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Men 2023 F/W Mens Collection

명수진

디올 맨 2023 F/W 맨즈 컬렉션

지난 12월, 이집트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2023년 프리폴 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새로운 컬렉션으로 컴백한 디올 맨. 디올 맨 컬렉션이 열리는 파리 튈르리(Tuileries)의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에는 수많은 스타를 보기 위한 수천 명의 팬들로 북적거렸다. 파리의 파업, 시위, 교통체증도 이들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된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루이 비통의 앰버서더로서 파리에 왔다가 디올 컬렉션까지 찾은 제이홉의 인기였다. 디올 맨에 온 지 올해로 5년 째인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펜디 여성복과 오뜨 꾸뛰르의 아티스틱 디렉터도 겸하며 매년 무려 20여 개의 컬렉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킴 존스는 2023 F/W 디올 맨 컬렉션을 위해 친구인 배우 로버트 패티슨(Robert Pattison)과 그웬돌린 크리스티(Gwendoline Christie)에게 T.S.엘리엇(TS Eliot)의 1922년 시 <황무지(The Waste Land)>를 낭독해달라고 부탁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난해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시 낭송은 배우 겸 감독인 베일리 월쉬(Baillie Walsh)가 영상으로 촬영했고 이는 디올 맨 런웨이의 거대한 스크린 배경에서 방영됐다.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독일 작곡가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음악에 맞춰 시 낭송이 장내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킴 존스는 T.S.엘리엇의 시에서 시간의 흐름과 죽음, 그리고 갱신이라는 주제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컬렉션은 화사한 크림 컬러로 시작했다.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이 가장 좋아했던, 이른 봄의 은방울꽃은 부드러운 재킷과 비대칭으로 우아하게 드레이핑 되는 스웨터 위에 아름답게 놓여졌다. 한편, 킴 존스는 디올 하우스의 역사 속에 있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이름을 꺼집어냈다. 크리스찬 디올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1958년에 21세의 어린 나이에 디올 하우스에 합류한 이브 생 로랑의 1958 S/S 컬렉션이 킴 존스에게 강력한 영감의 근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브 생 로랑이 좋아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요소들 –  애니멀 프린트를 가미한 트렌치 코트, 블랙 도트 프린트 등 – 을 재현하며 고인이 된 이브 생 로랑을 부활시켰고 오랜 우울 속에 살았던 그를 추모했다. 이는 T.S.엘리엇의 시의 의미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킴 존스는 여성 디올 아이템을 남성복에 적용하는데 매우 능수능란하다. 디올 여성복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바재킷이 남성 버전으로 등장했고 진주 단추를 단 파스텔블루 컬러의 니트 카디건과 남성용 퀼로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 낭송을 해준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디올의 네이비블루 스커트를 입고 프론트로에 앉아 컬렉션을 감상하며 남성이 스커트를 입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여기에 1920년대 영국 어부의 이미지를 오버랩하여 부력 패드를 단 터프한 구명 조끼, 아일랜드의 선원들이 즐겨 착용한 아란 스웨터, 풍성한 A라인으로 드라미틱하게 포장한 스톰 코트, 노란색 레인 코트, 어부들의 모자인 사우웨스터(sou’westers), 청키한 웰링턴 부츠 등 터프한 아이템을 추가한 것도 흥미롭다. 이번 시즌 디올 맨은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의 베스트 컬렉션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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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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