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의 디렉터 뎀나와 나눈 이야기

김신

2023년 F/W 컬렉션을 통해 옷으로서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해낸 뎀나,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발렌시아가.

“창작을 위해서는 파괴를 해야 한다.”

W KOREA 이번 시즌 컬렉션 중 당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옷은 무엇인가?

DEMNA(뎀나) 쇼의 마지막 룩이었던, 미니멀한 실루엣에 작은 검은색 깃털 장식의 둥근 어깨가 돋보이는 자수 드레스이다. 이 드레스는 나의 첫 발렌시아가 쇼에 선 우아함, 아름다움, 청초함을 모두 갖춘 리타이 마커스가 입었는데, 내가 이번 쇼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구현해냈다.

이번 시즌 바지를 해체한 디자인들을 대거 선보였다. 모든 것들은 팬츠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비유적으로 말하면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파괴를 해야 한다. 기존의 옷을 새 옷을 만드는 주 재료로 쓰는 것은 내 디자인과 미학에서 항상 중요한 부분이었으므로 최근 쇼에서 재단을 통해 그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시즌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어깨가 많이 부각 되었고, 많은 옷들이 땅에 닿을 듯 아슬아슬 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어떤 실루엣과 주제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각진 어깨는 실루엣 면에서 가장 나다운 디자인이었고 이 디자인이 하우스 유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디자인과도 공존하기를 원했다. 이 경우엔 발렌시아가가 자주 사용한 둥근 어깨 라인이기도 했다.

재미있었던 옷은 공기를 넣었다  뺄 수 있는 재킷들이었다. 이 옷을 만든 과정도 궁금했다. 일상에서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던 건가?

새로운 형태와 실루엣, 옷과 신체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나는 전통적인 양재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중요한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실험을 즐기고 있다.

이번 시즌, 새하얀 공간에서 그 어떤 장식도 없이, 옷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쇼를 진행했다. 모두 당신이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옷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 엔터테인먼트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요즘은 패션이 옷 그 자체 보다 쇼와 화제성으로 더 주목받는 것 같다. 내 작품이 이런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작품은 언제나 디자인에 초점을 두었다. 한동안 콘셉트를 중심으로 한 쇼를 진행하였었지만 이로 인해 내 작품의 본질이 가려지게 되었던 것 같아 지금은 하지 않는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싶다. 내 작품은 항상 기술적으로 나아진 모습을 담아내며 모양과 기법으로 실험을 한다. 이제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 작업과 옷 제작에 관한 연구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패션 에디터
김신
사진
COURTESY OF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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