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를 둘러싼 10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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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넘게 생태계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멀티플렉스 극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다시 열린 국내외 영화제는 전과 다른 풍경이며, IP와 OTT 전쟁은 가속화됐다. 지난 1년 6개월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 영화 산업의 지형을 10개의 화두 속에 담아냈다. 

 1.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작이 중단·연기됐거나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대기 중인 한국 영화는?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김성훈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킹덤 : 아신전>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킹덤 : 아신전> 이전에 그가 맡기로 한 영화는 <피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을 진행할 수 없어 제작이 연기됐다. <피랍>처럼 <보고타>와 <교섭>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작이 중단될 뻔했다. 〈보고타>(감독 김성제, 출연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는 지난해 1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단된 뒤, 1년 3개월 만인 지난 6월 21일 촬영을 재개했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교섭>은 중동에서 피랍된 한국인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요르단 촬영을 계획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촬영을 먼저 진행한 뒤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현재 올해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이다.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영화는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하는 뮤지컬 영화 〈영웅〉(출연 정성화), 변성현 감독의 <킹 메이커>(출연 설경구, 이선균),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이순신 장군 영화 〈한산>(출연 박해일) 등이 그렇다.

#피랍 #보고타 #교섭 #해외로케이션 #영웅 #킹메이커 #한산

 2. 관객을 많이 끌 화제작, 텐트폴 작품을 중심으로 다른 중소형 영화가 개봉 일정을 잡곤 하는 문화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주요 투자배급사들은 어떤 전략이나 기준으로 움직이는 흐름인가? 

배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봉 타이밍, 그러니까 개봉 날짜를 결정하는 ‘데이팅’이다. 적절한 개봉 날짜는 영화의 제작비 규모, 경쟁작, 시장 상황(코로나19 같은 질병이나 올림픽 같은 큰 이벤트)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대형 배급사마다 자사 영화와 타사 영화를 객관화하는 작업을 거치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축적·분석하는 것도 적절한 개봉 타이밍을 잡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가령,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들이 여름 시장이 시작되는 30주(1년 52주 기준으로 여름 시장이 시작되는 7월 말이 30주 차다)부터 32주까지 몰리는 것도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객이 예년처럼 극장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배급 전략은 회사가 처한 사정에 따라 제각기 달라졌다. 누구는 손익분기점을 목표로 영화를 개봉하거나, 누구는 수익을 목표로 개봉하거나, 또 누구는 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봉하거나, 아니면 라인업 숫자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개봉하거나. 그러다 보니 수년 전부터 CJ, 롯데, 쇼박스, NEW 등 대형 투자배급사들은 단순히 라인업을 확보해 극장에 배급하는 투자배급사 역할에서 벗어나 할리우드 스튜디오처럼 투자 제작 방향으로 선회하는 중이다. 양질의 IP를 확보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개발해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감독이나 프로듀서 같은 창작자와 함께 제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팅 #CJ #롯데 #쇼박스 #NEW #할리우드스튜디오 #IP전쟁

 3. 작년 봄 이후 최근까지 국내 개봉한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한국 영화에 한해서 지난해와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0편도 되지 않는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435만 명) 〈반도>(381만 명), <#살아있다>(190만 명), <담보〉(171만 명), <삼진그룹 영어토익반>(157만 명), <소리도 없이〉(40만 명) 등 6편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올해는 <블랙 위도우>(281만 명),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229만 명), <극장판 귀멸의 칼날>(215만 명) 〈소울>(204만 명) 등 외화가 극장가에 숨통을 겨우 틔웠지만, 한국 영화는 8월 10일 현재 81만 명을 동원하고 있는 <랑종>(한국 태국 공동 제작) 말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아직 없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영화 산업의 질서가 기존의 극장에서 OTT로 옮겨갔고, 그러면서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의 구분이 더욱 엄격해지는 산업 환경에서 ‘천만 영화’는커녕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흥행 바람을 일으켰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435만 명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악에서구하소서 #반도 #살아있다 #담보 #삼진그룹영어토익반 #소리도없이 #랑종

 4. 지난 1년 반 동안 국내 극장가는 대체로 어떤 상황이었으며, 이제 맞이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격세지감이다. 지난 20년 넘게 영화 산업이라는 생태계에서 굳건한 헤게모니를 쥐었던 ‘슈퍼 갑’ 멀티플렉스가 하루아침에 위기에 처했다. 관객이 예년만큼 극장을 찾지 않고, 그러면서 대형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미루었으며, 극장은 틀 영화가 없어 관객을 더욱 모으기 힘든 악순환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코로나19는 극장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영화 산업의 아킬레스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7월 23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객수는 2002만 명을 기록했고, 이것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에 해당한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지난 1년 넘게 정부에 구조 신호를 보낸 건 정말 절박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멀티플렉스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영화관 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 영화발전기금 부과금 90% 감면 같은 소극적 대책을 꺼내는 데 그쳤다. 극장이 올해 여름 시장을 앞두고 특단의 조치를 꺼낸 것도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한 목적이다. 제작비 200억원이 넘는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총제작비 50%를 보전할 때까지 티켓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다. 극장이 단 한 번도 부율을 양보하지 않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슈퍼갑 #멀티플렉스 #특단의조치 #모가디슈 #싱크홀

 5. OTT의 보편화와 팬데믹 시대가 맞물린 결과로 영화인과 방송인, 영화와 드라마 등의 장르 및 산업을 굳이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해진 느낌이다. 앞으로 작품 공개를 앞뒀거나 제작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는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드라마 촬영감독과 처음 작업했는데 작업 속도가 정말 빨라 감탄했다.” 한 영화감독의 말대로 영화인과 드라마 스태프가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풍경은 더는 새롭지 않다.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 여러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연출한다.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돼 촬영 전부터 화제가 됐고, 최근에는 중화권 배우 장첸이 합류했다. 이준익 감독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 김지운 감독은 애플TV+의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 브레인>의 메가폰을 잡았다. 이선균이 주인공인 <Dr. 브레인>은 뇌에 담긴 의식과 기억에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로, 동명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감독이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하는 앞의 두 편과 달리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인 <그리드〉는 영화감독과 드라마 작가가 만난 작품이다. <신의 한수 : 귀수편>의 리건 감독이 연출하고, 드라마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각본을 쓴 이 시리즈는 현재 촬영 중이다. 이 밖에도 표민수 감독은 웹툰 <우리 오빠는 아이돌>을 원작으로 한 아이치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는다.

#윤종빈감독 #이준익감독 #김지운감독 #표민수감독 #이수연작가

6. 해외 극장가와 영화 촬영장의 상황은 최근 어떻게 돌아가는 분위기인가? 

북미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극장의 잠정 폐쇄와 자택 대피령 때문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북미 박스오피스는 2019년과 비교해 80% 하락했고, 영화 산업에서 12만 명이 넘는 실직자가 발생했다. 그러면서 영화 산업의 중심이 극장에서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옮겨갔다. 산업의 반등을 노리는 할리우드는 지난 3월부터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분노의 질주 : 더 얼티메이트>, <블랙 위도우> 등 1년 동안 개봉을 미뤄온 영화들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텐트폴들이 개봉 첫 주만 반짝 반등할 뿐이고 그다음 주부터 전주 대비 20% 이상의 하락폭을 보여 태세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30일부터 극장 문을 닫았다가 지난 5월 19일 다시 열었다. 재개관 당일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약 30만 명. 관객을 실제 좌석수의 30%로 제한하고, 야간(밤 9시 이후) 통행 금지를 시행하는 불리한 조건임에도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숫자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흥미롭게 지켜볼 지역은 영국이다. 빈번한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촬영 대여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가 부족할 만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건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가 500만 파운드(한화 약 78억6천만원)를 투자해 실행한 ‘영화와 TV 재시동 계획’ 덕분이다. 영국에서 촬영하는 작품이 코로나19로 제작 중단 등 손실이 발생할 경우 영국 정부가 보상하는 보험사 역할을 한다는 게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정책을 통해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 200편이 넘는 작품을 지원했고, 약 2만4천 개의 일자리를 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 #홈엔터테인먼트 #프랑스 #야간통행금지 #영국 #정부영화정책

7.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한국에 론칭하면 어떤 지각 변동이 일어날까? 

“어쩌면 이들이 라인업을 내놓게 되는 2022년 혹은 2023년에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전망대로, 기존의 영화 투자배급사, 넷플릭스, 국내 OTT, 카카오M, JTBC 스튜디오 같은 대형 스튜디오들은 라인업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지금보다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작은 제작사들은 공룡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감독, 프로듀서 같은 창작자에겐 당분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지난 8월 13일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11월 한국에서 공식 론칭한다”는 깜짝 소식을 내놓기 전까지 디즈니플러스도 애플TV+도 한국 론칭과 관련된 전략이 철저히 베일에 싸였다. 그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소식으로 두 회사의 움직임을 짐작할 뿐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즈 IP뿐만 아니라 <너와 나의 경찰 수업〉, <그리드>, <무빙> 같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보좌관>, <악마판사>, 영화 <안시성>, <마녀>, <소울메이트>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와 아예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했다. 스튜디오앤뉴는 향후 5년 동안 오리지널 시리즈와 텐트폴 콘텐츠를 제작해 디즈니플러스에 공개한다는 게 두 회사의 협약 내용이다. 론칭 날짜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와 달리 애플TV+는 올해 하반기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인 <Dr. 브레인>을 공개한다는 사실 외에 “아직은 드러난 게 거의 없”(애플TV+의 관계자)다.

#프랜차이즈IP #오리지널콘텐츠 #너와나의경찰수업 #무빙 #닥터브레인 #OTT각축전 

8. 2020년 이후 해외에서 리메이크 및 제작하기로 결정된 한국 영화가 있다면? 

지난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이후, 팬데믹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스위트홈>,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사랑의 불시착> 같은 시리즈물과 <#살아있다> 같은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영화 IP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우선 CJ ENM은 미국 제작사 스퀘어페그와 함께 영화 <지구를 지켜라> 할리우드 리메이크판 공동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원작자인 장준환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고, 영화 <유전>과 <미드소마>를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과 제작자인 라스 크누드센이 제작을 맡는다. 심은경과 나문희가 출연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중국, 베트남, 일본, 타이 등 7개 국가에서 리메이크돼 극장 개봉한 전적이 있는데, 이제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리메이크 제작되고 있다. 영화 <불한당>, <극한직업>, <써니> 또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대형 투자배급사 NEW는 아마존스튜디오와 함께 김옥빈 주연의 영화 <악녀>를 <빌러니스>라는 제목의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로 리메이크 제작한다. 정병길 감독이 연출과 총괄 프로듀서를, <워킹데드>를 제작한 스카이바운드가 제작을 맡았다. NEW는 <블랙 미러>를 제작한 락앤러즈에 <7번방의 선물>의 리메이크 판권을 팔았다.

#한국영화IP #지구를지켜라 #수상한그녀 #불한당 #악녀 #7번방의선물

9. 작년에 쉬었던 국내외 영화제들이 올해는 나름의 방식과 캐치프레이즈로 오프라인 개최를 선택하고 있다. 운집과 상영 공간이 필수인 영화제는 어떤 아이디어나 규칙으로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고 있나?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었다. 극장 상영을 고수하거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영을 병행하거나. 칸국제영화제는 2년 동안 많은 풍경이 변했다. 종이 티켓을 고수해온 예년과 달리 온라인 티켓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모든 참가자는 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판정 문서를 보여줘야 팔레 데 페스티벌(상영관과 기자회견장이 한데 모인 건물)에 입장할 수 있었다. 팔레 데 페스티벌 앞에 마련된 PCR 테스트 절차는 간소했다. 예약 시간에 맞춰 그곳에 가면 입장부터 테스트가 끝나기까지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테스트 후 6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이메일과 핸드폰으로 통보됐다. 참가자들은 이틀마다 이 절차를 밟으며 영화를 감상했다. 칸과 달리 베를린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분산 개최됐다.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계획했다가 올해 초 독일에서 확진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서 내린 결정이다. 지난 3월에 제작사와 배급사, 기자와 평론가를 대상으로 온라인 영화제가 열렸고, 6월에는 ‘베를린 여름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야외에서 관객을 만났다.

8월 12일 개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했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올해의 큐레이터, 한국음악영화 복원 기획전 같은 주요 섹션을 제외한 모든 영화는 OTT 플랫폼인 웨이브에서 상영된다. 최근 비수도권 3단계가 시행되면서 야외 공연 프로그램 일부는 취소됐다. 10월 6일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직은 칸처럼 기존의 오프라인 상영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오프라인이든, 온오프라인 병행이든 과거처럼 관객이 표를 구하기 위해 상영관 앞에서 밤을 새우거나 영화를 보고 난 뒤 삼삼오오 모여 감상을 나누는 북적거리는 풍경은 당분간 볼 수 없다.

#온오프병행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오프라인유지 #부산국제영화제

10.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영화 전문 기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때면 가장 자주 회자된 이야기는? 

“넷플릭스행을 문의하려는 한국 영화의 줄이 넷플릭스 코리아가 있는 종각부터 종로5가까지 이어졌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은 않는 이 말은 관객이 예전처럼 극장을 찾지 않는 산업 상황에서 넷플릭스 문을 노크하는 한국 영화가 많아진 풍경을 빗댄 표현이다.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니, 제작비라도 보전하며 영화나 시리즈를 제작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기존의 영화 투자배급사보다 소재 선택의 폭이 넓고 표현이 더욱 자유롭지만, 그만큼 제작자의 고민도 덩달아 많아졌다. 영화 제작사들이 너도나도 시리즈 기획에 뛰어들면서 영화 제작사와 기존 드라마 제작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그러다 보니 “영화 제작사도, 드라마 제작사도 OTT 앞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영화 제작자 A)다. “프로젝트마다 계약 내용이 제각각이지만 지난해 초 넷플릭스로 간 영화가 보통 제작비의 15~20%를 상회하는 돈을 받았다면, 넷플릭스행을 문의하기 위해 줄을 선 지난해 12월에는 제작비의 6%로 거래되다가 최근에는 4~5%도 채 받지 못하는 것”(영화 제작자 B)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 같은 또 다른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피처 에디터
권은경
김성훈( 기자)
사진
GETTYIMAGES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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