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얼굴은 그의 자서전과도 같다”고 오스카 와일드는 말했다. 자서전 앞에서 고개가 수그러들기를 원치 않는다면 내 얼굴에 공들이기를 주저하지 말자.
내 피부가 어때서
그루밍족이란 단어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요즘 남자들, 자신의 피부를 세심하게 가꿀 줄 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모 가꾸기가 낯간지럽거나, 뭘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면 다음을 새겨듣길.
지금은 남자 화장품, 여자 화장품이란 경계가 의미 없을 만큼, 마치 유니섹스 스웨트셔츠처럼 여자들의 화장대를 기웃거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 화장품 매장을 찾아 제품을 구매하는 남성 비율이 높아졌다지만 기본적으로 내 타고난 피부가 어떤지는 알아야 한다. 크게 보자면 남자와 여자의 피부는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먼저 피부 두께다.이는 전적으로 호르몬 때문이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콜라겐의 합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콜라겐 합성을 왕성하게 일으켜 피부가 여자에 비해 두껍다. 콜라겐 층이 두껍다니 주름이 여자보다 늦게 생겨 좋을 것 같지만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훨씬 깊고 짙게 생긴다.
또 하나는 여자보다 수분 손실이 커 피부가 건조해지기 쉽다. 그야말로 ‘수부지(수분부족지성피부)’의 소유자가 남자에게는 넘쳐난다. 그래서 여자만큼이나 남자 피부도 환절기에 예민하며, 게다가 수시로 해야 하는 면도로 인해 피부가 자극받아 염증도 빈번하다. 그러니 여자만큼이나 피부 기초 체력 다지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본은 클렌징과 수분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피지가 15%나 더 많다. 그 탓에 모공에 쌓이기도 쉬우니 피지를 컨트롤해주는 클렌징 오일이나 전용 비누를 사용해 하루 종일 얼굴에 쌓이다 못해 굳어버린 피지를 살살 녹이면서 제거하자.
자, 이젠 수분 관리를 보자. 남자도 토너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 세안 후 피붓결을 따라 토너를 듬뿍 묻힌 화장솜으로 닦아주면 세안 직후 건조해진 피부의 목마름을 일차적으로 해소하는 건 물론이고 각질이 정돈되어 다음 단계의 제품 흡수가 원활해진다. 그렇다면 수분 크림은 무엇이 좋을까? 아직 피지 분비가 왕성한 20대라면 젤 타입 제품이 좋겠지만 환절기와 나이 듦의 예민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면 에센셜 오일이 소량 더해진 수분 크림이 좋다. 그럼에도 건조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피부 장벽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증거이니 세라마 이딘과 히알루론산, 아미노산 등 천연보습인자(NMF) 등이 처방된 제품의 도움을 받자.
피부가 너무해
클렌징과 수분이라는 피부 케어의 기초 명제에 충실했음에도 피부는 만족을 모를 수 있다. 아무리 수분 제품을 듬뿍 발라도 각질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거나 모공이 거뭇하다 못해 오돌토돌한 피지가 만져질 정도며 칙칙한 피부 톤 때문에 늘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당신은 까칠대마왕
남자의 각질도 여자의 것과 다르지 않다. 클렌징도, 수분 케어도 열심히 했음에도 오소소 일어난 각질이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피부 장벽이 무너지려 한다는 신호다. 각질 세포가 들뜨면 피부 장벽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습력이 저하되고 건조가 심해진다. 그러니 입자가 미세한 딥 클렌징 제품이나 액체 타입의 필링제로 과도하게 일어난 각질은 제거하고, 약산성 토너나 크림을 발라 각질 제거로 예민해진 피부를 다독이고 균이 침입하지 못하는 피부 상태를 만들자.
집중 관리의 미덕
콜라겐 층이 아무리 두껍더라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날렵했던 페이스 라인이 두루뭉술해지고, 입가 주변에 불독마냥 심술 주머니가 생겼다면 피부는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깊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탄력 케어에 집중한 제품의 도움을 받자. 단, 이것저것 많이 바른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 때의 화장품은 양보다 질이니 토너-수분-영양, 이 3단계만으로도 충분함을 기억하자.
남자도 광채 피부
칙칙한 피부 톤이 사람을 피곤해 보이게 만드는 건 남녀 가릴 것 없는 사실이다. 칙칙한 피부는 자외선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와 미세먼지와 같은 나쁜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화장품 성분을 따져보고 화장품을 교체하는 것이 칙칙하고 거뭇해진 피부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먼저 수분 제품으로 피부 속 물길을 터준 후 항산화 성분이 듬뿍 담긴 제품으로 피부가 산화를 일으키는 요인들-자외선, 스트레스, 유해 환경 요소-과 제대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하자.
화산송이를 닮은 모공
말끔하게 차려입었더라도 화산송이 현무암처럼 구멍 숭숭 뚫린 피부의 소유자라면 매력은 반감되고 만다. 그럼 클렌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모공 속 노폐물을 어떻게 해결할까? 콧방울과 양 볼 중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블랙 헤드는 모공 속에서 제때 제거되지 못한 피지가 공기와 만나 산화하면서 변색된 것이다. 클렌징 오일을 이용해 일차적으로 피지를 제거한 뒤 노폐물 흡착력이 뛰어난 클레이 마스크로 2차 세안을 하자. 이 과정을 2~3주간 꾸준히 반복하면 전용 코팩 없이도 깔끔한 모공으로 케어 할 수 있다. 모공을 깨끗이 청소한 뒤에는 과도한 피지 분비가 모공을 넓히거나 다시 쌓이지 않도록 피지를 케어해주는 토너를 화장솜에 듬뿍 발라 톡톡 두드리는 느낌으로 피부에 발라줄 것.
남자의 메이크업
남자에게도 피부 톤을 보정하고 잡티를 가리는 BB크림은 필수품이나 다름이 없는 세상이다. 그런데 남자 전용 BB크림은 남자 피부 특유의 검고 붉은 기를 자연스럽게 커버한답시고 회색빛 탁함을 띠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남자 전용 제품을 찾지 말기를 바란다. 여자라고 붉거나 검은 피부의 소유자가 없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여자의 베이스 제품에 눈을 돌리라는 얘기다. 아주 다양한 채도와 명도의 컬러 팔레트를 갖추고 있으니까 천편일률적으로 한두 개 색상만 갖춘 남성 전용 베이스 제품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바르는 데도 방법이 있다. 모공이 도드라진 콧방울은 스펀지에 물을 조금만 묻히거나 브러시를 이용해 밀착력을 높이고 모공을 커버하자.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함유된 프라이머를 먼저 바른다. 마지막으로 왕성한 피지 분비로 베이스 메이크업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메이크업 픽서 제품을 사용해 지속력을 높이자.
눈썹이 뭐길래
인상을 좌우한다는 눈썹은 어찌 보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소중한 존재일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컬러 메이크업을 통해 단점을 극복할 수 있지만 남자라면 눈썹이 이런 역할을 하는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면도와 마찬가지로 눈썹의 결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흐릿하거나 비워져 있는 부분을 채우는 것만으로 호감을 주는 또렷한 인상으로 거듭날 수 있다. 눈썹 형태에 따라 어떻게 보정하면 좋을까?
- 눈썹숱이 고르지 않다면
꼬리 쪽으로 갈수록 숱이 적거나 길이라도 낸 듯 중간이 비었다면 납작한 펜슬 타입의 아이브로로 모양을 이어준다. 일부러 눈썹 모양을 내면 오히려 비호감이니 빈 부분에 털을 한 올 한 올 심는다는 기분으로 터치하듯 그려줄 것. - 눈썹모가 사방으로 뻗쳐 있다면
눈썹칼로 눈썹 위와 아래 라인을 대강 정돈한 뒤 눈썹 앞머리는 최대한 건드리지 말고 눈썹 밑의 라인부터 모양을 잡아준 뒤 라인 밖에 위치한 숱을 가위와 눈썹 빗을 이용해 잘라줄 것. - 눈썹이 처졌다면
먼저 심하게 처진 꼬리 부분의 밑 라인을 과감하게 밀어버린다. 아이브로 펜슬로 눈썹산을 만든 뒤 밀어버린 눈썹에서 조금씩 위쪽으로 꼬리를 옮기듯 그려서 마무리할 것. - 억세고 삐죽한 숱이 문제라면
눈썹 마스카라를 적극 활용하자. 사방으로 뻗친 눈썹을 고정시키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눈썹 전용 마스카라로 눈썹이 난 결대로 빗어서 고정하고, 삐죽하니 솟아난 몇 가닥의 털은 가위로 잘라 라인을 정리하자.
그 남자의 헤어 레시피
여자는 ‘화장발’, 남자는 ‘머릿발’이라 했다. 그만큼 헤어 스타일이 남자의 룩을 완성하는 데 미치는 힘이 크다는 얘기다. 여자보다 피지 분비가 많은 건 남자의 두피도 마찬가지. 그래서 모근에 피지가 굳은 각질이나 유분을 그대로 방치해 뾰루지가 나거나 울긋불긋해지는 일이 빈번하다. 두피에 유분이 많은 타입이라면 티트리 오일이나 페퍼민트 성분이 함유된 샴푸로 손가락 지문 부위를 이용해 모근을 마사지하듯 감는다. 만일 건성 두피라면 일주일에 1회 정도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샴푸에 티트리 오일 혹은 로즈메리 오일을 한두 방울 섞어서 딥 클렌징 효과를 누리자. 유난히 머리카락에 힘이 없어 스타일링이 살지 않는다면 두피 전용 에센스를 모근에 발라 마사지해 모근에 힘을 실어주자.
이렇게 기본적인 케어를 끝냈다면 이젠 스타일링 차례. 요즘은 매트한 질감의 왁스에 이어 포마드를 이용한 스타일이 떠오르고 있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입을 때는 뿌리 볼륨을 살려 윗머리를 띄운 리젠트 스타일이 제격인데, 그러려면 커트가 중요하다. 앞머리는 눈썹 정도로, 옆머리는 가르마가 있는 부분부터 짧게 잘라 헤어 길이의 차이를 둔다. 만일 뻣뻣한 직모라 옆머리가 삼각김밥 스타일처럼 붕 뜬다면 투블록 스타일로 바짝 밀어도 좋다. 이렇게 커트한 뒤 말릴 때 롤빗으로 아래에서 위로 빗어주되 빗으로 모근 쪽은 붕 띄우는 느낌으로, 모발 끝은 눌러주듯 찬 바람을 쐬어 뿌리 볼륨을 살린다. 포마드를 바를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겉에만 바르면 금세 볼륨이 주저앉으니 안쪽부터 겉까지 골고루 전체적으로 발라 고정할 것. 그런 뒤 가르마를 타 고 콤 스타일의 빗으로 앞머리를 살짝 띄우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면 된다. 이렇게 제대로 모양을 내는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투블록 스타일로 커트한 뒤 웨이브 펌을 하자. 위로 넘기면서 말려주면 자연스럽게 윗부분의 볼륨이 살아난 스타일이 완성된다.
- 뷰티 에디터
- 송시은
- 포토그래퍼
- 안주영(화보), 이창민(제품)
- 모델
- 노마
- 메이크업
- 이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