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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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메이킹 사운드의 예술적 의미를 탐색하며 스위스 미니멀리즘 사운드 아티스트 지문(Zimoun)과 협업한 예거 르쿨트르. 경계를 허문 신선한 만남을 통해 탄생한 ‘The Sound Maker™’는 특별한 울림을 남긴다.

예거 르쿨트르와 협업한 스위스 아티스트, 지문(Zimoun). 마치 차임 시계 무브먼트를 제작하는 장인처럼, 소리의 본질을 기리고 시험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워치메이킹 메종인 예거 르쿨트르와의 협업 과정은 어떠했나?

Zimoun 이번 제안을 받고 바로 ‘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거 르쿨트르는 예술에 깊은 이해를 갖춘 브랜드였고, 또 창작 과정에서 작가의 자유를 전적으로 보장해주었다. 평소에도 워치메이킹은 매력적인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특히 세밀하고 정교한 시계 내부의 기계 시스템과 그 정밀도는 나를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협업을 시작하면서 예거 르쿨트르 매뉴팩처를 방문해 시계가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그랑 메종 시계 장인들이 보여준 정교한 솜씨에 매혹되었다.

금속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성을 지닌 장인들의 손길 아래 탄생하는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 무브먼트 데코레이션.

금속을 매개체로 하는 공감각적인 미학이 느껴지는 작품인데, 이러한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시작점이 궁금하다. 처음 생각나는 건 어릴 적 할아버지 댁 보일러실에서 느낀 경험이다. 당시 할아버지 댁에 놓여 있던 큰 보일러 기계가 식어가면서 내는 다양한 소리가 너무나 멋졌고, 흥미로웠다.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낡은 제록스 복사기와 아날로그 사진 등을 실험하면서 시각적 질감과 움직임을 탐색했다. 20대 초반 당시, 주로 종이가 내는 소리와 같은 물리적 재료로 미리 녹음된 음향을 통해 작업했다. 그리고 미니멀한 접근 방식과 사고방식에 집중하면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즉각적인 사운드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기계적 시스템 실험이 시작되었고,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는 설치미술에 시각적 텐션을 비롯한 소리와 공간을 융합하게 되었다.

당신의 설치 작품인 ‘사운드 스컬프처’ 역시 매우 흥미롭다. 이번 협업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 예거 르쿨트르를 만나 작품 아이디어를 논의할 때, 영감의 요소로 ‘호수’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호수를 떠올리면서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 부속품인 CD 디스크들의 시스템과 상호작용, 그 과정에서 들리는 소리와 시각적인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 각각의 움직임과 전체적인 구성에서 단순함과 복잡성이 동시에 드러났는데, 특히 금속 디스크에 불빛들이 반사되는 게 물의 파장과 아주 유사했다. 디스크의 원이 가장자리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듯한 움직임까지도 말이다. 이는 처음 예거 르쿨트르와 이야기 나눈 ‘호수’의 표면과 무척 닮았다. 결과적으로 이처럼 구성 요소의 본질에 집중하며, 단순성과 복잡성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 의도가 작품의 중심이 되었다.

아티스트 지문이 제작한 ‘The Sound Maker™’ 인스톨레이션인 ‘1944 prepared dc-motors, mdf panels 72 x 72cm, metal discs Ø 8cm’, 2020년 작품. 아름다움 사이의 이상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예거 르쿨트르 그랑 메종의 장인 정신과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시계 공학과 예술 사이의 교류를 보여준다. 나아가 깊은 감성을 지닌 지문의 미니멀한 작품에선 자연에서 느껴지는 어쿠스틱 허밍이 울려 퍼진다.

아티스트 지문이 제작한 ‘The Sound Maker™’ 인스톨레이션인 ‘1944 prepared dc-motors, mdf panels 72 x 72cm, metal discs Ø 8cm’, 2020년 작품. 아름다움 사이의 이상적인 균형을 추구하는 예거 르쿨트르 그랑 메종의 장인 정신과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시계 공학과 예술 사이의 교류를 보여준다. 나아가 깊은 감성을 지닌 지문의 미니멀한 작품에선 자연에서 느껴지는 어쿠스틱 허밍이 울려 퍼진다.

기계적인 형태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내는 설치 작품이 신선한 동시에 낯설다. 당신의 사운드 설치 작품이 소리를 내는 과정이 궁금하다.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작업한 ‘ 1944 prepared dc-motors, mdf panels 72 × 72cm, metal discs ø 8cm, 2020년’ 작품은 약 2000개의 매우 얇은 금속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다. 2000여 개의 금속 디스크가 움직이며 시각적인 자극을 주는 동시에, MDF 패널과의 마찰이 가변적인 사운드를 생성한다. 모든 와이어는 수작업으로 금속 디스크에 고정되기 때문에 각 금속 디스크의 회전을 다르게 만든다. 그 덕분에 소리는 매우 복잡해지고 미세한 구조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소리와 공간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독창적이다. 설치 작업에 있어 무척 섬세한 과정이 요구될 것 같은데, 당신 만의 작업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거 르쿨트르와 함께 작업한 이 작품은 아주 얇은 2000개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디스크는 모두 동일하지만 동시에 모두 다를 수 있도록 수작업을 통해 각 금속 디스크를 고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앞서 말한 것처럼 똑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 가변적 사운드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나아가 나는 작품을 만들 때 각각의 요소를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채로 유지하려 노력한다. 내가 작품명을 매우 기술적으로 짓고, 작품에 사용된 소재만 간략하게 설명하는 이유 역시 관객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관객이 오롯이 작품 그 자체를 통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주변과 자신에 대해 질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예거 르쿨트르의 워치와 당신의 소리 작품이 지닌 연결 고리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리는 내 작품을 구성하는 큰 원동력이며 여기에 공간과 조형물, 설치미술과 무드가 더해진다. 그리고 예거 르쿨트르 역시 그들의 시계가 내는 사운드에 섬세하고 명확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부분이 예거 르쿨트르 워치와 나의 작품이 연결되는 지점이 아닐까.

패션 에디터
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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