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berry 2023 F/W Collection

명수진

버버리 2023 F/W 컬렉션

작년 10월에 버버리에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다니엘 리의 첫 컬렉션이 런던 패션위크의 월요일 밤을 뜨겁게 달궜다. 런던 케닝턴 공원(Kennington Park)에 설치된 버버리 컬렉션 베뉴에 몸을 덥히는 토디(독한 술에 설탕과 뜨거운 물을 넣은 음료)와 핫초코가 대접되었고 좌석은 두툼한 담요로 덮혔다. 프론트 로에는 버버리 체크로 감싼 유단보가 선물로 놓였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버버리 컬렉션을 찾은 글로벌 앰버서더 전지현과 손홍민 역시 훈훈했다.

런웨이 시작 후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확 달라진 컬러 팔레트! 옐로, 바이올렛, 오렌지, 핑크, 블루, 그린 등 이전 버버리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풍부한 원색 컬러는 주로 블랙, 브라운, 베이지를 사용했던 전임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와 분명히 구분되는 특징이었다. 또한 다니엘 리는 2015년 단종됐던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sum) 로고를 부활시켜 버버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무려 167년에 달하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에 경외를 보내면서도 모든 것은 전복됐다! 안감을 겉감으로 바꿔 부활시킨 버버리 라벨이 겉으로 자랑스럽게 드러났고, 몸판의 앞과 뒤를 뒤집어 패턴을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을 싹 바꾸고자 한 디자이너의 의도는 ‘변화의 바람(THE WINDS OF CHANGE)’라는 슬로건 티셔츠에서 구체화됐다.

컬러만큼이나 다양한 모티프가 등장했다(영국 버버리 공장에서 100년도 넘게 이어진 패브릭 책은 다니엘 리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오리를 모티프로 프린트를 만들었고 오리 모양의 유머러스한 헤드기어도 등장했다. 다니엘 리는 ‘오리는 매우 영국적이다. 그것은 공원을 떠오르게 한다’며 버버리의 헤리티지인 트렌치코트가 비를 막기 위한 기능성 의류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장미꽃 모티프도 눈길을 끌었다. 장미꽃 프린트의 두터운 벨벳과 시어링 코트와 재킷 시리즈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코르사주 형태로 시폰 드레스 위에 장식됐다. 모델의 빨간 머리와 스킨헤드, 그리고 그래픽 티셔츠, 가죽 팬츠, 메탈 목걸이 등 영국 특유의 펑크적 요소를 주입해 이 모든 것을 고루하지 않게 표현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액세서리 컬렉션이다. 터프한 페이크 퍼 소재로 백, 슈즈, 거대한 트래퍼 햇(trapper hats)을 만들어 스타일링 포인트로 활용했고, 전에 없이 다양해진 백과 슈즈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니엘 리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피렌체 외곽에 있는 버버리 시제품 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니엘 리는 ‘버버리가 가방 분야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백과 관련된 다양한 내러티브를 개발하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버리의 CEO 조나단 아케로이드(Jonathan Akeroyd)는 버버리 매출 50억 파운드를 목표로 액세서리 비중을 두 배 이상으로 늘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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