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특급, 특급 패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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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었나. 한 럭셔리 브랜드가 숫자 8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만리장성에 자그마치 88m의 런웨이를 만들어 그 위에 모델 88명을 세웠던 기념비적인 쇼가 열린 해 말이다. 그러고 2014년, 베이징에서 펼쳐진 셀린의 특별한 2014 F/W 컬렉션에는 아시안 마켓을 겨냥한 ‘차이니스 에디션’이 등장했다. 에디터가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끼고 온 아시아 특수 마케팅의 생생 패션 통신을 전한다.

1. 피비 파일로가 직접 베이징 쇼에 참석해 모델들의 옷매무새를 살피고 있다. 2,3,6. 원시적 관능미를 풍기는 액세서리와 강인한 여성미를 강조한 셀린 F/W 컬렉션 룩. 4. 아시안 마켓을 겨냥해 새롭게 선보인 차이니스 에디션의 체크 룩. 5. 셀린은 베이징의 798 예술 특구 내 751 D-Park에 지난 파리 F/W 쇼와 같은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1. 피비 파일로가 직접 베이징 쇼에 참석해 모델들의 옷매무새를 살피고 있다. 2,3,6. 원시적 관능미를 풍기는 액세서리와 강인한 여성미를 강조한 셀린 F/W 컬렉션 룩. 4. 아시안 마켓을 겨냥해 새롭게 선보인 차이니스 에디션의 체크 룩. 5. 셀린은 베이징의 798 예술 특구 내 751 D-Park에 지난 파리 F/W 쇼와 같은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셀린에서 보내온 이메일을 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국. 최근 더블유 에디터들의 끊임없는 릴레이 출장의 행선지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왕복하고 있다. 오늘날 고속 성장하는 중국의 패션 마켓을 겨냥해 열리는 크고 작은 쇼들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쇼가 단순히 파리에서 펼쳐진 쇼의 리바이벌이 아니라는 점. 경제 규모 세계 1위를 기록하는 13억 인구의 파워, 특히 큰손들의 화끈한 쇼핑 패턴을 의식한 브랜드들이 급기야 오롯이 아시안 고객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까지 선보이며 새로운 2라운드의 아시안 마켓형 쇼를 선보이고 있다. 더구나 패션계의 여왕, 피비 파일로가 이번 행사를 위해 친히 이곳 아시아까지 행차한다니! 그녀를 비롯해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한 특별한 아시안 에디션을 목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국의 황사와 미세먼지를 이겨낼 이유가 생겼다.
5월 22일에 치러질 쇼 전야의 근사한 이벤트는 아시아 각지에서 온 프레스들 중에서도 오직 중국, 홍콩, 그리고 한국의 에디터들만이 초대받아 피비 파일로와 함께하는 디너였다. 최근 K-Fashion의 인기에 힘입어 아시아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라는 홍콩 셀린 홍보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드디어 쇼 당일, 셀린 하우스가 선택한 쇼장은 베이징의 이름 높은 798 예술 특구. 그 안에서도 디자인과 패션 등 창조적 산업의 요충지로 급부상한 751 D-Park라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프레스 외에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각지에서 초대받은 셀린 VIP와 셀레브리티 등 총 550명의 게스트들이 쇼장을 가득 메웠다. 오프닝 리셉션의 샴페인 영향인지 약간의 두근거리는 흥분 속에 쇼는 시작되었다. 이미 컬렉션 컷이나 영상으로 수차례 봐왔지만, 눈앞에서 직접 목도한 피비 파일로 특유의 강하고 지적인 여성성이 묻어나는 컬렉션은 더없이 매혹적이었다. 우아한 실루엣과 비대칭의 위트가 엿보이는 고급스러운 코트, 여기에 아찔함을 더한 슬릿 스커트와 독특한 단추 장식, 원시적 관능미가 느껴지는 한쪽에 길게 늘어뜨린 귀고리 등. “이번 컬렉션은 직감으로부터 접근하려고 했다.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야생적이고, 부드럽고, 강한 옷이길 바란다”는 피비의 말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면 강인하고 센슈얼한 면모가 느껴지는, 그 어느 하나도 더하고 뺄 것이 없이 세련되고 쿨한 룩들이었다. 그 가운데 에디터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바로 새롭게 응용된(이전의 파리 컬렉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깅엄 체크 룩. 이미 몇 시즌 전 슈퍼마켓의 쇼핑백에서 영감을 받은 근사한 타탄체크 룩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피비가 내놓은, 화려함을 선호하는 중국인을 위해 한껏 채도를 높인 체크 룩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컬렉션에 생동감을 안겨주었다. 물론 상업적인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건 인정, 그렇지만 중국 고객들의 취향을 간파한 뉴 룩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졌다. 즉 코끼리도 춤을, 아니 아시안 고객들의 지갑이 춤을 추게 할 만한 것이었다.
“셀린 하우스가 더 발전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선택한 행보는 처음으로 파리 홈을 떠나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었죠.아시아에서의 이 특별한 행사를 위해 우리는 두 벌의 익스클루시브 실크 톱과 실크 스카프, 그리고 중국을 위해 특별한 색상으로 디자인된 아이코닉한 미니 타이 백을 제작했습니다. 중국 내에 셀린의 입지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 4월엔 청두 지역에 복층 구조의 스토어를 오픈했고, 이어서 올해 말엔 상하이의 플라자 66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고요.” 피비 파일로의 말처럼 오늘날 단순히 디자인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마케팅과 브랜드의 방향성까지 가늠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생존 여부의 8할은 아마 이러한 세심한 아시안 마켓에 대한 배려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에디터
패션 에디터 / 박연경(Park Youn Kyung)
기타
COURTESY OF C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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