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OSTE 2026 FW 컬렉션
파리 패션위크 7일차인 3월 8일 일요일 오후 12시 30분. 라코스테 26 FW 컬렉션이 열린 곳은 세계 4대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Stade Roland Garros)이었다. 여러 코트 가운데 결승전이 펼쳐지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는 우천 시 코트를 보호하기 위한 오렌지색 방수 덮개로 덮여 있었다. 쇼는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연기되었습니다(Match postponed due to rain)’라는 장내 안내 멘트와 함께 시작됐다.
라코스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1923년 창립자 르네 라코스테(René Lacoste)가 프랑스 도빌에서 경기를 치르던 중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던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26 FW 컬렉션을 완성했다. 컬렉션의 테마는 ‘워시드 아웃 매치(Washed Out Match)’.
쇼의 오프닝을 장식한 것은 영국의 전설적인 헤리티지 브랜드 맥킨토시(Mackintosh)와의 협업 컬렉션이었다. 허리를 낮게 설정한 로우 웨이스트 디테일과 넉넉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으로 비율을 과감하게 변형한 맥킨토시 코트는 비 오는 날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맥킨토시 특유의 핸드 테이핑과 고무 가공(rubberized) 기술이 그대로 적용된 코트는 실제로 비바람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기능성을 갖췄다.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두 브랜드가 공유하는 풍부한 역사적 DNA가 이번 파트너십에 진정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젖은 듯한 광택의 글로시 나일론(glossy nylon)과 고무 가공된 코튼 스커트가 믹스매치되는 지점에서 극강의 세련미로 발현됐다. 여기에 우천 상황을 스타일리시한 패션 요소로 끌어올린 액세서리도 더해졌다. 우산 손잡이는 악어 머리 모양으로 정교하게 조각되어 브랜드의 상징성을 드러냈고, 앞은 짧고 뒤는 긴 멀릿 레인 햇은 쇼에 위트 있는 리듬을 더했다.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쉬잔 렝글렌(Suzanne Lenglen)의 플리츠 스커트에서 영감을 받은 ‘랑글렌(Lenglen)’ 백 역시 젖은 듯 반짝이는 질감의 나일론 소재로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기능적인 테니스 웨어 요소를 테일러링과 조화시킨 대목에서는 라코스테의 오랜 내공이 느껴졌다. 레이저 커팅 기술로 마감된 미려한 수트는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 ‘Lawn Tennis’나 ‘Slam Open’과 같은 문구가 새겨진 스포티한 탑과 조화를 이루었다. 펠라지아 콜로투로스는 1927년 르네 라코스테가 미국 필라델피아 데이비스 컵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던 영광의 순간을 ‘27 Tournament’라는 레트로 그래픽으로 형상화했다. 또한 1920, 30년대 라코스테 광고와 클럽 로고에서 사용되던 타이포그래피를 티셔츠, 니트웨어, 스카프 등에 적용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이번 컬렉션을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 것은 날씨의 변화를 섬세하게 반영한 컬러 팔레트다. 비에 젖어 한층 짙어진 클레이 코트의 오커(Ochre)와 러스티 레드(Rusty Red), 비 온 뒤의 신선한 잔디를 연상시키는 아가베 그린(Agave Green)이 폭우가 쏟아지는 날의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그레이와 깊은 잉크 블루 컬러와 어우러지며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이번 26 FW 라코스테 컬렉션은 하이테크 소재와 전통적인 럭셔리 소재가 완벽한 합을 맞춘 한 편의 세련된 복식 경기와도 같았다. 투명 플라스틱 레이어, 젖은 듯한 광택의 나일론, 고무 처리된 코튼같은 기능적 소재와 프리미엄 메리노 울, 레이저 컷 레더 같은 정교한 럭셔리 소재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며 매치됐다. 테니스라는 브랜드의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날씨와 환경에 대응하는 우아한 해법. 라코스테가 제안한 이번 스타일은 우리가 왜 여전히 ‘라코스테’에 열광하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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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urtesy of Lacos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