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함께 [허웅, 허훈, 임성진, 전세진] | 더블유 코리아 (W Korea)

공과 함께 [허웅, 허훈, 임성진, 전세진]

2021-07-22T00:46:09+00:002021.07.22|FASHION, FEATURE, 피플, 화보|

어느 각도로 보나 너무 뜨거워서 눈길이 가는 농구  배구  축구의 남자들. 지금 한국 프로 스포츠의 젊음과 재능과 환호성의 동의어인 운동선수 넷.

왼쪽 허훈이 착용한 호피무늬 포인트의 점퍼, 호피무늬 반바지, 슈즈, 목걸이는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오른쪽 허웅이 착용한 민소매 티셔츠, 팬츠, 슈즈, 액세서리는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허웅이 입은 목걸이 장식의 니트 셔츠, 반바지는 돌체&가바나 제품.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허웅이 입은 후디, 반바지는 돌체&가바나 제품.

허웅 HEO WOONG  
농구 · 1993년생, 원주 DB 프로미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처음 보는 장면이 펼쳐지는 요즘이다. 농구 선수 출신 아버지와 농구 선수인 두 아들이 함께 방송 출연을 한다. 그냥 선수가 아니라 아버지는 전직 ‘대통령’이고, 2021년 현재 두 아들은 기록을 세우며 코트 안과 밖에서 조명받는다. 허웅은 프로 농구 역대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인기상’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2021 시즌을 마친 직후 올 3월에 발표된 득표수는 작년 그가 인기상을 받을 때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허웅에게 빠져 ‘허웅적거린다’라는 댓글 조어가 등장했다. 겉으로 봤을 땐 끼 많고 말하기 좋아하는 동생에 비해 형은 보다 진중하고 다소곳한 남자로 보이지만, 그런 허웅이 적극적으로 입을 열 때는 허훈과 함께 있을 때다.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에서도, 휴식기인 최근 2개월간 출연한 각종 예능(프로그램 수를 세다가 포기했다)에서도 두 살 차이 나는 형제의 자잘한 견제와 호흡과 애정이 드러난다. “아버지나 훈이와 예능에 출연할 때도 늘 우리가 하던 대로 해요. 그런데 가족과 그런 시간을 함께한다는 점 자체가 어떻게 보면 특별하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하는 거니까 할 힘이 나요.” 어릴 적 축구 교실에 다니던 허웅은 허재의 미국 연수 때문에 가족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농구의 재미를 알았다. 농구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묻자 연대 시절 ‘대학 농구 정기전을 할 때’라고 비교적 바로 답했다. “농구 한 이후 제일 기억에 남는 시기예요. 뛰고 싶어도 뛸 수 없는 무대구나 싶어요.” 그의 소속팀 원주 DB 프로미는 지난 시즌 후반에 접어들어 다시 좋은 폼을 보여줬지만, 다소 아쉬운 최종 성적으로 마무리를 했다. 마지막의 그 좋은 기운을 이어 올 10월 개막하는 2122 시즌을 잘 치르고 나면 허웅은 FA(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선수 커리어에서 중요한 시점이다. 2014년 현재 팀에 입단한 그를 몇 년간 지켜보며 느낀 건 그가 아버지의 이름에 갇히지도, 아버지를 애써 부정하지도 않는다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세상에서 너무 유명한 부모의 존재가 같은 길을 가려는 2세에게 득과 독으로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허웅은 일찍이 성숙했거나 쿨한 남자였던 게 아닐까. 물론 그의 속이 어떤 시간과 단련을 거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로 인한 시선을 늘 받아왔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는 없잖아요. 아버지는 아버지 시절의 최고 선수였고, 나는 내 시절의 최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최고가 되고픈 건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의 꿈이고요. 결국 나는 여느 선수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맘이 좀 편해졌어요. 그리고 농구를 하는 이상 아버지는 저에게 든든한 ‘빽’이에요. 고마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허재가 현역이던 시절 농구가 누린 큰 인기를 되찾는 데 ‘코삼부자’의 방송 활동이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기를, 허웅은 바라고 있다

허훈이 착용한 후드 점퍼, 데님 쇼츠, 슈즈는 돌체&가바나 제품.

허훈이 착용한 민소매 티셔츠, 호피무늬 반바지, 목걸이는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허훈 HEO HOON 
농구 · 1995년생, 수원 KT 소닉붐 

형 허웅에게 그와 같은 가드 포지션에서 현재 가장 뛰어나다고 보는 선수가 누구인지 물었을 때,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훈’이란 두 음절을 들었다. 202029일은 스포츠 기사들이 ’2020’ 이야기로 신이 났던 날이다. 농구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다다르기 어려운 기록, 20득점과 20어시스트를 국내 최초로 허훈이 돌파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24득점 21어시스트다. 당시 부산 KTKGC 인삼공사 간 경기였다. 그보다 몇 개월 전 허훈은 원주 DB와의 경기에서 출전 시간 39분 동안 3점 슛을 9개 연속 성공시키기도 했다. ‘연속’이 놀라운 일이다. 이상하고 희한하게, 하지만 당연히 기분 좋게 잘 풀리는 날이 있다. 스스로도 ‘오늘 좀 된다’는 감이 와서 3점 슛을 계속 시도한 게 아닐까 했다. “그런 거 전혀 아니에요. 아무 생각 없이 하던 대로 했는데 그런 플레이가 나온 거예요.”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수순인 듯, ‘아버지도 못 세운 기록’, ‘아버지도 못 받은 정규 리그 MVP’ 같은 제목의 기사가 난다. 허재는 농담처럼 허웅과 허훈 중 ‘이기는 쪽이 내 아들’이란 말을 하고, 다만 동생 허훈의 자신감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현역 시절 자신을 닮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허훈은 형보다 낫다고 여기는 자신의 특징으로 ‘성격’을 꼽았다. KT 소닉붐과 <코삼부자> 유튜브 채널에서, 운동과 운동으로 이뤄진 생활을 공개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그리고 허웅이나 허재와 함께 출연한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 <라디오 스타>, JTBC <뭉쳐야 쏜다>, <뭉쳐야 찬다>, tvN <업글인간> 등등에서 비친 그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스포츠 스타 캐릭터다. 인터뷰로는 느끼지 못한 개구지고 낙천적인 면이 화면에서 슈팅처럼 쏟아진다. “예능 잘한다는 칭찬 들었을 때 기분 좋았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운동선수잖아요. 방송 경험은 좋은 추억이라 생각해요.” 허훈은 아직 자신이 훌륭한 선수라는 칭찬을 받을 때는 아니라고 했지만, 허웅과 함께 프로 입단 전 대학생으로서 허재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말’을 낳은 지 3년도 안 돼 놀랄 만한 기량을 펼치는 중이다. <더블유> 화보 촬영 후엔 8월부터 열리는 2021 FIBA 남자농구 아시안컵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도 들렸다. 한국 남자 농구는 역대 아시안컵에 매번 출전한 유일한 팀이자 최다 우승 기록도 갖고 있다. “대표팀으로서 보다 책임감을 가져야죠. 가장 가까운 미래의 목표라고 하면 단연 우승이에요. 멀리 내다보면 오래 현역으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좋은 선수로, 오래.” 

임성진이 입은 니트 셔츠, 데님 팬츠, 속옷은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임성진이 착용한 티셔츠, 데님 팬츠, 벨트, 속옷은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임성진 LIM SUNG JIN 
배구 · 1999년생, 한국전력 빅스톰 

임성진의 말투는 시종일관 나긋나긋했다. 그는 종종 고개를 숙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타격의 스포츠인 배구 코트에 울려 퍼지는 둔탁한 마찰음과 그가 득점을 낸 후 지르는 환호를 생각하면, 경기할 때의 임성진과 코트를 벗어난 임성진 사이에는 꽤 ‘갭’이 있다. 프로배구 2021 시즌 중 어느 경기에서 그가 직선으로 내리꽂는 시원한 스파이크를 선보이거나 자기 팀의 영역으로 침범할 듯한 공을 여지없이 막아내며 활약하자, 캐스터와 해설자는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임성진 선수가 화면에 자주 잡히니 분위기가 환해지네요.” “프로 스포츠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거든요.” 대학 배구 에이스였던 성균관대학교의 임성진은 정규 리그가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프로 무대로 향했다. 프로팀과 신인 선수가 운명의 짝을 짓는 자리인 드래프트를, 생애 한 번 있는 그 떨리는 시간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치렀다. “아무래도 여러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이 모이는 현장감은 못 느꼈죠. 그래서 별로 안 떨리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계속 긴장되더라고요.” 임성진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의 사진이 올랐다. 그게 삽시간에 퍼지면서 SNS 팔로워가 10만 명 이상 늘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는 ‘별생각이 없었다.’ 임성진은 가까운 이들로부터 ‘인생 참 쉽게 산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단순한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배구에 있어서는 다르다. 자신의 ‘문제’를 고백할 때 그의 표정이며 말투는 유독 단호하고 결연했다. “배구를 하거나 생각할 때면 예민하고 복잡해져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요. 경기에서 이겨도 제 플레이가 흡족하지 않은 날에는 기분이 안 좋고. 스스로 만족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선수가 만족한다는 게 그리 좋지도 않다고 보지만요.” 공을 받는 것도, 때리는 것도 중요한 배구에서 그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선수는 흔치 않기에 임성진은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고 못하는 게 없다’는 스물일곱 살 정지석을 롤모델로 여긴다. 그리고 언젠가 정지석에게 힘든 점을 토로했을 때 임성진을 감동시킨 장문의 문자 속에 있던 말을 곱씹는다. 뭔가 잘 안 풀릴 때면 오히려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을 해보라는 것. “평소에는 몰라도 운동할 때만큼은 차라리 내가 최고라고 여기는 태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임성진은 레프트 포지션에서 국내 톱 선수가 되기를 꿈꾼다. 세상이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그를 조명하며 그의 얼굴과 몸에 관해 먼저 말할 때, 개인 기록에 큰 관심이 없다는 임성진은 팀의 성적과 미래의 자신이 도달할 수준에 대해 생각한다. 

전세진이 착용한 호피무늬 베스트, 데님 팬츠, 목걸이, 슈즈는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전세진이 입은 가죽 재킷, 데님 팬츠, 팔에 두른 목걸이는 모두 돌체&가바나 제품.

전세진 JEON SE JIN 
축구 · 1999년생, 수원삼성 블루윙즈

전세진을 만나러 가는 날까지도 포털 사이트에서 그를 검색하면 ‘김천 상무’ 소속이라는 정보가 떴다. 그는 전역한 바로 다음 날 원 소속팀인 수원 삼성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다. 실내 스포츠인 농구나 배구의 한 시즌은 하반기에 시작해 이듬해까지 이어지지만, K리그의 시즌은 봄부터 초겨울까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열리는 올해는 나라를 오가는 그 토너먼트 일정의 영향으로 K리그도 잠시 휴지기를 보냈다. 7월 중순 다시 개막하는 일정을 앞두고, 전세진과는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2년 전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준우승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뒀을 때 한국 축구사에 빛나는 기록을 남긴 청춘들을 <더블유>는 화보로 기록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0대 시절부터 중요 경기에서 활약하며 2018년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영 플레이어’ 트로피를 받은 이 공격수는 이른 군 입대를 택했다. 아침 6시 반 기상, 밤 9시 반 점호라는 규칙 속에서 운동에 보다 ‘정진’할 수 있는 군 생활 동안 그는 차 사고와 몇 번에 걸친 부상에 시달렸다. 올 초까지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훈련했지만, 도쿄행은 접어야 했다. “여러 명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상대 차가 신호를 위반해서 큰 사고가 났어요. 그나마 저는 허벅지 근육이 찢긴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많이 다쳤죠. 상무에는 국가대표 형들도 많고 배워서 나갈 점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치료와 재활에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 군복을 벗은 전세진의 마음은 여느 때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새로 시작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영 플레이어인 그가 군대에 있는 사이, 축구 명문인 수원 매탄고 출신 후배이자 2000년생 3인방이 팀에 합류해 더욱 젊은 활기가 생겼다. “우리가 최고의 팀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수원 삼성은 빅 클럽이고, 팬들이 정말 많거든요. 슈팅 한 번 잘하면 관중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나와요. 수많은 사람이 제 이름을 불러주면 뛰다가도 막 소름이 돋아요. 힘이 안 날 수가 없죠.” 바로 그것 때문에 축구 선수로 사는 것 같다는 전세진의 말에서 스포츠 스타와 록스타의 비슷한 면을 본다. 그의 앞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수원 삼성의 빛깔(이 팀의 빅 팬인 가수 박재정이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서 파랑 유니폼으로 가득한 집을 공개한 적 있다)을 입고 달릴 미래만이 남았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그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 경기력이 부진해서 안 좋은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선수라면 경기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았어요. 축구 선수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증명받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