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dem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에르덤 2023 F/W 컬렉션

에르덤의 디자이너 에르뎀 모랄리오글루는 최근 런던 블룸즈베리(Bloomsbury) 지역에 있는 조지 왕조 시대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했다. 1860년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젊은 여성들을 위한 ‘희망의 집’으로 사용되며 약 3,000여명의 여성을 보듬었던 집이다. 에르뎀 모랄리오글루는 건축가인 남편과 함께 집을 보수하면서 집안 곳곳에 흔적이 남은 다양한 여성의 스토리를 발견했다. 또한 미국의 소설가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의 프로토 페미니즘(Proto-feminism) 단편 소설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 등의 작품을 읽으며 에르덤 2023 FW 시즌 컬렉션의 영감을 받았다.

컬렉션이 열린 런던 새들러즈 웰즈(Sadlers Wells) 극장 내 마련된 런웨이에 런던 스모그를 상징하는 자욱한 연기가 깔리고 런웨이가 시작됐다. 남성용 턱시도와 빅토리아 드레스의 흥미로운 믹스매치 스타일! 에르덤 특유의 플라워 프린트는 빛바랜 영국 벽지에서 영감을 받아 톤 다운된 라일락 컬러 프린트로 재해석되었고 이는 드레스 위에 놓여 정성스럽게 말린 장미 꽃잎처럼 고혹적 분위기를 냈다. 풍성한 러플과 볼륨 디테일은 우아한 분위기를 더했고, 크리스털, 레이스, 브로케이트, 태피터 실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고, 동시에 전통적인 케이블 니트를 해체하거나 재조합하고 밑단을 마무리하지 않는 등의 기법을 통해 비련의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냈다. 레그 오브 머튼 소매는 다양한 드레스에 부착되어 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부여했다. 코르셋을 레이어링한 시스루 레이스 드레스, 고전적 실크 드레스, 바이올렛 컬러의 튤 드레스, 크리스털을 아낌없이 넣은 블랙 드레스까지…. 에르뎀 모랄리오글루는 절정에 달한 드레스 메이커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Erde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