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의 겨울 컴백은 언제나 옳다
선물을 고르며
지금의 계절은 선물이 흐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가족, 연인, 친구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거나 아니면 자신을 위한 위시리스트를 채우고 있다면, 이 노래가 기분 좋은 연말 의식을 부추기고 기분을 북돋워줄 거예요. 자이언티의 음악 중에서는 멜로디가 발랄하고 경쾌한 축에 속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너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면 / 너는 이미 다 가진 사람 같아서 / 뭘 줄 수 있을지 몰라 고민해”라는 설렘 짙은 가사가 이렇게 쓸쓸함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왠지 그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 결국에는 아무것도 주지 못한 걸 / 알게 된 나는 여전히 선물을 우우 고르며”. 자이언티가 찍는 말줄임표는 늘 이런 식입니다.
눈 (Feat. 이문세)
“눈이 올까요 / 우리 자는 동안에 / 눈이 올까요 / 그대 감은 눈 위에 / 눈이 올까요 / 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올까요” 긴 밤의 심원한 온기와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가사가 아니더라도, 서러울 정도로 한없이 나긋하고 느긋한 자이언티와 이문세의 목소리 때문에 겨울 밤새 내리 듣고 싶습니다. 아니, 다시금 표현하자면 여백 같은 선율과 그 안에 눈처럼 내려앉는 목소리를 캐시미어 머플러처럼 두르고 싶어요.
회전목마 (Feat. 자이언티, 원슈타인)
딩동딩동, 반짝반짝, 몽글몽글, 둥실둥실, 샤랄라라. 형형색색의 조명이 빛처럼 퍼지며 이를 신호로 체온과 흥취가 급격히 달아오르는 동화 속 세상의 연말 분위기를 소리로 짜맞추다 보면 꼭 이렇지 않을까요. “세상이 둥근 것처럼 우리 인생은 회전목마 / 우린 계속 달려가 / 언제쯤 끝날지 잘 몰라 /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마냥 달콤하지 않은 가사와 무관하게 겨울을 채우는 가장 세련된 행진곡입니다.
양화대교
겨울밤의 파티가 끝난 뒤. 겨우 잡아탄 택시 뒷좌석에 몸을 비끄러맵니다.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자꾸 기울어지는 머리는 뿌옇게 서리 낀 차창에 기대고요. 그러다가 세상의 소란과 잠시 단절된 적막 속에서 이 노래에 빠집니다. “행복하자 / 우리 행복하자 /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 행복하자 행복하자 / 아프지 말고 그래 / 행복하자 행복하자” 가족이라는 단어 앞에서 늘 꿈틀거리는 마음이지만, 가족의 얼굴 앞에선 아직 망설여지고 방황하는 이 말을 연습하듯, 그렇게 들릴 듯 말 듯 따라 부릅니다. 우리 행복하자.
꺼내 먹어요
봄꽃이 팝콘처럼 터질 때도, 풀벌레 소리와 거니는 여름밤에도, 선선하고 깊어진 날씨에도, 사시사철 귓가와 입 안에 맴맴 도는 고백송이지만 이왕이면 요새 이 노래가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자이언티는 연말 치트키’라는 댓글이 정확하게 짚어주듯 그의 목소리는 지금이 제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