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가면 들려야 할 ‘예술적’ 랜드마크, K11 MU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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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예술적 결과물, 홍콩의 빅토리아 독사이드와 K11 뮤제아

홍콩섬을 바라보는 빅토리아 독사이드의 전경

지난 3월 홍콩은 오랜 시간 걸어둔 국경의 빗장을 풀었다. 아시아 최대의 금융 도시이자 아트 열기에 휩싸인 홍콩을 다시 만나려고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실내 마스크 규제가 해제된 도시를 가볍게 산책하며 흥분과 기대감을 감추지 않던 사람들의 시선에 이 도시의 새로운 풍경들이 하나둘 채워졌다. 특히, 빅토리아 하버를 사이에 둔 홍콩섬 건너편 침사추이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열기의 중심에 10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예술적 결과물, 빅토리아 독사이드와 K11 뮤제아가 있었다.

홍콩 “문화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K11 뮤제아

2019년 가을, 빅토리아 독사이드의 하버 프런트에 문을 연 K11 뮤제아는 쇼핑 리테일 공간에 대한 오랜 관념을 근원적으로 바꿔놓았다. ‘아트와 커머스가 결합된 신개념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오로지 이곳만을 위해 특별하게 디자인된 럭셔리 브랜드의 스토어를 비롯해 공간 곳곳을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 예술과 인문, 그리고 자연의 어우러짐을 실현했다. 쇼핑을 하면서 동시대 예술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이 혁신적인 공간은 사람들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과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K11 뮤제아와 함께 오피스 빌딩인 K11 아틀리에, 럭셔리 레지던스 K11 아터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 K11 뮤제아의 여정은 3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 굴지의 부동산 개발회사 뉴월드 그룹 창립자의 손자이자, 현 부회장인 에이드리언 쳉은 글로벌 아트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화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 그리고 슈퍼 컬렉터로 알려져 있다.

쳉은 조부가 시작한 빅토리아 독사이드 개발 사업에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신의 핵심 인물 100여 명을 끌어모았다. 콘 페더슨 폭스 (Kohn Pedersen Fox),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홍콩 로컬 디자인 회사 라브(LAAB)와 OMA 같은 세계적인 건축회사와 디자이너, 아티스트, 떠오르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합세해 존재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할 신개념 리테일 공간을 완성한 것이다.

태국 방콕의 PLA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K11 뮤제아의 입구

태국 방콕의 PLA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K11 뮤제아의 입구

그리스 신화 속 영감(inspiration)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아홉 명의 뮤즈에게서 영감을 받은 K11 뮤제아로 들어선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이동한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고대 실크로드의 번영과 이국적 정취를 담은 중동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입구는 태국 PLA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품으로 정교하게 얽힌 기하학적 패턴이 위에서 아래로 점차 단순화되어 햇빛이 자연스럽게 건물 내부를 비춘다.

K11 뮤제아의 입구에서 바라본 중앙의 오페라 시어터

2023 아트바젤 홍콩에서 자주 회자된 캐나다 출신 조각가 데이비드 알트메이드(David Altmejd)의 대형 작업과 프랑스 현대미술을 이끄는 대표 작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의 작품이 설치된 입구를 지나 건물 중심부로 들어가면 마치 소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스케일의 오페라 시어터를 맞닥뜨린다. 우주와 은하계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공간은 1800개의 수공예 크리스털 조명으로 빛나고, 그 중앙에는 수백 명의 희망을 담은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대형 커미션 작품이 자리한다.

시오타 치하루의 ‘I HOPE…’ (2021)

오페라 시어터 중앙에는 K11 뮤제아의 심장이자 창의성의 발원지를 상징하는 커다란 금색의 구체가 있다. V컷 유리 패널과 LED 조명 그리고 삼각형 격자무늬가 어우러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드러내는 골든 볼은 전시와 팝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뻗어나가는 듯한 형태의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골든 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뿌리’들은 숙련된 로컬 장인들의 세심한 수작업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되었다.

K11 뮤제아의 심장부인 오페라 시어터. 콘 페더슨 폭스가 디자인과 홍콩의 로컬 아티스트 윌리엄 램의 수작업 페인팅으로 완성되었다.

골든 볼로 올라갈 수 있는 ‘뿌리’ 형태의 에스컬레이터

대성당의 건축 양식과 자연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천정의 오큘러스, DNA와 유사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사용하여 디지털 방식으로 설계했고, 500여개의 가지가 각기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K11의 중앙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오페라 시어터는 서울의 롯데월드타워, 도쿄의 롯폰기 힐스 모리 타워를 비롯한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 뉴욕의 건축회사 콘 페더슨 폭스가 디자인했고, 영국의 스피어스 앤 메이저(Speirs & Major)가 조명을 담당했다. 이들과 더불어 홍콩의 떠오르는 젊은 건축가 오토 응(Otto Ng)이 거대한 뿌리 형태의 에스컬레이터와 유럽의 대성당에서 모티프를 따온 천정의 오큘러스, 다이닝 공간 아티산 라운지(Artisan Lounge) 등을 디자인했다.

막심 비스클로스키(Maxim Visclosky)가 디자인 한 빅토리아 샹들리에, 실제 증기를 뿜을 수 있는 파이프로 만들어졌다.

미술관급 컬렉션을 자랑하는 K11 뮤제아에는 현재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 스털링 루비 (Sterling Ruby), 에르빈 부름(Erwin Wurm),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등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 1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2021년 시작되어 3회를 맞이한 대표적 연례 프로그램 ‘K11 아트 카니발’을 맞아 뉴욕의 저명한 아트 딜러이자 기획자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가 큐레이션한 중국 최초의 대규모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 전시인 <스튜디오로서의 도시(City As Studio)>도 열리고 있다.

300개의 초대형 유리 튜브로 만들어진 K11 아트 & 컬쳐 센터

K11 뮤제아는 다양한 콘텐츠를 품고 있는 빅토리아 독사이드와 함께 로컬과 글로벌 방문객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소구하는 홍콩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업무 공간의 대안적 개념을 도입한 K11 아틀리에, 중국의 장인정신을 보존하고 홍보하기 위한 아트 파운데이션과 이를 융합한 럭셔리 레지던스 K11 아터스, 웰니스 경험과 현대적인 도시의 안식처 로즈우드 홍콩 등과 함께 K11 뮤제아는 예술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컬처 디스트릭트를 형성했다.

아방가르드한 디자인과 미술관급 컨템퍼러리 아트 컬렉션, 연중 상시 진행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 리테일 K11 뮤제아. 수많은 크리에이터의 에너지와 창의성이 융합되어 탄생한 공간과 계속해서 변화하는 아트 콘텐츠는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며, 다음번 홍콩 방문을 기대하게 한다.

브랜드 매니저
변선민
사진
Courtesy of K11 MU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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