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es Van Noten 2023 S/S Collection

명수진

드리스 반 노튼 2023 S/S 컬렉션

코로나 이후 드리스 반 노튼이 ‘평범한’ 패션위크 런웨이로 돌아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 시즌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런웨이로 돌아와 피지컬 패션쇼를 열었지만, 드리스 반 노튼은 디지털 패션쇼를 계속 이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30개월 만의 피지컬 컬렉션 컴백! 무대로 돌아온 드리스 반 노튼은 컬렉션이 패션뿐 아니라 공간, 동선, 조명,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울려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예술 장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낙천주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것이라서 0에서부터, 즉 검은색 사각형으로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의지대로 컬렉션은 고요한 블랙으로 시작했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배경 음악 덕분에 모델들이 워킹을 할 때마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들렸고 숨죽여 이를 지켜보는 객석의 긴장감이 공기 중에 퍼졌다. 비대칭 햄 라인을 비롯해 조형적인 실루엣, 수공예적인 태슬과 스트링 장식, 주름과 요철 등 소재의 질감이 블랙의 각양각색의 매력을 전달했다. 거의 현대 미술 작품처럼 보이는 유리 소재의 주얼리는 ‘단단하면서도 깨지기 쉬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배경 음악이 블론디(Blondie)의 ‘하트 오브 글라스(Heart of Glass)’의 인트로를 믹스한 음악으로 전환되고 컬렉션은 올 블랙에서 컬러로 드라마틱하게 전환했다. 그리고 등장한 블루 컬러! 반짝이는 블루 시퀸 소재로 만든 원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운 컬러를 뽐내서, 캔버스 전체를 블루 컬러만으로 칠해도 예술이 되는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작품에 견줄만했다. ‘드리스 반 노튼 블루’라고 명명하고 싶을 정도! 이후 레몬 셔벗 옐로, 청량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그린 등 하나하나 매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아름다운 컬러 팔레트가 이어졌다.

감동할 만한 장면을 이미 충분히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컬렉션은 하이라이트를 향해 계속 달려갔다! 컬렉션 후반부에 등장한 다채로운 플라워 프린트는 마치 실제 꽃잎을 말려 붙여서 만든 것 같은 생생함을 뽐냈다. 정원 가꾸기가 취미인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아름다운 눈을 빌려 세상을 본 느낌이랄까? 드리스 반 노튼의 파리 패션위크 컴백 컬렉션은 올해의 컬렉션 중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오랜만에 피지컬 패션쇼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명수진
영상
Courtesy of Dries Van No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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