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나이 들 수록, 내향형이 인간이 되는 이유

최수

나이 들면 성격이 변하는 걸까

예전엔 약속이 잦아도 거뜬했는데,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모두 체력 싸움 같습니다. 퇴근 후 약속을 지키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주말 일정이 여러 개 겹치면 괜히 숨이 막히는 것 같죠. 나이가 들수록 사람 만남이 부담스러워지는 데에는 꽤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뀌는 건 성격이 아니라, 에너지 사용법

@lisaalexandraa

내향형과 외향형은 흔히 성격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정확히는 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외향형은 사람과 환경에서 오는 자극을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하고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반면, 내향형은 같은 상황에서도 더 많은 자극을 받아들여 만남 이후 피로를 느끼죠. 중요한 점은 이 자극 처리 방식이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삶의 단계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성격 특성은 성인기 이후에도 서서히 변화할 수 있으며, 특히 외향성은 나이가 들수록 평균적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Psychological Bulletin, 2006). 이는 사람이 소심해져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려는 방향으로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역할이 늘수록 피곤하기 마련이니까

@josefinevogt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많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직장에서는 책임이 늘고, 관계에서는 조율해야 할 감정이 많아지죠. 이럴 때의 만남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하나의 ‘업무’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실제로 감정 노동이 누적될수록 사회적 상호작용 후 피로감을 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Brotheridge & Grandey, 2002).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만나는 자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체력이 아니라 감정 처리 용량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lejladzaferi

심리학의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의 양보다 질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의미 없는 관계보다는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관계를 선택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고, 이미 편안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집중하게 되죠. 이는 사회성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바뀐 결과입니다.

회복을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나이

@rubylyn_

실제 연구에서도 성인기 이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됩니다. 사람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정비할 시간이 필요한 셈이죠.

요즘 만남이 줄었다고 해서 사회성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에너지를 쓸지에 대한 기준이 분명해졌을 뿐이니까요. 따라서 모든 초대에 응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관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는, 누구와 어떻게 연결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시기인 것이죠. 한정된 에너지를 가장 귀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어른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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