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이언티는 삐삐밴드의 데뷔 20주년 기념 EP <pppb>의 타이틀곡 ‘Over & Over’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토록 좋아한다던 이윤정과 함께 작업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내내 그는 그녀를 ‘멋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이언티가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의 정의를 물으니 ‘자기 영역을 가진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월 초에 인터뷰를 했으니 딱 넉 달 만이다. 오랜만에 만나야 더 반갑고 할 이야기도 많을 텐데 이렇게 또 금방 만났다.
그런데 또 할 말이 있을 거다. 그동안 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대외적인 활동보다도 개인적인 일이 많았다. 음악에 대한 고민도 많았지 만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편인가?
아니다. 오히려 무척 단순 하다. 정해진 일이나 주어진 일을 하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다.
그럼 스케줄이 없을 때는 뭘 하면서 지내나?
평소에도 늘 작업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그런 편은 아니다. 작업실에는 작업할 때만 간다. 다른 때에는 친구들이랑 여기 저기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일주일 전에는 제주도에 갔다. 가기 전날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다가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됐는데 갑자기 집에 가기 싫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나흘 지내고 왔는데 그렇게 즉흥적으로 떠나니까 더 좋더라.
원래도 계획 없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난 유럽 갈 때도 미국 갈 때도 딱히 계획을 세우고 간 적이 없다. 그냥 거기서 푹 자고, 열심히 걸어 다니고, 맛있는거 먹으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
2월에 만났을 때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좋은 사람’ 혹은 ‘뮤즈’라고 대답했다. 그사이 당신이 애타게 찾은 사람은 만났나?
만났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딱 한 명 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꼭 여자여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런 사람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에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나?
음악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게 하나 있다. 무조건 곡 발표를 목표로 삼고 만드는 노래보다 그냥 내가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일기처럼 또는 편지처럼 써내려 간 노래들이 항상 더 좋은 결과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야 부끄럽지 않더라. 누군가를 만나서 특정 감정을 느끼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고민이 점점 많아진다.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많다.
그 말을 들으니 얼마 전 발표한 ‘꺼내 먹어요’도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낸 노래다. 정말 그냥 나의 그녀가 일이 바쁘고 힘들다고 하니까 당연히 그런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거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쓴 곡이다. 내가 이 노래로 성공을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오로 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곡이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에 가장 사랑 노래에 가깝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이번 삐삐밴드 데뷔 20주년 기념 EP 의 타이틀곡 ‘Over & Over’에 피처링을 맡았다고 들었다. 저번 인터뷰 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뷰에서 늘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삐삐밴드를 꼽은 바 있다.
삐삐밴드 이윤정 씨 는 그야말로 ‘쿨한’ 사람이다.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워낙 오랫동안 좋아했던 분이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이번에 나오는 삐삐밴드 앨범은 분명 쉽지 않은 음악 이다. 다분히 실험적이다. 그런데 가사가 정말 좋다. 특히 곡의 의도가 분명해서 더 좋다.
녹음도 생각했던 것만큼 잘됐나?
녹음 과정이 정말 좋았다. 삐삐밴드 달파란님의 작업실에서 녹음했는데 그 공간 이 진짜 멋졌다. 보통 녹음실 같은 공간이 아니라 LP가 널브러져 있고 큰 테이블과 1인용 소파가 있는데, 무슨 유럽 사람이 사는 집 같았다. 하하. 그리고 그 소파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다이나믹 마이크로 노래를 했다.
자이언티가 꿈꾸는 작업실이 궁금하다.
갑자기 생각난 건 데 복싱체육관을 인수해서 그 안에 사무실과 작업실을 만들고 싶다.
혹시 생각을 직접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풀어내는 것 이 더 편한가?
내 직업이 주로 말을 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까 무언가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귀찮다. 근데 사실 글 쓰는 것도 불편하다. 하하. 나는 그냥 노래를 할 뿐이다. 내가 아무리 SNS에 글을 올려도 결국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건 내 노래다. 그래서 다른건 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음악 방송을 제외하고는 거의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이언티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한다. 앞으로도 예능에 출연할 계획은 없나?
나는 아직 27살 이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은 그냥 음악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직 망가질 준비도 안 됐고. 앨범 몇 장 더 내고, 내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가만 보면 지난 몇 달간 꽤 쉴새 없이 달려온 것 같다. 휴가 계획 같은 건 없나?
일단 앨범을 내야 한다. 그래서 여행은 겨울쯤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북유럽에 가서 여유롭게 쉬다 올 계획이다. 가서 벽난로 앞에 앉아 있고 싶다.
벽난로에 대한 로망이 생긴 이유가 있나?
난 벽난로가 정말 좋다. 진짜 멋있지 않나? 하하. 나중에 살 집에도 꼭 벽난로가 있으면 좋겠다. 그 위에 큰 그림도 하나 걸어놓고.
하지만 작업실은 복싱체육관에 마련한다고 했다.
엄청 괜찮을 것 같지 않나? 여러 용도의 스튜디오로 쓸 수도 있고.
언제쯤 실현 가능할까?
일단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다
- 에디터
- 스타일 에디터 / 이예진 (Lee Ye Jin ), 피처 에디터 / 이채린
- 포토그래퍼
- 장덕화
- 스타일리스트
- 한종완(factory83)
-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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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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