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속으로 뛰어든 엄정화와 송승헌

전여울, 이예진

시간을 달려서

스물다섯 해는 세상을 바꾸고, 한 사람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의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그 긴 세월의 기억을 몽땅 잃는다. 그 동화 같은 판타지 속으로 두 배우가 뛰어들었다. 엄정화와 송승헌이 지나갔고 다가올 시간에 대해 말했다.

송승헌이 입은 흰색과 검정 배색 블라우스는 로에베, 팬츠는 페라가모 제품,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엄정화가 입은 버클 장식 스트랩 블라우스는 파투, 쇼츠는 렉토 제품, 사이하이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밑단이 풍성하게 퍼지는 검정 드레스는 자크뮈스, 이어커프는 레포시 제품.

<W Korea> 정확히 10년 만의 재회죠. 2015년 영화 <미쓰 와이프>에서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때 첫인상은 어땠나요?
엄정화 ‘와, 송승헌이다.’(웃음) 데뷔 시기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배우라고 느꼈거든요. 당시 승헌씨가 해외 활동이 한창이었고요. 상대 배우로 만날 거라곤 상상을 못했죠.

그때와 지금의 송승헌, 어떤 변화를 발견하기도 했나요?
배우로서 더 넓어졌다는 느낌이에요. 제 생각에 승헌씨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순간부터 좀 달라지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현장에서 망가지기를 즐겼고 액션 신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성실한 모습은 놀라울 정도예요. 굳이 열심일 필요가 없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이번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는 25년치 기억을 잃어버린 경력 단절의 톱배우 ‘임세라’의 컴백기가 그려져요. 같은 배우로서, 캐릭터의 혼란과 설렘이 낯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전성기 한가운데 있던 ‘임세라’는 뜻밖의 사건으로 기억을 잃고 평범한 일상으로 내려와요. 이후 25년이 흘러 중년 여성 ‘봉청자’로 살아가다 또 다른 사건을 계기로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복귀 여정을 시작해요. 대본을 받자마자 이상하게 ‘이 인물은 진짜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세월 속에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단역부터 다시 시작해 배우로 서려는 집념, 열정이 제 마음을 움직였거든요.

엄정화와 ‘임세라’는 얼마나 닮았어요?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시간이 흐르면 데뷔 초반의 뜨거움이 옅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열정이 점점 진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더 넓어지고, 더 깊어져요.

가죽 블루종은 셀프 포트레이트, 반지는 레포시 제품.

2년 전 <더블유>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지금도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요. 이렇게까지 내가 열정적일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해서 아직도 무대에 서는 게 아닐까요?”
맞아요. 사실 주춤했던 때가 없진 않았죠. 재작년 JTBC <닥터 차정숙>을 만나기 전 4~5년이 저에겐 슬럼프 시기였어요.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있었어요. 제가 영화만큼 드라마에 활발히 참여하진 못했잖아요. MBC <12월의 열대야>는 골수 팬이 생길 정도의 드라마였지만 2004년 방영한 먼 옛날의 작품이고, 이후 오래 작품이 없다가 2014년 tvN <마녀의 연애>부터 다시 드라마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누구나가 좋아하는 작품, 소위 히트작이 없다는 사실에 갈증과 막막함을 느꼈고요. 그러던 중 만난 게 <닥터 차정숙>이었는데, 드라마로 그렇게 큰 사랑을 받아보긴 처음이었어요. ‘난 이제 반짝일 수 없는 건가?’ 생각하며 막연히 기다리던 시기에 찾아온 작품이라 너무 행복했죠.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가 뭐예요?
다음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요. 물론 매번 진짜 괴롭거든요? 지금도 중요한 신을 앞두곤 잠을 잘 못 자요. 잘했어도 모자람을 느껴요. 그런데 저는 그 모든 과정이 어쩔 수 없이 너무 좋아요. 이런 짝사랑이 내 안에서 사라지면 어쩌나 겁도 나고요. 가끔은 제가 결핍 덩어리 같다고도 느껴져요. 연기에 대한 갈증, 훌륭한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고 싶은 갈증이 언제나 있는데 그게 잘 채워지지 않아요. 늘 그것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라며 희망을 갖는 거죠.

어느 인터뷰에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느껴온 결핍을 조금은 해소하게 되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혹시 드라마 보셨어요? 저는 그 작품이 가장 아쉬워요. 물론 결핍이 어느 정도 해소되긴 했죠. 작가님의 책을 받고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너무 좋으니까 너무 긴장한 거예요. 중요한 신에서 제가 상상하며 준비한 만큼 마음껏 표현이 안 나왔어요. 아쉬움이 크게 남았죠.

슬리브리스 드레스는 자크뮈스 제품.

지난 작품들을 보면 유독 ‘욕망하는 사람’을 많이 연기해왔어요.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는 한 남자를, <댄싱퀸>과 <닥터 차정숙>에서는 빼앗긴 꿈을 되찾기 위해 욕망했죠. 돌이켜보면, 왜 이런 인물들이 유독 당신을 찾아온 걸까요?
그런 이야기가 저에게 주어지는 것 같아요. <댄싱퀸>은 실제 저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런 이야기에 끌린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인물들이 저와 아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돌이켜보면 참 신기한 일이죠.

요즘 들어 새롭게 이끌리는 이야기도 있어요?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격정적 사랑보다는,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이야기요. 사실 처음 봤을 땐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원작 소설의 감동을 영화가 다 담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40대가 지나고 다시 봤을 때 정말 통곡을 했어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외로움과 결핍을 채워주며 사랑을 나눴는지 그 감정들이 다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진짜 멋있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번 <금쪽같은 내 스타>는 지나간 세월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그럼 지난날을 돌이켰을 때 시기와 운이 잘 맞았다 싶은 순간이 있을까요?
모든 순간이 그랬어요. 정말로. 시간이 흐를수록 ‘괜히 했던 건 없구나’라는 생각이 커져요. 좀 웃긴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오늘 아침에 마당에 물을 뿌리다가 뜬금없이 2004년 발매한 앨범 을 들었어요. 그런데 막 눈물이 나는 거 있죠. 저의 첫 일렉트로니카 앨범이었는데, 당시로선 꽤 파격적인 시도였어요. 그걸 준비할 때도 무서웠지만, 결과는 더 무서웠어요. 앨범이 쫄딱 망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오늘 그 앨범을 듣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진짜 좋은 앨범이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네.’ 그땐 스스로에게 칭찬 한마디 못해주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참 보석 같은 앨범이라 느껴져요. 정말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선택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요.

엄정화가 입은 벨벳 드레스는 포츠 인터내셔널, 송승헌이 입은 오버사이즈 재킷은 YCH 제품.

보통 사람들은 변화를 무서워하고, 그렇기 때문에 피해요. 그런데 당신은 배우로서든 가수로서든 변화를 회피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왔다는 인상이 있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변화를 좋아하면 돼요. 오늘 아침에 흘린 눈물도 어쩌면 안도의 눈물이었어요. ‘내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안도. 어쩌면 이 나를 지금까지 오게 한 거예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말해요. 변화해야 하는 시기엔 주저하지 말라고. 두려움이 앞서도 안전한 길보다 변화의 길을 택하라고. 저는 변하는 게 좋아요. 연기할 때도 아주 다른 이야기에 끌리고, 그런 작품을 만나면 정말 잘해버리고 싶어요. 그런데 심장이 뛰면서 신나서 할 수 있는 게 언제 주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봐요. 그러면서 많이 부러워해요.

하나 고백하자면 가수 엄정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엄정화의 다음 변신으로 ‘새 앨범’을 기대해봐도 좋을까요?(웃음)
하하. 늘 생각 중이긴 해요. 그런데 자꾸 생각이 바뀌어서 문제예요. 혹시 바라는 게 있어요?

제대로 터지는 엄정화표 클럽 뱅어(Club Banger)를 꼭 듣고 싶긴 합니다.
통했다. 안 그래도 그걸 생각한 적이 있어요. 완전 최고의 디제이들과 협업해보고 싶긴 해요. 일렉트로닉 장르에, 지금 목소리 상태에 맞는 음악이면 좋을 것 같아요.

<금쪽같은 내 스타> 속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25년의 기억을 잃죠. 만약 지금의 당신이 25년 전의 자신에게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넌 25년 후에도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있어. 그리고 25년 후에도 여전히 여자야.’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네요.

오버사이즈 슈트와 슬리브리스 톱은 렉토 제품.

<W Korea> 최근 이런 댓글을 봤어요. ‘송승헌은 방부제 어디 거 쓰나?’
송승헌 하하. 운동을 꾸준히 하긴 해요. 그런데 예전처럼 무게를 치진 않고요. 이젠 거의 습관이죠. 오히려 안 하면 찌뿌둥해요. 아침엔 동네에서 공복 러닝을 뛰고, 점심 먹고 늦은 오후엔 지하에 있는 조그마한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해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독고다이’ 성격의 경찰 ‘독고철’을 맡았어요. 누군가 ‘송승헌은 코믹 연기할 때 진짜 매력적이다’라고 말해 내심 기대 중입니다.
흔히 사람들이 제가 차가울 거라고 짐작해요. 성격상 내성적이고 타고나길 낯을 많이 가려서 낯선 장소에 가면 말이 없곤 해요. 그러다 보면 오해가 쌓이는 거죠. ‘쟤 왜 저렇게 차가워?’ 저는 단지 그 장소가 어색한 것뿐인데도요. 제가 인간관계가 좁고 깊은데, 사실 저를 잘 아는 형이나 동생들 사이에선 거의 장난꾸러기로 통해요. 대중에게 비치는 이미지와 180도 다르죠. 실제 나와 캐릭터 속 나의 차이를 조절하는 게 어렵기도 한데, 또 재미있기도 해요. 아마 코믹 연기를 할 땐 그 둘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누군가는 매력적으로 봐주는 것 같아요.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독고철’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좌천된 경찰이에요. 강력계 복귀를 위해 ‘임세라’의 매니저로 위장 잠입하면서 의도치 않게 그녀의 조력자가 되죠. 마냥 거친 상남자 같지만 허당 같은 면이 있고요. ‘임세라’와 티격태격 다투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며 치유받기도 해요. 최영훈 감독님이 이야기를 굉장히 유쾌하게 풀었지만,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 의지하며 회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류의 서사예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라 찍으면서 오히려 제가 힐링되는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이번 작품은 ‘무장 해제된 송승헌’을 만나볼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요. 맡은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상대 배우인 엄정화에 따르면 현장에서 망가지길 주저하지 않았다고요.
그 점에선 감독님이 완전히 열어주셨어요. ‘하고 싶은 대로 일단 뭐든 해봐. 수위 조절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게 거의 유일한 디렉션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 마음이었고요. 그래서 대본에 없는 것도 신나서 했죠. 정신없이 떠들다 한없이 슬퍼하고, 심각하게 싸우다 웃으며 장난치고. 좋은 의미로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막 연기한 작품 같아요. 그래서 조만간 있을 첫 화 시사가 좀 두렵긴 하지만… (웃음). 이렇게 편하고 재미있는 현장은 참 오랜만이었어요.

셋업 가죽 셔츠와 팬츠는 이자벨 마랑 제품,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작년 개봉한 영화 <히든페이스>는 이번 작품과 결이 정반대인 작품이죠. 에로티시즘 미학을 꾸준히 탐구해온 김대우 감독의 또 하나의 치명적 사랑 이야기였어요. 김대우 감독과는 2014년 영화 <인간중독>에서도 합을 맞춘 적이 있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송승헌 배우가 이제 어깨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거 멋있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이 변화는 무엇에서 비롯한 걸까요?
우선 <인간중독>은 배우로서 제게 분명한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어딜 가든 ‘이 작품을 한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말할 정도예요. 당시 제가 맡은 인물은 남부러울 것 없는 엘리트 장교지만, 부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다 파국을 맞는 인물이에요. 어쩌면 그 캐릭터를 선택하며 처음으로 ‘일탈’을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요. 사실 그전까진 ‘굳이 부도덕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나? 정석적인 바른 사나이면 충분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있었거든요. <인간중독>은 그런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준 작품이죠. 이후 캐릭터 선택의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어요. 그런 전환점을 만들어준 분이 김대우 감독님인데, 시간이 오래 흘러 <히든페이스>로 재회하면서 감독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더 의외의 모습을 꺼내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마 감독님도 그런 점을 봐주신 것 같고요.

<인간중독>처럼 운명적인 작품을 만난 경험 말고도, 배우로서 연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순간이 있었을까요?
7~8년 전쯤이었어요. 연기가 참 재밌구나 느꼈어요. 솔직히 그전까진 어디서 재미를 찾아야 할지 몰랐거든요. 특히 20대 때는 심했죠. 원래 배우를 꿈꾸던 사람도 아니고, 현장에서는 그저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당연히 연습도 안 하고 현장에 가니 혼나고 욕먹는 일이 반복됐고, 촬영장 가는 길이 지옥처럼 느껴졌죠. 수동적이고 시키는 대로만 하고, 그저 ‘돈 버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7~8년 전, 한 팬이 보내준 편지를 읽다가 문득 깨달았어요. 내가 하는 연기와 작품이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그 순간부터 일이 재미있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현장에서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와 의견을 주고받는 일도 너무 즐겁게 느껴졌고요. ‘왜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그렇게 스스로의 전형을 깨고자 한 마음이 있었다면, 유독 요즘 들어 새롭게 관심이 가는 캐릭터나 이야기가 있을까요?
최근 <금쪽같은 내 스타> 제작진과 대화하다 호스트 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어요. 호스트 바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누군가는 “한번 써보죠”라며 맞장구를 치더니 저에겐 신참 호스트 역할이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웃음). 농담으로 시작한 대화였지만, 사실 저는 늘 그늘진 자리에 있는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누군가에게 기생하고, 비열하고, 찌질한 인물 말이에요. 그런 식의 망가짐이 있는 캐릭터라면 재미있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켓 장식 셔츠는 이자벨 마랑 제품.
포켓 장식 셔츠는 이자벨 마랑 제품.

<금쪽같은 내 스타>를 다시 얘기하자면, 이번 작품은 지나간 세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혹시 지난날을 돌이켰을 때 배우로서 시기와 운이 잘 맞았다 싶은 순간이 있을까요?
안 그래도 운과 시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배우란 직업을 가진 이후로 더 그렇죠. 이 일을 하다 보면 노력만으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순간도 많다고 느껴지거든요. 주변에서 연기자가 되고 싶은 친구가 있으니 봐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으면, 단 한 번도 선뜻 ‘해보세요’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웬만한 각오로는 버틸 수 없고, 시험처럼 벼락치기로 통과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니까요. 제 지난날을 돌아보면 우연히 ‘스톰’ 카탈로그를 촬영한 것과 MBC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데뷔한 순간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내가 가진 것, 준비한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 운이었던 거죠. 그 운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금쪽같은 내 스타>는 빛나는 ‘스타’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스타들에겐 유독 많은 오해가 뒤따르기도 하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배우 송승헌에게 갖는 흔한 오해는 뭘까요?
착할 것 같다?(웃음) 제가 어디 가서 MBTI 얘기를 잘 안 꺼내는데, 결혼 정보 회사에서 받아주지도 않는다는 ISTP예요. 게다가 혈액형은 B형이고요.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최악의 조합이라며 도망을 가요(웃음). 그런데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관심 없는 일엔 누가 뭐라 해도 요지부동이고, 죽어도 빈말은 못하고, 무심코 던진 말이 괜히 오해를 사기도 하고요.

그럼 인간 송승헌에 대한 진실 세 가지는 뭘까요?
첫째, 술을 좋아하지만 굉장히 약하다. 맥주 2캔이면 금세 취해요. 요즘 꽂힌 게 있는데요. 밤에 씻기 전 캔 2개를 냉동실에 넣어놔요. 20분쯤 지나면 살얼음이 딱 기분 좋게 낀 상태가 돼요. 그걸 마시면 바로 만취해서 그대로 잠에 들어요(웃음). 둘째, 친한 사람들에겐 장난꾸러기로 변한다. 짓궂은 농담이 주특기죠. 셋째, 게임을 좋아한다. 배틀 그라운드를 하다 졸음이 밀려와 자연스럽게 잠드는 순간이 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포토그래퍼
최나랑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엄정화), 황난(송승헌)
헤어
조미연(엄정화), 김현진(송승헌)
메이크업
정수연(엄정화), 도영(송승헌)
어시스턴트
나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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