐 보였지만 대화를 시작하자 감출 수 없는 흥분으로 눈을 반짝였다. 프리즈가 전 세계 에디션 중 서울에서 처음으로 기획해 공개하는 ‘제1회 아티스트 어워드’는 신진 예술가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불가리의 후원으로 특별 설치 작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재원까지 마련되었으니 작가로서는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뜻깊은 시상식의 첫 수상자로 호명된 우한나. 9월 6일부터 9일까지 성대하게 열린 제2회 프리즈 서울 천장에 설치된 그녀의 ‘Milk and Honey’ 연작 중 하나인 ‘The Great Ballroom’(2023) 은 인간과 시간, 여성의 신체 등을 주제로 탐구해온 작가의 작품 연대기에서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못했어요. 작업하면서 예민함을 발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 기념 설치작뿐 아니라 포커스 아시아 섹션의 지갤러리 부스에서 선보일 신작까지 작업하느라 무척 긴장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어떤 돌파구가 보여서 지금은 그나마 평화롭게 작업하는 중이에요.”


작업실에는 우한나 특유의 낭창하게 드리워진 커다란 천들과 동그란 패브릭 뭉치들, 반짝이는 비즈,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활용하는 소재인 금속 기둥들이 나름의 질서를 갖춘 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패브릭을 만지는 작가로 유명한 그녀가 금속을 활용하기로 한 건 모험과도 같다. 익숙지 않은 소재는 필연적으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소재 및 재료 자체에 특화된 학과 과정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패브릭도, 그리고 이번 금속 조각도 혼자 연구하고 터득해야 했다. 뭘 어떻게 해야 구현할 수 있을지, 철공소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맡겨야 하는지 시간도 노력도 배로 들었다. 딱딱하고 다루기 힘든 소재에 많이 찔리고 쓸리면서 상처도 많이 났다. 그렇다면 그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았을까? “실마리는 결국 경험이더라고요. 제 작업은 이상한 표현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몸을 막 비벼야 해요. 소프트한 소재를 만질 때는 제가 반죽하는 느낌이었는데 딱딱한 소재를 만지니까 반대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몸으로 막 비비고 쓸리고 씨름하면서 고군분투했어요. 저는 작업할 때 제가 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신이면 뭐든 손안에서 갖고 놀아야 하잖아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핵심은 물성을 얼마나 이해했는가에서 나와요. 결국 그 모든 비비는 시간은 물성을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던 거예요.”

“그동안 제가 패브릭으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프리즈 서울 설치는 그래서 가장 광대한
하이라이트가 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의 의미도 있어요.
패브릭 재료의 탐구는 물론 계속할 예정이지만
다음 챕터로서 하드 머티리얼 작업을 모색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예 우한나의 지금과
다음 챕터를 한 번에 선보이는 거죠.”
– 우한나(아티스트)

재료 물성의 이해는 곧 작품의 실마리로 이어진다. 그녀는 언제나 원초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고 경계를 탐구해왔다. 하지만 그 광대한 질문을 할수록 스스로가 작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패브릭 작업으로 인간 누구나 경험하는 시간의 흐름과 노화라는 여정의 세계를 포용하고 변천하는 삶의 흐름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성찰을 말했다면 금속을 결합한 신작으로는 죽은 것과 산 것의 경계, 즉 생과 사의 주제로 옮겨온 것이다. “주제가 엄청 커졌잖아요. 근데 이제 그걸 할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거의 10년 동안 작업해왔고 그 결과로 나온 작업들이 저를 지지해준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작업을 생명체로 보는 스타일인데 마치 그 아이들이 ‘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작품과 내가 소통하는 느낌이 들면서 ‘그래 이 정도는 얘기할 수는 있지 않을까’ 했죠. 작품이 관객에게 공개되기 전에 작가 스스로 작품에서 그런 느낌과 확신을 어느 정도 받았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 세계를 한 뼘 더 팽창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것은 든든한 후원 덕분이기도 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 설치된 작품은 100% 새로 제작한 작품이고, 현장 사이즈와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더해져 예상보다 제작비가 초과됐다고 말했다. 이럴 땐 으레 어떤 부분을 포기하거나 생략하게 되는데, 그녀는 아티스트 어워드 관계자와 후원사인 불가리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원으로 결국 하고 싶은 그대로 작품을 구현할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주는 후원은 정말 엄청난 거죠. 그건 작가에게 자유를 주니까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녀는 또 다른 신작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바쁜 와중에 스케치를 하는데, 그동안 많은 양의 작업을 하면서 쌓아온 경험이 머릿속에 쫙 펼쳐지면서 한결 자신감 있게, 또 자유롭게 그려지는 짜릿한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아티스트 어워드의 후원이 신진 작가에게 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더 큰 작가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로즈 골드 소재에 마더오브펄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네크리스, 로즈 골드 소재에 마더오브펄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링, 검은색 가죽 소재에 앤티크 골드가 도금된 아이코닉 메탈 장식이 포인트인 불가리 로마 백은 Bulgari 제품.
이미지가 프린트된 실크 드레스는 로에베 제품.

로즈 골드 소재에 3개의 부채꼴 모양 모티프 및 마더오프펄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네크리스, 로즈 골드 소재에 마더오브펄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 소재에 카닐리언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디바스 드림 이어링, 로즈 골드 소재에 카닐리언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링, 로즈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링은 Bulgari 제품. 그래픽적인 검정색 드레스는 페라가모 제품.

4개의 토파즈, 4개의 탄자나이트가 교차하는 로즈 골드 소재의 꽃잎, 마더오브펄 다이얼, 파란 가죽 브레이슬릿이 호화로운 디바스 드림 워치, 로즈 골드 소재에 페어 셰이프 탄자나이트와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네크리스, 로즈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이어링, 로즈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링은 Bulgari 제품. 파란 니트 드레스는 오프화이트 제품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시작이 궁금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의외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던 중 지독한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때의 에피소드를 꺼냈다. 종일 밖에 나가지 않고 잠을 자던 그 시절, 재미있게도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단다. ‘나는 나중에 엄청 바쁠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때를 분명히 그리워하겠지. 그러니까 지금 더 자자.’ 그리고 대학원 졸업 후 작업실을 구해 월세를 내고 작업실에 있는 그 모든 순간이 모두 돈으로 계산되면서 조급한 마음에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공모도 다 떨어지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어요. 매체도 매체고 제가 하는 주제가 워낙 허무맹랑했기 때문인가 봐요. 그래도 ‘나는 잘하는 학생이었고 교수님들도 인정해준 친구인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제 작업실에서 혼자 전시를 열었어요. 2016년이었네요. 내가 작업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니까 이거라도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패브릭 작업도 있었고, 영상도 있었고, 작업실 바깥 을지로 일대에 작은 설치도 했죠. 친구, 가족 합쳐서 100명 정도 왔던 것 같아요.”

우한나의 첫 개인전 이후 7년이 지난 2023년, 국제적 아트페어를 찾은 수만 명이 그녀의 대형 설치 작품을 목격했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사건이고 성취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다음 챕터를 기대한다. 그녀의 다음 말처럼 말이다. “그 동안 제가 패브릭으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프리즈 서울 설치는 그래서 가장 광대한 하이라이트가 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의 의미도 있어요. 패브릭 재료의 탐구는 물론 계속할 예정이지만 다음 챕터로서 하드 머티리얼 작업을 모색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아예 우한나의 지금과 다음 챕터를 한 번에 선보이는 거죠.”

로즈 골드 소재에 루벨라이트, 마더오브펄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네크리스, 로즈 골드 소재에 페어 셰이프 루벨라이트, 마더오브펄 인서트 장식과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디바스 드림 이어링은 Bulgari 제품. 조형적인 컷아웃 드레스는 알렉산더 맥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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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박배
프리랜스 에디터
강보라
모델
박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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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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