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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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의 문이 열린다. 낯선 건축물을 향한 오랜 우려와 논란은 여전히 유효할까, 혹은 기우에 불과했을까. 한발 앞서 DDP를 둘러본 6인의 목소리를 통해 짐작해보기로 했다.

DDP에선 공간의 위계가 사라진다. 1층이 2층이 되고 2층이 다시 지하가 되면서 순환한다. 수직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에만 익숙했던 우리에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다양한 공간은 삶의 질을 높인다. 전에 없던 건물은 다른 형태의 감성을 낳는다. 문화를 둘러싼 천편일률적인 고정 관념을 없애주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건축가 입장에선 지금의 노하우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어려운 공사가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 이정훈(조호건축 대표)

건축물에 있어 시공과 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한다면,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다. 다만 직선으로 이루어진 벽조차 없는 가운데, 과연 뮤지엄으로 쓰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 건물은 내부에 아무것도 없을 때가 가장 돋보이는, 건물 자체로서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외부와 교감하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아쉽다. 현상 설계 당시 자하 하디드를 지지했던 심사위원 다이애나 발모리조차, 완공 후 공공 공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건물 내부와 동대문 상가 등의 외부가 연결되는 완충 지대를 어떻게 확충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김미리(<조선일보> 건축미술 담당 기자)

모든 건물이 유용성과 더불어 역사적이고 도시적인 맥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하 하디드는 오히려 그것들에 맞서 싸우는 건축가다. 사회적으로 공통된 가치나 기준을 추구하지 않고 자기 참조적인 작업을 하며, 건축 기술적 차원에서 한계치에 도전한다. 더 나아가 그로 인해 드러나는 건축의 도발성을 통해 사회에서의 순기능을 지향한다. 그렇기 때문에 DDP의 자하 하디드가 과연 한계치에 도전하고 독창성의 가치에 접근하며 작업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을 뿐이다. 이 건물에선 매너리즘의 흔적이 많이 발견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용도나 맥락과의 싸움 역시 치열하기 보다는 공허한 제스처로 남는 인상이 짙다. DDP는 충분히 하나의 스캔들이지만, 그저 지나가버리는 스캔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 김광수(studio-K-works 소장)

걷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공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의도한 공간이다. 단순히 목적지를 빨리 찾아가는 데 집중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규모가 워낙 큰 까닭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벌어질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관람객의 이동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건축가의 의도대로 건물 곳곳을 즐길 수도 있도록 하는 사인 계획이 필요하다. 프로그램과 사인을 유기적으로 고민하는 데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건축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역사적인 논란을 덮지 않고, 공유하고 비판하며 도약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사실 성곽과 유물을 한데 모아놓은 현재의 방식은 신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성곽과 유물로의 접근성 또한 떨어지므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해야 한다. 건축가가 풀지 못한 숙제를,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선현(디림건축사사무소 대표)

국내에 지어진 건축물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건축물이라 말할 수 있다. 바닥을 제외하면 모두가 곡면인 비정형 건축으로, 건물을 덮은 4만5천여 장의 패널은 단 하나도 똑같지 않게 만들어졌다. 자하 하디드라는 세계 최고의 건축가와 건축사무소의 기술력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DDP는 대지 전체와 건축물 그리고 조경까지 유기적으로 융합이 되면서 하나의 경관을 이루는 랜드 스케이프 건축이라는 측면에서, 건물과 땅이 연결되는 천장에 조성된 녹지대 역시 매력적이다. 그렇기에 안전이나 관리 문제로, 정작 특별한 공간을 즐기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엇보다 공간의 사용처를 정하기 전에 건축물부터 완성한 까닭에, 이 공간을 채우는 몫이 고스란히 남아버렸다. 방법은 파격적인 사고와 발랄한 개방성밖에 없다. 디자인이란 원래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 아닌가. – 구본준(건축평론가, <한겨레신문> 기자)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건축물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꼭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지어져야 했는가는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건 DDP가 서울 시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이다. 시민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공간인 만큼, 평범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참여할 수 있는 강좌나 주말에 놀러 갈 수있는 전시 등 시민이 DDP에 자꾸 찾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면 좋지 않을까. DDP는 앞으로 시민의 세금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 수익기관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적어도 운영비를 충족할 만큼의 수익을 내야 한다. 각종 숍이 들어서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면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겠지만, 자칫 ‘장사’에 골몰하느라 공공프로그램들이 소홀하게 다뤄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전문가들이 이 큰 공간을 채울 소프트웨어를 고민해야겠지만,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잊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건 시민 역시 마찬가지다. – 이은주(<중앙일보> 건축 담당 기자)

에디터
피처 에디터 / 김슬기
기타
COURTESY OF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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