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것. 스키니 팬츠가 호령했던 시즌은 가고 그 자리를 배기 팬츠와 플레어 팬츠가 노리고 있다.

BALMAIN

BALMAIN

 

THAKOON

THAKOON

 

baggy pants

배기 팬츠는 허리 라인부터 힙 라인까지 여유 있게 디자인되고 팬츠 끝단이 좁게 내려오는 팬츠를 말한다. 자루처럼 헐렁하고 여유가 있어 허리나 바지 자락을 턱이나 주름 등을 넣어 졸라 매기도 하는데, 승마용 팬츠의 일종으로 무릎 밑까지는 넉넉하다가 무릎 밑에서 발목까지 꼭 끼는 형태의 조퍼스(Jodhpurs) 팬츠, 발목에 주름을 잡아 꼭 맞게 오므린 하렘(Harlem) 팬츠 등이 배기 팬츠와 이웃 사촌이다.

배기팬츠는 런 디엠씨(Run DMC),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 엠씨 해머(MC Hammer) 등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랩 뮤지션들의 스타일을 완성해준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다(물론 국내에는‘소방차’가 있다). 촌스럽게만 보이던 그 배기 팬츠가 이번 시즌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며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YSL의 스테파노 필라티와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는 하이 웨이스트 라인으로, 랑방의 크리스토프 데카냉이나 이자벨 마랑은 로 웨이스트 스타일로 선보였는데 아무래도 높은 허리선에 벨트까지 한 전자의 경우 긴장감을 주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스트리트적인 여유로움을준다. 허리선이 높건 낮건, 빳빳한 소재이건 후들후들한 소재이건 매치하는 구두는 하이힐이 정답인데, 이유는 배기팬츠의 루스한 실루엣을 매력적으로 살려주기 때문이다.

SALVATORE FERRAGAMO

SALVATORE FERRAGAMO

 

flare pants

플레어 팬츠는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넓게 퍼지는 스타일로 ‘나팔바지’라는 애칭으로 더 익숙하다. 패션 역사상 플레어 팬츠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는 1970년대였다. 이브 생 로랑의스모킹 재킷과 매치된 매끈하게 재단된 플레어 팬츠와 히피 스타일을 완성하는 플레어 데님 팬츠가 공존하며 그 전성 시대를 맞이했던 것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1970년대 스타일에 집중한 이번 시즌, 플레어 팬츠는 당연히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히피 스타일을 코드로 풀어낸 발맹이나 D&G 컬렉션은 프린지나 러플, 패치워크 장식의 플레어 팬츠로 모델들의 워킹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한편 프라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그래픽 패턴의 플레어 팬츠는 만개한 꽃봉오리를 형상화한 듯 아름다웠고, 페라가모나 피터 솜은 시크한 숙녀들을 위한 플레어 팬츠를 제안했다. 장식보다는 테일러드에 집중한 이 화이트 컬러의 플레어 팬츠는 우아한 여름 휴양지 스타일로 아주 멋진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