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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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 들어오는 공간, 아늑한 식탁, 재료의 맛이 그윽하게 입안을 감도는 음식이 있는 식당에 머무는 내내,몇 번이나 바랐다. 시간아 천천히 흘러라.

고사소요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면 횟집이나 이자카야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잖아요.” ‘외식이 일상’이었던 김혜림 대표는 매번 퇴근길이면 해산물과 야채, 과일로 그득한 맛있고 건강한 밥상이 간절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제철 해산물 레스토랑 고사소요를 덜컥 차리고 말았다. 물론 모든 해산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김미영 셰프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매일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출근하는 셰프는 굴이 좋은 날이면 고소한 생굴 튀김을 넣은 버거를 내놓기도 했고, 아구가 좋은 날엔 세라노 햄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기름에 구운 아구 꼬리살로 스테이크를 차려 내기도 했다. 여기에 크게 낸 창으로 하늘은 올려다보이고 작은 지붕들은 내려다보이니, ‘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란 뜻을 지닌 ‘고사소요’란 이름이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 식당이 또 있을까 싶었다. 오후 6시 오픈, 일요일 휴무, 용산구 이태원동 34-40 2층.

파씨오네
프렌치 레스토랑 파씨오네엔 점심과 저녁 각각 한 가지 코스 요리만 존재한다. 그날의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로 코스를 구성하는 탓에, 메뉴판은 썼다 지우기 쉬운 작은 칠판으로 대신하는 중이다. 음식에 곁들여 나오는 소스는 화려하기보단 간결하지만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의 다양한 야채를 어떤 것은 생으로, 어떤 것은 익혀 곁들인 새우와 농어 요리는 싱그러운 재료들의 맛이 입안에서 고스란히 살아난다. 대파, 셀러리, 양파 등 야채만 넣어 뭉근하게 우려낸 콘소메에 토마토, 양배추, 가지 등 야채로만 소를 만든 라비올리를 넣은 ‘진짜’ 야채 콘소메 또한 단정하지만 깊은 맛이 난다. 그날의 코스 요리 중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빼달라거나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을 추가할 수는 있지만, 사전에 문의해서 셰프에게 시간을 줄 것. 일요일 휴무, CGV 청담씨네시티 오른쪽 골목으로 약 250미터 직진 후 왼쪽 골목.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포토그래퍼
엄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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