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든든해지는 맛있는 색감의 음식 세 접시.
MUY BIEN
스페인어로 ‘very good’이라는 뜻의 무이비엔은, 그 낙천적인 어감 때문인지 한번 발을 들이면 좀처럼 나가기 싫은 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멀쩡한 자기 집 놔두고 친구 집에서 하숙하던 ‘범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친구들 몇 명이 우르르 몰려가면 꽉 찰 자그마한 무이비엔은 음식 솜씨 좋은 친구가 아낌없이 만들어 대접해주는 부엌을 생각나게 한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페타 치즈와 채소, 과일을 넣은 샌드위치와 오랜 시간 졸여 매콤한 맛은 날리고 달콤함만 남겨놓은 양파 잼 샌드위치, 닭가슴살 버섯수프 등 세심하고 든든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와인 소스에 절여 숙성시킨 비프 샌드위치는 여름날 차가운 맥주와 함께 먹으면 좋다. 배를 깔고 만화책 읽으며 뒹굴거리다가 슬며시 일어나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짓는 먹성 좋은 친구의 모습이 저절로 재현되니 참 묘한 곳이다.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맘씨 좋은 부엌은 열려 있다.
VENUS KITCHEN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로 유명한 홍대 ‘술 파는 꽃집’의 오너가 바로 옆집에 ‘비너스 키친’이라는 독특한 식당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왠지 다른 차원의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비너스 키친’은 커피를 마시다가도 밥 생각이 나고, 밥을 먹다가도 술 생각이 나는 묘한 공간이다. 메뉴판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다 보면 어느새 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많은 음식과 음료, 술이 준비되어 있다.
교토의 새싹 채소와 스파이시 닭다리살을 얹은 현미 덮밥, 오키나와식 우동, 자메이카 우동, 열대 채소 오크라와 산미를 넣은 오크라우동, 각종 먹음직스러운 오니기리 등의 식사류는 물론 술 안주와 샐러드, 커피와 차, 술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우유 부단한 사람은 2박 3일간 뭘 먹을지 고민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스윗 타임’이라는 달콤한 이름으로 홈베이킹한 플레인 스콘과 피칸 스콘이 제공된다. 캐주얼한 비스트로라는 간단한 이름을 붙이기엔 매력이 차고 넘치는 곳이다. 아침 11시부터 새벽2시까지 문을 열어둔다.
CASA BONITA
흙 묻은 신발을 신고 있다면 선뜻 들어가기 미안해지는 하얗고 깔끔한 외관의 ‘까사보니따’는 이탈리아어로 ‘예쁜 집’이라는 뜻의 갤러리 카페다. 그림이 괜찮으면 음식이 그저 그렇고, 음식이 맛있다면 그림이 그저 그럴 수도 있는 딜레마를 현명하게 피하기 위해 매달 신진 작가들을 선정해서 한 달씩 작품을 전시하고, 또 주말에는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도 곁들여 준다. 앞으로 1년 정도는 전시할 작가들 예약이 꽉 차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유러피언 레스토랑을 표방하는만큼 음식도 결코 조촐하지 않다.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오픈 샌드위치와 DIY 버거, 파스타와 리조토, 스테이크가 듬직하게 한 접시씩 나온다. 연인들을 위한‘러버스 갤러리 코스’와 밥과 면, 수프가 한 접시에 나오는 ‘다이내믹 갤러리 세트’가 특히 인기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 시간이고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을 가진 후 오후6시부터 자정까지 저녁 시간이다.
- 에디터
- 서동현
- 포토그래퍼
- 박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