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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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직 대중적인 유흥거리가 아니던 1910년대에는 오페라 가수와 무용가 같은 극예술 배우들이 트렌드를 손에 넣고 주무르던 패셔니스타였다.

영화가 아직 대중적인 유흥거리가 아니던 1910년대에는 오페라 가수와 무용가 같은 극예술 배우들이 트렌드를 손에 넣고 주무르던 패셔니스타였다. 벨 에포크의 유물인 코르셋으로부터 여성들이 해방될 수 있었던 건 마리아노 폴튜니가 디자인해 안나 파블로바와 이사도라 던컨에게 입힌 자유로운 플리츠 드레스의 영향이 컸던 것처럼. 이후 대중문화가 다변화되면서 시간과 공간, 시각적 연출과의 거리 때문에 현대의 극예술은 영화만큼 패션과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하지는 못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토즈와 라스칼라 극장이 발표한 독특한 협업이 눈길을 끈다. 1778년에 개관하여 이탈리아 발레와 오페라의 정신적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라스칼라 극장의 공연에 필요한 세트와 의상을 밀라노의 안살도 공방과 르 마르셰의 토즈 공장에서 제작하여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1년 안에 밀라노에 갈일이 요원한데, 발레와 명품 패션 기업의 조우라는 밑그림까지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독일 감독 마티아스 젠트너가 라스칼라 극장의 발레 댄서들이 토즈 슈즈의 제작 과정을 다양한 스텝을 통해 표현한 단편 영상 <이탈리안 드림>을 보면 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눈부신 성취를 거둔, 이탈리아 태생의 발레와 패션의 열정적인 조우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밀라노의 라스칼라에 직접 가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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