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es van Noten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드리스 반 노튼 2023 F/W 컬렉션

드리스 반 노튼은 금색 종이 한 장이 공중에서 하강하는 티저 영상으로 이번 컬렉션을 예고했다. 컬렉션의 베뉴는 돔 드 파리(Dôme de Paris) 실내경기장. 이곳에 가늘고 긴 여러 갈래의 런웨이를 설치하고 드러머 랜더 지젤링크(Lander Gyselinck)가 실험적 사운드를 라이브로 연주하는 가운데 컬렉션이 시작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이번 시즌 컬렉션의 테마를 ‘친밀(Intimacy)’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그는 ‘강한 소재와 연약한 소재를 믹스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며 ‘당신이 정말 수선해서 오랫동안 가지고 싶은 것, 소중히 여기는 섬세한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컬렉션은 오래 소장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됐다. 클래식 혹은 베이식이라 할 수 있는 핀 스트라이프 슈트에 다양한 방법으로 그만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선 재킷이 빈티지 시장에서 구한 것처럼 오버사이즈인 것이 이야기의 시작. 여기에 티저에서 예고한 것처럼 골드 컬러로 대담하게 페인팅을 하기도 하고 재킷의 안감을 노출하거나 멘딩(mending) 기법의 스티치를 허리나 어깨 등에 넣어 지극히 사적인 느낌을 불어넣었다. 금색의 페인팅은 깨진 도자기를 금과 함께 붙여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본의 공예 킨츄기(kintsugi)를 떠오르게 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킨츄기 기법을 패션을 통해 실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패브릭은 보물 창고를 털어온 듯 다양하게 선보였다. 프렌치 레이스로 만든 슬립 드레스, 오간자를 여러 겹 레이어링 한 스커트, 벨벳과 실크를 믹스한 집업 재킷, 금빛 브로케이트 팬츠, 보타니컬 프린트를 빼곡히 넣은 섬세한 거즈 원피스,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꽃을 그린 듯한 더스터(duster) 등…. 남성적인 테일러링과 대조적인 화려한 소재가 드리스 반 노튼의 섬세한 감성으로 융합되어 또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컬렉션이 탄생했다. 패션은 일회용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 역시 무척이나 동시대적!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Dries van N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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