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입고 들고 신은 것은 언제나 화제가 된다. 바로 ‘데일리 룩’,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스타일 아이콘, 알렉사 청의 이야기다. 지난 5월 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디자이너로서의 새로운 여정에 나선 알렉사 청을 파리에서 만났다.

알렉사 청 브랜드의 인기 아이템인 니트 톱을 입은 알렉사 청

알렉사 청 브랜드의 인기 아이템인 니트 톱을 입은 알렉사 청

<W Korea> 그동안 다양한 패션 브랜드의 뮤즈로 활동했고,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경험도 많다. 마침내 당신의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그 계기가 궁금하다.
Alexa Chung 그간 몇 차례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나름 성공하고 성취감이 쌓이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론칭할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어떤 지원이나 다른 사람의 의견 없이 오로지 나의 판단 아래 모험을 할 수 있어서 특별했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모험을 시도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델로서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캐주얼 브랜드까지 섭렵한 경험은 디자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나?
비율이나 소재를 배우는 데는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에 주목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다양한 패션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브랜드의 스타일링을 맡아서 해보았지만, 막상 디자이너가 되니 다른 브랜드에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것 같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어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땐 너무 과도한 방향으로 나가기보다는 내 스타일이 투영된, 가장 나다운 스타일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나의 삶과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감수성은 분명 다른 사람과 다르고, 그런 특별함을 갖고 다른 사람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거다.

컬렉션 의상을 들여다보니, 캐주얼한 데님이나 티셔츠는 물론 이브닝 웨어로 입을 수 있을 만한 실크 드레스, 슈트까지 다양하더라.
나만의 옷장을 만드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가장 믿을 만하고 베이식한 데님, 트렌치코트부터 보다 실험적인 의상까지 넘나들었다. 어떤 딱 하나의 티셔츠나 드레스에만 집중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물론 주위에 아이코닉한 아이템 몇 가지를 전개하는 브랜드 디자이너 친구도 있지만, 나의 경우 한 가지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지 않고, 이것저것 스타일링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다양한 ‘기회’가 옷장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론칭 과정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점과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꼽는다면?
완전히 나의 자아를 담아내 비전을 제시한다는 건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가장 힘들다고 느껴진 부분도 그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하나의 브랜드를 내놓았으니 책임감도 컸고, 누군가 나를 평가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직원 열여덟 명을 책임져야 하고, 패션 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내게로 향해 있으니까.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디자인 사무실의 무드보드에 어떤 사진이나 그림이 걸려있을지 궁금하다.
데이비드 보위, 조지 해리슨, 믹 재거, 에디 세즈윅, 프랑수아 아르디, 제인 버킷, 샬롯 램플링, 로렌 허튼, 브룩 실즈, 더 퀸, 앤 공주, 다이애나 비 등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 그리고 피카소, 마티스의 작품과 책 커버들이 자리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 스케치에 한창인 알렉사 청.

직접 디자인 스케치에 한창인 알렉사 청.

론칭 전, 알렉사 청 브랜드의 자료에서 ‘데일리 럭셔리’를 표방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데일리 럭셔리 룩은 무엇인가?
일상에서 매일 입을 수 있고,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으며 판매하는 가격대보다 더 나은 생각과 디테일, 정성, 사랑이 담긴 질 좋은 것이 아닐까? 알렉사 청을 입는 여성이 자신이 특별하고 쿨하다라는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 프로젝트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지?
예쁜 홈페이지를 만들고, SNS 계정도 있지만,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지털 세계를 많이 경험했다. 3년 전쯤 <빌로이드(Villoid)>라는 패션 소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했고 말이다. 패션을 사랑하는 커뮤니티를 모이게 하고, 그들만의 스타일이 담긴 게시물도 만들고, 실제로 물건을 파는 형태다.  아마 알렉사 청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편집한 기사를 읽고 영상을 시청하며 나아가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새로운 디지털 장을 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넷플리스의 후손이 되는 그날을 상상하며!

첫 컬렉션 의상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을 꼽는다면?
베이비 블루 컬러 슈트와 트렌치코트! 니트웨어도 빼놓을 수 없다.

창의력과 위트 넘치는 반지, 귀고리 등 주얼리도 인상적이다.
주얼리 디자인 경험은 없어서 도전 정신에 불타올랐다. 스케치도 정말 많이 했는데, 귀고리에 보다 집중해서 이상하고 둥근 모양이지만 재미있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신은 패션계의 원조 ‘잇’ 걸이나 다름없다. 최근 스트리트 스타일이 유행하며 유명 블로거 등 ‘잇’ 걸이 되려는 패션피플이 무척 많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각자가 사랑하는 것을 공유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며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사진작가가 꿈이 아니었지만 사진을 찍는 일도 했고, 그 경험이 현재 내 브랜드까지 론칭하는 바탕이 됐다. 내 스스로를 완전한 패셔니스타로 보지는 않는다. 패션을 사랑한다면 누구든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패션이야말로 민주적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공유한다는 건,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본능이다. 패션위크에서도 다양한 인종의 디자이너, 모델이 등장하는 게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다양성은 패션계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좋아하고 원하는 걸 하고, 그게 지루해지면 멈추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