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M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엠에스지엠 2023 F/W 컬렉션

요즘 SNS에서 넘쳐나는 과장된 이미지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디자이너가 많아졌다. 놀랍게도 타고난 낙관주의자였던 MSGM 마시모 조르게티도 그 중 하나다. 그가 오프닝에서 연속 9벌을 블랙 컬러로 내놓는 것은 분명 흔한 광경이 아니다. 그는 백스테이지에서 ‘무드 보드도 없고 특별한 스토리도 없다’고 단언했다. 대신 MSGM의 2023 FW 컬렉션은 순수한 본능, 형태, 질감을 탐구했다. 일종의 패션 디톡스! 

깔끔한 오프 화이트 런웨이는 블랙 컬렉션을 돋보이게 했다. 우선 성숙한 모헤어 슈트가 눈길을 끌었다. 오버사이즈의 페이크 퍼 코트,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원숄더 새틴 드레스, 블랙 시스루 톱과 리본 미니스커트, 담백한 디자인의 리틀블랙드레스 등 오직 블랙 컬러가 오프닝을 지배했다. 이후 BGM이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의 빠른 템포의 곡으로 바뀌고 컬렉션은 시트러스 옐로, 쿼츠 그린, 에메랄드, 오키드 핑크 등 생생한 컬러를 가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컬러의 변화와 함께 볼륨, 질감, 패턴도 한결 풍성해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애니멀 프린트의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주얼 컬러 프린트의 비대칭 원피스 등 아이템에서 예전보다 한결 성숙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시모 조르게티는 자신이 10여 년 전 선보였던 아카이브 컬렉션, 이를테면 브로케이드 원피스와 미니스커트 같은 아이템을 이번 시즌 런웨이로 소환하기도! “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둡고 불안한 순간이며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화려한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잘 만들어온 것입니다.” 45세가 된 마시모 조르게티는 확실히 달라진 생각으로 성숙한 컬렉션을 마무리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MS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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