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쌈지

W

젊은 작가 정신으로 미술계를 도발했던 쌈지스페이스의 컬렉션이 <쌈지스페이스 1998-2008-2018 : 여전히 무서운 아이들>에서 되살아난다.

1. SASA[44], THINGS THAT MAKE MY LIFE WORTH LIVING #1 (FEAT. JEONG MEE YOON), 151X193cm, 2004, 컬러프린트.

Sasa [44]의 쌈지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한 ‘Things That Make My Life Worth Living #1 (feat. Jeong Mee Yoon)ʼ.

2. 데비 한, 아그리파의 클래스, 2004, LIGHTJET PRINT, 122X200cm.

모두 똑같은 교복 차림인데, 얼굴 부분은 일그러져 있다. 데비 한의 첫 번째 디지털 사진 작업 ‘아그리파의 클래스ʼ.

‘쌈지’가 젊음의 동의어인 시절이 있었다. 패션 액세서리를 만들던 그곳도 그랬지만,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회자되는 기획전을 도모하던 쌈지스페이스 이야기다. 1998년, 한국 현대미술의 대안 공간을 표방하며 개관한 쌈지스페이스는 국내 최초로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곳이다.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이 창작의 장으로 모였고, 2008년 쌈지스페이스가 폐관하기 까지 4백여 명에 이르는 작가가 레지던시나 전시에 참여했다. 양혜규, 박찬경, Sasa[44], 이형구, 함경아, 장영혜, 구동희, 손동현…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 현대미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쌈지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투명한 구체와 볼록렌즈, 작가의 얼굴 사진으로 시각적 확대와 변형을 꾀한 조각가 이형구의 ‘Altering Features With H-WR4ʼ.

투명한 구체와 볼록렌즈, 작가의 얼굴 사진으로 시각적 확대와 변형을 꾀한 조각가 이형구의 ‘Altering Features With H-WR4ʼ.

조습의 대표작 중 하나. 이한열 열사 관련 사진을 패러디한 ‘습이를 살려내라ʼ.

조습의 대표작 중 하나. 이한열 열사 관련 사진을 패러디한 ‘습이를 살려내라ʼ.

9월 14일부터 26일까지, 그때 그 쌈지 컬렉션이 전시 형태로 되살아난다. 장소는 요즘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입주해 창의적으로 들썩거리고 있는 종로구 ‘돈의문박물관 마을’이다. 권주연, 류정화, 송가현, 안현숙 등 쌈지스페이스에서 일했던 두 명을 포함한 네 기획자의 가벼운 대화가 규모 있는 전시회로 발전한 것. 전시명은 <쌈지스페이스 1998-2008-2018 : 여전히 무서운 아이들>이다. 2000년 쌈지스페이스가 암사동에서 홍대지역으로 이전하며 개최한 개관전인 <무서운 아이들 Enfant Terrible>에서 따온 타이틀이다. 당시 기존 화단을 향한 불만과 불신에서 비롯한 실험적 예술을 표출한 그 ‘무서운 아이들’은 이불, 이용백, 이동기 등 8명. 전시는 쌈지스페이스를 레지던시나 전시로 거쳐간 작가 약 50명이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선보인 작업들, 과거 쌈지스페이스가 선보인 기획전을 현재 젊은 작가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연대별로 정리하는 섹션 등으로 구성된다. 1998년에 출발해 2008년 마침표를 찍고, 다시 2018년에 뒤돌아 읽어보는 젊은 현대미술.창작의 장에서 작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했을 그 시절 문제적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무서운 아이들이 됐나?

에디터
권은경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