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란 없다. 헌옷의 수명을 연장시켜줄 패션 브랜드들의 친환경적인 행보.
다시 만들어줄게
‘패스트 패션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란 오명을 벗을 H&M의 야심작. 스톡홀름의 드로트닝가탄 매장에 설치된 컨테이너 크기의 기계 ‘루프(Looop)’ 이야기다. 패션 리테일 기업이 매장에서 가먼트-투-가먼트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선보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으로, 루프 기계에 넣어진 의류는 세척되어 섬유로 잘게 찢어지고 새로운 원사로 만들어진 뒤 전혀 다른 패션 아이템으로 탄생한다. 물과 화학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의류 생산 방식보다 훨씬 친환경적. 이용료는 한화로 약 1만9천원, 수익금은 모두 소재 연구 관련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다.
헌옷의 재발견
오래된 옷이 주는 고유의 가치와 지구를 살리는 소비 의식을 강조해온 파타고니아가 이번에는 중고 의류 조각을 조합해 만든 업사이클링 라인 ‘리크래프트 컬렉션(ReCrafted Collection)’을 출시한다. 이는 중고 의류를 파타고니아의 리노 수선 센터에서 선별하고, 창의적인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LA에서 해체 후 다시 봉제하는 과정으로 제작되는데, 다양한 형태의 원단과 색상의 파타고니아 중고 의류 조각이 다운 재킷, 베스트, 스웨터 등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에서는 가로수길과 도봉산 직영점에서 만날 수 있다.
둘이 하나 되어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 ‘디비전(di)vision’은 스웨덴 출신의 남매 디자이너 나난과 시몬 윅이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전개하는 덴마크 패션 브랜드다. ‘나누다’라는 뜻의 브랜드명처럼 반으로 나눈 두 가지 옷을 하나로 합쳐 대칭되는 보머나 청바지가 컬렉션의 주를 이루는데, 군복의 부속물이나 빈티지 의류, 버려진 직물이나 사장 재고를 재활용한다. 유니섹스 룩을 좋아하는 쿨한 모델들의 리얼웨이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재조립의 기술
지속 가능한 패션을 가장 성공적으로 패션계에 안착시킨 마린 세르가 주로 활용하는 방법은 실크 스카프, 사장된 가죽, 데님 팬츠 같은 클래식한 직물과 유럽 각지에서 조달받은 브로카드 카펫, 자수 테이블보, 가짜 모피 베드 커버 같은 재료를 함께 재조립하는 것이다. 제작 방식의 특성상 생기는 수량의 한계는 신중한 패턴 설계로 극복하고 있다. 마린 세르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리사이클링 과정을 ASMR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을 시청한다면 소비자가 얼마나 윤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지일 깨워준다.
- 패션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 COURTESY OF (DI)VISION, H&M, MARINE SERRE, PATAGO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