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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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패션계의 패러다임 역시 마찬가지. 디지털 패션위크, 마스크 패션, K팝 앰배서더의 무한 질주, STAY 챌린지,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비전… 더블유 패션 에디터가 올해를 돌아보며 기록할 만한 이슈 10을 꼽았다.

BOTTEGA VENETA

공공을 위한 체험형 패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불구하고 체험해야 할 전시가 눈에 띄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이상향에 대한 고찰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의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전시, 인플레이터블 박스가 설치되어 청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보테가 베네타의 <인플레이터블 스토어>,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골든구스의 <골든 매니페스토> 전시, 그리고 코오롱스포츠의 서브 브랜드인 엘텍스가 내년 론칭에 앞서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체험형 전시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네이버 사전 예약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공공을 위한 체험형 패션’이 올해 곳곳에서 열렸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VALENTINO

VALENTINO

GUCCI

GUCCI

온택트 쇼의 향연

‘온택트’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매 시즌 패션위크라는 거대한 신고식을 치르는 패션계에서도 온택트는 중요한 타개책이 되었고, 디자이너들 역시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창의적인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사진가 닉 나이트와 협업한, 디지털 라이브 스트리밍 퍼포먼스를 통해 환상적인 오트 쿠튀르 영상을 선보인 발렌티노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 디자인 팀원을 모델로 기용한 채 12시간 동안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에필로그 캠페인의 제작 과정을 공개한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처럼 말이다. -패션 에디터 박연경

MARINE SERRE

RICK OWENS

LADY GAGA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션

마스크는 패션사 속 곳곳에서 목격되었지만, ‘코비드-19’라는 비현실적 팬데믹 상황은 마스크 패션을 일상적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바이러스 발현 전부터 패셔너블한 마스크를 컬렉션에 정착시킨 마린 세르는 2020 F/W 시즌에도 역시나 마스크 패션을 선보였다. 컬렉션을 선보인 2월은 바이러스가 창궐해 무섭게 확장한 시기였기에 시의적절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팬데믹 현상에 마스크를 내놓는 브랜드는 점점 늘어났으며, 지난 10월 선보인 릭 오웬스의 2021 S/S 컬렉션에서도 마스크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컬렉션뿐 아니라 스타들도 마스크 패션에 동참했는데, 레이디 가가는 LA에서 열린 2020 MTV VMAs에서 전위적인 마스크를 패션으로 승화시키며 “마스크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변화를 야기시킨 2020년. 평생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패션 브랜드들이 내놓은 묘책, 패셔너블한 마스크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마스크 패션을 그저 아름답게만 바라보는 날이 오길 바란다. -패션 에디터 김민지

BALENCIAGA

지속 가능한 내일

오늘날 패션은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다행히도 패션계는 변화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마르니는 2020 F/W 컬렉션에서 동물 애호의 메시지를 담아 피날레에 동물 인형을 등장시키며 환경 문제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이어갔다. 발렌시아가는 물이 범람하고 불길이 솟구친 듯한 쇼장과 홍수에 잠긴 프런트로를 선보이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다채로운 비전을 보여줬다. 최근 몽클레르 또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알리며 이에 전념할 것을 약속하는 ‘Born to be Protec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내일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된 ‘지속 가능한 패션’. 이렇듯, 작지만 소신 있는 움직임이 모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지 않을까. -패션 에디터 김민지

CELINE

SAINT LAURENT

CHANEL

GUCCI

케이팝 앰배서더 시대

몇 해 전부터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을 쇼에 초청해 이슈를 일으키는 마케팅이 힘을 쏟았고, 2020년에는 케이팝 아이돌을 앰배서더로 지정하고 집중적으로 브랜드와 끈끈한 관계를 다지는 셀렙 마케팅에 나섰다. 해외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올해 들어 그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고, 샤넬의 제니, 구찌의 카이, 아이유, 생로랑의 로제뿐 아니라 버버리와 백현, 프라다의 아이린, 찬열 등 새로운 조합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패션 에디터 김신

기생충 신드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195월에 개봉했고,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같은 해에 받았지만, 2020의 신드롬에 넣은 이유는 202029일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을 받으면서 해외에서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여배우 박소담과 조여정은 더블유 매거진 미국 본지의 화보를 비롯해 해외 유명 매거진의 피사체가 되었고, 배우 박소담은 순식간에 패션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패션 에디터 김신

JIMMY CHOO

ALEXANDER McQUEEN

STAY, STAY, STAY..

올해를 정의하는 키워드, ‘STAY’. 코로나19가 한 해를 잠식한 지금, 온택트로 소통하는 방식은 하나의 문화이자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집에 머무는 게 미덕이 된 상황에 패션계도 SNS를 통한 챌린지가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자크뮈스는 휴대전화로 캡처한 방구석 패션을 캠페인 컷으로 쓰는가 하면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굽을 일상의 소품으로 더하는 이미지로 재미를 더했고, 샤넬은 벨기에 뮤지션 앙젤과 함께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을, 지미추와 오메가는 슈즈 드로잉과 컬러링 북으로 집콕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주 새로운 콘셉트로 공동체적 활동을 장려한 알렉산더 맥퀸은 맥퀸 크리에이터스로 소셜 플랫폼을 통한 창작 활동의 장을 열었다.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랜선을 통한 교류는 더욱 활발하게 펼쳐졌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우리 하나 되어

2020 F/W 패션위크 직후 출몰한 전염병은 전 세계를 록다운시키며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켰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률이 높았던 이탈리아는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까지 이어지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패션 브랜드의 후원이 이어졌다. 자국을 위해 손을 걷어붙인 몽클레르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베르사체, 펜디 등은 기부금을 보태고, 프라다는 의료용 가운과 마스크를 생산했다. 손 세정제가 턱없이 부족했던 초창기에 LVMH는 향수 공장에서 손 세정제를 위해 기계를 가동하고, 케어링은 수백만 장의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이 펼쳐졌다. -패션 에디터 이예진

새 시대의 서막

패션 하우스들은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할 디자이너 대신 Z세대와 소통하는 데 능숙하고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가진, 또 그것이 셀링 파워로 이어지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그 예로 올해 지방시의 매튜 윌리엄스가 데뷔쇼를 치렀고, 강력한 팬덤을 가진 라프 시몬스가 프라다에 합류해 미우치아 프라다와 연합 쇼를 선보였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CELINE

PRADA

틱톡 바이러스

기존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 혁신과 창의성에 의해 구동되는 틱톡 콘텐츠는 빠르게 성장하고 진화하고, 사라진다. 이런 특성이 콘텐츠를 샘플링하고 리믹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십대들을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프라다가 선택한 98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찰리 다멜리오가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 촬영한 영상은 4400만 번 재생되었고, EBoy 스타일로 유명한 틱톡 스타 노엔 유뱅크스는 셀린느의 캠페인 모델로 발탁되었으며, 이런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는 중. 하우스 브랜드들이 줄지어 틱톡 계정을 만드는 까닭은 인플루언서에게서 트렌드를 찾는 젊은 인터넷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현명한 전략이다. -패션 에디터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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