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시간을 거슬러 올해의 패션계 빅 이슈 10가지를 정리해봤다. 더욱 흥미롭고 흥분되는 새해의 이슈를 고대하며!
레드카펫 퀸 & 킹
연초부터 말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각종 레드카펫 행사는 신인들이 새로운 패셔니스타로 떠오르는 등용문인 동시에 화려한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셀레브리티들의 ‘뽐내기’ 대잔치가 열리는 현장이다. 그렇다면 2018년의 레드카펫에서 내로라하는 별들을 제치고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을 꼽는다면 누구일까? 두둥두둥! 여성 배우로는 2018 멧 갈라에서 발렌티노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맨드, 남성 배우로는 얼마 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영화 시사회에서 패션 매거진 화보에서나 볼 수 있던 몽클레르와 발렌티노의 협업으로 탄생한 롱 패딩 코트 드레스를 입
고 등장한 배우 에즈라 밀러를 꼽겠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발렌티노의 피에르 파올로 피촐리의 터치가 깃든 옷을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원숙미 넘치는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멧 갈라 영상에서도 살아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하는 듯한 화려한 헤드피스를 하고선 당당하고 드라마틱한 몸짓을 보여줬고, “의상의 실루엣 자체가 드라마여서 매료됐다”고 소감을 밝힌 에즈라 밀러는 진한 버건디 레드 립 메이크업과 함께 한 편의 퍼포먼스를 방불케 하는 레드카펫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스니커즈여 영원하라
지난 <더블유 코리아> 11월호를 통해 사진가 유르겐 텔러가 직접 신고 소개까지한 스니커즈 열풍은 2018년 머스트 쇼핑 아이템으로 꼽힐 만큼 올해 가장 두드러진 패션 트렌드라 말할 수 있겠다. 좀처럼 식지 않는 스트리트 무드와 스포티 믹스 매치의 영향으로 급부상한 스니커즈는 여성들을 고통스러운 하이힐에서 해방시켜준 것은 물론이고, 트렌드의 선두주자인 발렌시아가의 것처럼, 키가 커보이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높고 두툼한 디자인으로 멋진 비율을 완성해 남성들의 열렬한 호응까지 얻었다. 루이 비통, 펜디, 발렌티노 등의 하이 패션 스니커즈는 물론 나이키, 아디다스 등 실제 스포츠 브랜드까지 패셔너블한 스니커즈 열풍에 동참했으니, 이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로고 홀릭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를 필두로 복고풍 물결을 타고 떠오른 로고 트렌드는 올해 가장 강력한 전성시대를 누렸다. 여기엔 패션계를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트리트, 스포티즘의 든든한 성원이 크게 작용했다. 하이 패션에서 가장 돋보였던 로고는 바로 2018 F/W 컬렉션에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펜디 마니아’ 컬렉션. 기존의 F 로고보다 더 스포티하고 경쾌한 매력을 가진,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로고가 연상되는 마니아 컬렉션은 인스타그램 아티스트 헤이 라일리(@hey_rielly)의 작업을 차용해 완성했다. 휠라는 그 덕분에 매출 상승세를 달리며 밀라노에서 2019 S/S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기까지 했고, 펜디 역시 10월에 펜디 마니아를 캡슐 컬렉션 형태로 새로 단장해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굿바이 뉴욕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의 패션위크는 각 도시별 개성이 묻어나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은 물론, 각기 다른 도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늘 싱그럽고 활기찬 분위기로 대표되던 뉴욕 패션위크는 종잡을 수 없는 변화로 다사다난했다. 뉴욕 특유의 젊은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는데, 그간 뉴욕을 지켜온 몇몇 주요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캘린더를 따르겠다고 선포하고, 다른 도시로 컬렉션을 옮겨 진행한다는 소식들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 먼저 뉴욕의 ‘쿨’ 애티튜드를 대표해온 알렉산더 왕은 2018 S/S 시즌을 끝으로, 전통적인 패션위크 스케줄과 달리 6월, 12월에 자체적으로 쇼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프로엔자 스쿨러와 로다테 역시 2018 F/W 뉴욕 패션위크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둘 모두 2019 S/S 시즌엔 뉴욕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가을 파리 오트 쿠튀르 시즌에 맞춰 컬렉션을 진행한 것. 알투자라와 매 시즌 볼거리 가득한 퍼포먼스로 화제가 되는 톰 브라운은 파리 패션위크로 자리를 옮겼다. 빅토리아 베컴은 2019 S/S 시즌, 브랜드 10주년을 자축하며 고향인 런던에서 기념 쇼를 열었다. 랄프 로렌,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등 뉴욕 패션위크의 어르신들이 굳건히 도시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새로운 도전과 변덕으로 가득한 디자이너들이 뉴욕에 머무를지, 다른 도시에서 새로운 터전을 닦을지 지켜봐야겠다.
세기의 웨딩드레스
5월에 치러진 해리 왕자와 메간 마클의 결혼식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신데렐라 이야기 같은 두 사람의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이고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바로 그녀가 누구의,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빛낼 것인가였다. 새 시대의 공주 역사를 쓴 메간 마클이 선택한 건 바로 지방시에 부임해 그녀만의 우아한 이야기를 플어가고 있는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한 맞춤 드레스였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하게 떨어지는, 지방시의 드레스는 지난 케이트 미들턴의 화려하고 여성스러웠던 레이스 드레스와 비교되며 또 하나의 웨딩 드레스 트렌드를 제시했다. 2부 드레스로 입은 스텔라 매카트니 디자인의 심플한 홀터넥 머메이드 드레스 역시 화제가 됐는데, 이외에도 메간 마클이 입고, 신고, 들으면 ‘완판’이 될 정도로 단숨에 강력한 로열 패션 파워를 갖게 됐다. 그녀야말로 다이애나 비, 케이트 미들턴을 이어 지적이고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탐하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뮤즈가 되기 충분하다는 걸 보여준 셈!
- 패션 에디터
- 백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