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펼치면 달콤한 마들렌이 그리워지듯, 여기 세 가지 맛을 떠올리게 하는 세 권의 소설이 있다.
브라운 브레드(BROWN BREAD)
“그래, 식빵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이었지. 모든 빵의 기본이 된다고 해서 만들기가 까다롭지 않다는 것은 아니야. 기본이라고 해서 간단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 -조경란 <식빵 굽는 시간> 중
달달한 간식용이 아닌 담백한 식사빵을 만들어내는 브라운 브레드에서 식빵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 조경란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그 과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복잡한 재료나 순서 때문이라기보다는 긴 기다림 때문이다. 최소 7시간에 이르는 긴 발효 시간 덕에, 이곳의 식빵은 여느 빵집처럼 우유나 계란을 넣지 않아도 입에 무는 순간 입안 가득 촉촉함이 느껴지고 소화시키기에도 편하다. 밀가루, 올리브오일, 소금, 이스트 외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치아바타, 겉은 짭짤하고 안은 담백해 자꾸 손이 가는 브레첼 역시 같은 이유로 밀가루의 진한 풍미가 그대로 느껴져 고소하다. 12시에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빵을 만드는 수고가 온전히 느껴지는 맛이다.
위치 : 서울 신촌 기차역에서 미라보 호텔로 올라가는 길에 커피빈 골목으로 좌회전
영업시간 : 오후 12시 ~ 7시
문의 : 070-8658-1236
샐러드 앤 미미(SALAD & MIMI)
“부추와 셀러리 같은 막강한 겨울 대표 선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소의 진수는 여름에 드러나며, 여름이야말로 요리사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종종) 최고 형태의 푸른 식탁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해준다. 푸른 채소밭을 식탁으로 옮겨오는 것이 요리사의 임무이다.” -존 란체스터 <아주 특별한 요리 이야기> 중.
유럽에서 나고 자란 작가 존 란체스터에게는 여름이 채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일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역시 봄이다. 그리고 샐러드 앤 미미에서는 그 봄의 푸른 채소밭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식탁을 만날 수 있다. 산에서 뜯거나 유기농법으로 키운 이곳의 미나리, 돌나물, 조선부추, 솎은 배추 등의 봄나물은 직접 만든 된장 소스나 생강 간장 소스에 석석 비비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맛을 낸다. 그 위에 바싹 구운 차돌박이나 말린 자두 크림치즈 볼을 올려 먹으면 더욱 감칠맛 나는 샐러드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첫 입엔 약간 거칠지만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나는 오렌지 정과나 무화과 정과를 한 손에 들고 문을 나서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치 : 서울 강남구 청담동 22-23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문의 : 02-548-4155
노아(NOA)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끔씩은 누군가와 둘이서 먹을 때도 있었지만 혼자서 먹는 것이 훨씬 좋았다. 스파게티라는 것은 혼자 먹어야만 될 요리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 같은 건 잘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스파게티의 해에> 중.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스파게티를 삶을 때에도 그것을 먹을 때에도 대개 혼자다. 하지만 그 소설에 감동받았다고 해서 노아에 혼자 들렀다면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해방촌 좁은 골목에 위치한 이 비스트로의 통유리창으로는 유난히 볕이 잘 들어, 마음 잘 맞는 사람들과 수다 떨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노아에는 비트를 넣어 반죽해 붉은 빛이 도는 새우 가지 라비올리와 찜닭 맛이 나는 파스타를 비롯해 버섯을 피자 위에 얹는 것으로 모자라 아예 갈아서 소스로 만든 진정한 버섯 피자, 호주산 와규를 마치 장조림처럼 밥에 비벼 먹는 리조토까지 평범하지 않은 메뉴들이 가득하다. 재미있는 재료와 레시피를 주제 삼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욱 유쾌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위치 : 서울 용산구 용산동 2가 46-5
영업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1시 (화요일 휴무)
문의 : 02-79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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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에디터 / 김슬기
- 포토그래퍼
- 이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