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생기 있는 청춘, 남자 배우 다섯 명

권은경, 전여울

재능과 매력으로 365일 봄을 피울 새 얼굴들. 우리의 시선 끝에 포착된 지금 가장 생기 있는 청춘들이자 <더블유>의 눈이 가려낸 남자 배우 다섯 명에게서 흥미로운 오늘과 밝은 내일을 본다.

이채민

나이 : 2000년생
인스타그램 : @l.c.m____
출연작 : 넷플릭스 <하이라키>(2024),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2023), tvN <일타 스캔들>(2023), KBS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2022), tvN <하이클래스>(2021) 등.

기다란 재킷은 알렉산더 맥퀸, 스코츠, 슈즈는 베르사체 제품.
셔츠, 데님 재킷은 발렌티노, 타이는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

상위 0.01%의 소수가 질서이자 법으로 군림하는 명문 고등학교에 비밀을 품은 전학생이 입학하며 벌어지는 열여덟 청춘들의 사랑, 우정, 복수의 이야기. 올해 공개를 앞둔 <하이라키>는 우리가 학원물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담은 작품이자, 동시에 지금 스크린계에서 떠오르고 있는 가장 신선한 얼굴을 그러모은 작품이다. 노정의, 김재원, 지혜원 등으로 이뤄진 파릇한 캐스팅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뮤직뱅크>에서 38대 ‘은행장’으로도 활약 중인 배우 이채민이다. 특유의 잔머리와 눈칫밥으로 배드민턴 실업팀 막내 생활을 이어가던 ‘이치훈’(<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전생을 기억하는 고고학 교수 ‘강민기’(<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연기한 그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하이라키>에서 서사의 열쇠를 쥔 전학생이자 해사한 미소 뒤 비밀을 간직한 인물 ‘강하’로 분한다. 웃는 얼굴 아래 복수를 향한 벼린 도끼를 품은 캐릭터를 통해 이채민은 그만의 명과 암을 동시에 펼칠 예정이다.


190cm다. 침대에 누우면 발이 빠져나오는 게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어릴 때부터 쓰던 침대를 아직도 쓰는 중인데 빨리 돈 벌어서 바꿔야겠다(웃음).

배우의 꿈
어릴 때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선생님이 국어책 읽기를 시키면 발발 떨며 읽을 정도로 무대공포증이 심한 성격이었다. 배우는 나와는 영 거리가 먼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학창 시절을 보내던 고3 시절, 도전이라도 해봐야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즉시 연극원 입시를 준비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두려움을 비집고 점점 즐거움이 차올랐고, 입시 막판엔 온전히 즐기며 연기할 수 있었다.

<뮤직뱅크> MC가 되며
2022년 9월부터 MC를 맡고 있다. 실은 MC를 맡기 전까진 K팝에 대해 거의 몰랐다. 처음엔 낯섦과 두려움이 앞섰는데 지금은 온전히 즐기며 하고 있다. 다소 간질간질한 대본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부끄럼을 느끼는 한계치도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웃음). 내 안의 어떤 벽이 허물어졌다. 이런 경험이 고스란히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돌파구가 된 순간
2022년 <너에게 가 는 속도 493km>에서 극 중 배드민턴 실업팀 ‘유니스’의 막내 ‘이치훈’을 연기했다. 전형적인 ‘요즘 막내’로 선배들에게 꾸지람을 들었다고 풀 죽는 일 없이 매사 당당하고 장난기 넘치는 잔망스러운 캐릭터였다. 당시 감독님이 ‘이치훈’의 매력과 실제 나란 사람의 캐릭터가 상호적이라고 판단하곤 이런 디렉션을 주신 기억이 있다. ‘평소 너대로 재미있게 막 해봐!’ 그때 용기를 얻고 ‘아니면 말고’란 생각으로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연기를 해보았다. 애드리브도 망설임 없이 던졌다. 이때를 기점으로 평소 나를 가두려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기는 나를
에너지 있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것 같다. 원래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꺼렸는데 이제는 그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만약 배우란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평생 낯가리는 사람으로 남았을 것 같다. 잠재된 에너지라든지 이 직업이 나의 많은 것을 깨워준 듯하다.

<하이라키>의 기억
올해 공개되는 <하 이라키>에서 ‘강하’를 연기하며 첫 주연을 맡았다. 철저한 계층 구조로 돌아가는 한 고등학교에 전학생으로 입학하는 캐릭터다. 얼핏 순진무구하고 해맑은 미소를 띠지만 내밀한 비밀을 품은 인물이다. 이번 작품을 연출한 배현진 감독님과는 2022년 <환혼: 빛과 그림자>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촬영 당시 다음 작품에서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귀띔해주셨는데 감사하게도 정말 재회하게 됐다. 평소 디렉션을 잘 흡수하면서 융통성 있게 작업하는 나의 모습을 좋게 봐주셨다고 했다. 내 얼굴을 마음에 들어 해주시기도 했고(웃음). <하이라키>는 아무래도 첫 주연으로 참가하는 작품이다 보니 설렘보다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뭐든 처음을 좀 어려워하는 성격인데 촬영 회차가 거듭되면서, 또 또래 배우들과 서로 응원해가며 으쌰으쌰 작업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

두 이병헌
배우 이병헌, 영화감독 이병헌의 엄청난 팬이다. 소극적이기만 했던 학창 시절 연기에 정면으로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을 서게 한 작품도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한 <미스터 션 샤인>이었다. 또 이병헌 감독님의 폭넓은 연출 방식도 좋아한다. 완전한 코믹 청춘물인 영화 <스물>부터 대사, 인물, 연출 모두 흥미로웠던 <멜로가 체질>도 재미있게 봤다. 언젠가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꼭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쉬는 날엔
농구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코트에 나간다. 아니면 피아노를 친다. 취미가 피아노라 말하면 다들 놀란다. 음주가무를 즐길 것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술도 담배도 잘 못한다. 은근히 모범생처럼 자랐다. 최근엔 패션에 취미를 붙이려고도 노력 중이다. 옷 하나를 사면 교복처럼 매일 입고 다니는데 올겨울에도 패딩 한 벌을 90일 중 87일은 입은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자주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다니기 때문이다(웃음).

지금 가장 몰두하는 고민
올해 정한 목표가 있다. 어제를 되돌아봤을 때 조금 더 성장한 오늘을 보내도록 하기. 하루하루 열심히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몰두하는 요즘이다. 다행히 기운이 좋다. 평소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 초 일본 여행 당시 한 사찰에서 ‘대길’이라 적힌 운세 종이를 뽑았다. 올해 시작이 좋았다.

진호은

나이 : 2000년생
인스타그램 : @jinhoeun_
출연작 : tvN <마에스트라>(2023), 왓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22),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디즈니+ <3인칭 복수>(2022), tvN <별똥별>(2022) 등.

재킷은 프라다 제품.
울 소재 재킷과 팬츠, 슈즈는 프라다 제품.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 이영애 앞에서 내내 거만하고 삐딱한 기운을 내뿜는 오케스트라 단원. 진호은은 <마에스트라>에서 7회차에 사망해 퇴장했지만, 무언가 대단한 미스터리가 있는 듯 없는 듯했던 그 드라마에서 진호은이 새긴 ‘빌런’의 얼굴은 출연 분량 그 이상으로 선명했다. 진호은은 제법 야심가다. 그가 일찍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패기를 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특정 목표를 세워두면 그게 오히려 한계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그저 자신이 거쳐 가는 경유지가 많길 원한다. 그건 탁월한 배우로 향하는 길에 지름길을 찾기보다 자신의 쓰임새를 톡톡히 치르고 그 대가와 결과로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에 다다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닐까? 짐작하자면 말이다. ‘만나게 될 감독과 작가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테지만, 다만 내가 전보다 더 농익은 상태로 만나길 바란다’는 말에서는 이상하게도 그의 절박함과 모종의 여유가 동시에 느껴진다. 지금 진호은은 박상영 작가의 히트 소설을 영상화한 <대도시의 사랑법>을 촬영하며 배우로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스스로를 감지하고 있다. 그의 감이 틀렸을 것 같지는 않다.

<대도시의 사랑법>
요즘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이 원작인 퀴어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 법>을 촬영 중이다. 소제목을 지닌 몇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식이라 감독님도 네 분이나 되는데, 나는 그중 표제작인 ‘대도시의 사랑법’ 편에서 규호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극본을 쓴 박상영 작가님은 리딩 작업 때도 함께했고, 배우들과 같이 게이 클럽에 가보기도 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촬영하면서도 ‘이거,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하는 감이 온다. 한석규, 김서형 선배님과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경험하면서 ‘내가 이제 배우로서 한 발짝 내디딘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또 한 번 그런 느낌을 강렬하게 받고 있다.

첫 오디션의 기억
오디션을 위해 <슬기 로운 감빵생활>을 준비하던 신원호 감독님을 만났을 때, 내가 어떤 대사를 읊은 후 감독님이 물었다. “연기를 얼마나 배웠니?” “4개월요.” “그래 딱 4개월 정도 배운 연기 같네.” 감독님은 웃으면서 유머러스하게 말하셨지만, 나는 부끄러웠다. 내가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빈 것 같아서. 그 오디션을 계기로 반성하고 정말 ‘제대로’ 이 길을 가보겠다고 다짐했다.

작품을 앞두고 나는
작품 준비 과정에서 대본을 보며 입 밖으로 대사를 뱉는 식으로 연습하진 않는 편이다. 사전에 대사를 많이 내뱉을수록 내가 표현해본 연기 버전으로만 미리 고착화되는 것 같아서다. 대신 마음속으로 여러 버전을 생각해두고 촬영장에선 의식하지 않은 채임한다. 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과 내가 맡은 인물에 대해 계속 글을 써보기도 한다. <마 에스트라>를 앞두고는 김봉주라는 인물이 어떻게 악단에 들어오게 됐을지, 악단 내에서는 어떤 위치이며 지휘자나 악단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일지 등등을 상상하며 썼다. 막상 극에 실제로 드러날 정보는 아니더라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 촬영장에서 갑자기 생기는 상황에 대응할 때 더욱 그 캐릭터다운 연기가 나올 수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그간의 글을 모은 폴더가 하나씩 생기는 셈인데, 나만의 전유물 같기도 하다.

자극을 준 두 영화
왓챠피디아에 별점을 매겨놓은 작품이 400편 정도 된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작품을 봤는지, 어떤 장르에 끌리고 취향은 어떤지 내 나름의 통계를 알 수 있어 유용하다. 높은 별점을 준 영화로는 <이터널 선샤 인>, <인셉션>, <결혼 이야기>, <위플래쉬> 등이 있는데, 사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바로 저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게 만든 작품은 한국 영화 두 편이다. 나의 롤모델이기도 한 류준열 선배님이 출연한 <글로리데이>, 또 최우식 선배님이 출연하고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거인>. 두 작품은 가끔 다시 감상하면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

양궁 수업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양궁부 학생 중 하나로 출연했다. 4개월 동안 주 4일을 6~7시간씩 연습했고, 양궁 선수들과 진지하게 훈련하며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작품에서 내가 활 쏘는 장면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웃음).

베스트 프렌드
<지금 우리 학교는>에 같이 출연한 배우 로몬과는 중학생 때부터 친구 사이다. 나에겐 모든 걸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가족 같은 존재다. 그런데 내가 곧 이사를 간다. 한 동네에서 12년 정도를 붙어 살다가 처음으로 떨어지게 되어 요즘 기분이 이상하다. 이틀 전에도 집 앞에서 잠깐 만나 얘기 나누고 포옹했는데… 왜 이렇게 애틋하지?

배우가 아니었다면
영화 의상 관련 일을 했을 것 같다. 원래 꿈은 패션 디자이너였다. 부모님이 의류 쪽 일을 하셔서 영향을 받기도 했는데, 여전히 디자이너들의 시즌별 컬렉션을 눈여겨볼 정도로 관심이 많다. 그래서 매거진 작업도 많이 해보고 싶다! 요즘 특히 눈길이 가는 브랜드는 꾸레쥬. 자크뮈스, 마르지엘라도 좋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선 렉토를 좋아한다.

‘목표’보다는 ‘과정’
지금으로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완의 청춘’인 진호은을 작품으로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하지만 배우로서 딱히 목표를 세우진 않는다. 목표를 세워두면 그게 한계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저 나에게 많은 과정이 있길 바란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면 결과가 생길 것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거쳐 가는 경유지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를 쓸 감독님이나 작가님이라면 언젠가는 나를 찾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인연과 만날 타이밍이 되었을 때 내가 늘 전보다 농익은 배우가 되어 있길 바랄 뿐이다.

차우민

나이 : 2000년생
인스타그램 : @ _imnnin
출연작 : 티빙 <스터디그룹>(2024), U+모바일tv <밤이 되었습니다>(2023), 웨이브 <약한영웅 Class 1>(2022), 웹드라마 <플로리다 반점>(2021) 등.

하이넥 재킷, 포켓 디테일의 팬츠는 페라가모, 슈즈는 코스 제품.
집업, 줄무늬 셔츠, 가죽 타이는 보테가 베네타 제품.

평화롭던 유일고등학교, 그곳에서 종료가 불가능한 의문의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강제로 게임에 참여하게 된 2학년 3반 학생들은 한 순간에 사투장으로 변한 학교에서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는데 그곳에서 유일고 부동의 서열 1위로 시종 무시무시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인물, 바로 ‘고경준’이 <밤이 되었습니다>에서 차우민이 연기한 인물이다. <밤이 되었습니다>가 넷플릭스로 스트리밍되며 큰 주목을 받은 차우민은 2021년 퀴어 웹드라마 <플로리다 반 점>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서울에 갓 상경한 풋풋한 스무 살 청년 ‘서해원’과 동정의 여지 없이 투명하게 잔인하기만 한 캐릭터 ‘고경준’ 사이의 간극을 헤아리면 앞으로 그에게 돌아갈 작품과 배역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을지 기대하게 된다. 배우 이전 인간 차우민을 그렸을 때 단숨에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요즘 친구’. 차우민은 2000년생 여느 또래와 다를 바 없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빠진 루어 낚시, 본인을 생활체육인이라 소개할 정도로 오랜 취미로 다져온 운동, 품종까지 따지며 즐기는 커피, 최근 빠진 위스키의 신세계까지. 그와 유구한 취미의 역사부터 올해 공개 예정인 기대작 <스터디그룹>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에 진심인 편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수영, 유도 가리지 않고 전부. 그렇다고 운동부는 아니었는데 친구들 사이에선 ‘쟤는 무조건 체대 가겠지’로 통하던 애였다. 고2 때 갑자기 연기한다고 하니까 친구들 반응이 ‘응? 네가?’일 정도였다. 배우가 되고 지금 소속사에 들어와 ‘운동 금지’를 당한 게 좀 속상하다(웃음). <밤이 되었습니다>의 노출 신이 화제가 된 적 있는데, 그것도 1년 넘게 운동하지 못한 몸 상태였다. 이전엔 훨씬 벌크업 상태였다.

배우의 꿈
워낙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많으면 하루에 5~6편씩 몰아서 봤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를 좋아하는데, 그가 연출한 <세븐>과 <파이트 클럽>이 인생 영화다. 틈만 나면 영화를 봤으니 어릴 땐 막연히 ‘나도 저 화면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중학생 때 장래 희망을 기입하는 난에 영화 포스터 제작자라 적은 기억도 있다.

첫 데뷔작
2021년 퀴어 웹드라마 <플로 리다 반점>으로 데뷔했다. 서울에 갓 상경한 풋풋한 스무 살 청년 ‘서해원’ 역을 맡았다. 동성연애를 소재로 한다는 장르적 부담은 일절 없었다. 배우로서 맞이하는 첫 데뷔작이라는 부담만 있었다. 첫 현장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난 아무것도 몰랐구나’란 사실. 완전히 얼어버린 기억이 있다. 그땐 프레임 안에서 자유로울 방법을 몰랐다. <플로리다 반점> 촬영이 종료됐을 땐 ‘튜토리얼이 끝났구나’란 기분이었다. 당시엔 현장이 곧 학교였는데 배울 곳이 사라졌다는 아쉬움도 들었던 것 같다.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
책을 좋아한다. 소설, 철학, 사회과학까지 장르 가리지 않고 두루 읽는다. 많으면 한 달에 6권 정도로, 궁금하면 무조건 읽어봐야 하는 성격이다. 촬영 작품에 접근할 땐 소설을 읽을 때 쓰는 루틴을 그대로 적용하는 편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화자의 생김새나 목소리가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대본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자연스레 배역과 닮은 다른 매체의 인물이 떠오르면 그를 레퍼런스로 삼는다. <밤이 되었습니다>의 ‘고경준’은 일본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의 ‘바쿠고’를 레퍼런스로 만들어간 인물이었다. ‘바쿠고’는 성격 자체는 의로우나 포악하고 거친 면이 있는, 흔히 말하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캐릭터다. ‘고경준’도 극 중 유일고등학교의 서열 1위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인물이라 ‘바쿠고’의 기질에서 여러 가지를 길어온 기억이 있다.

붕괴와 고독
<밤이 되었습니다>의 ‘고경준’을 연기할 땐 ‘붕괴’를 키워드로 잡았다. 유일 고등학교에서 오랜 시간 서열 1위로 군림했지만 극 중 마피아 게임이 시작되며 잘 세워둔 탑이 한순간에 바스라지는 경험을 하는 친구였다. 반면 올해 공개되는 <스터디그룹>의 ‘피한울’을 연기할 땐 ‘고독’을 키워드로 접근했다. 조폭 수장의 아들로 나오는 ‘피한울’은 이미 붕괴된 곳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인물이다. 둘 중에서 고르자면 ‘피한울’이 좀 더 나와 비슷한 인물이라 느껴지긴 한다. 나도 어떤 면에선 외로움이 친숙하고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철학자 중에서도 ‘침묵 속에 살아라’며 고독이 주는 자유를 강조한 쇼펜하우어를 좋아한다.

지금을 있게 한 말들
한창 오디션에서 떨어질 무렵 아버지께 들은 말이 있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다 찔러봐야 아는 법이다.” 부산 사나이인 아버지로부터 가장 크게 위로받은 기억이다. 이때부터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다. <밤이 되었습니다>의 임대웅 감독님껜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우리는 광대다. 보는 사람이 즐거우려면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이 한마디를 들은 후부터 비로소 현장에서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다.

슬기로운 ‘덕질’ 생활
취미 부자인데 여태 나를 거쳐 간 취미의 역사가 꽤 유구하다. 우선 루어 낚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들인 취미다. 그 어린 나이에 매일 새벽 4시에 혼자 낙동강에 가서 낚시하다 등교했다. 성인이 돼서 빠진 덕질은 커피다. 국내에 전체 원료가 10kg 미만 들어올 정도로 희귀한 레전더리 게이샤란 품종이 있다. 재작년 부산 영도에 있는 카페에 그 품종이 소량 들어왔다고 들어 당일 바로 서울에서 부산행 티켓을 끊은 기억이 있다. 한 잔에 2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예닐곱 잔 마셨다. 그리고 가장 최근 빠진 건 위스키.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특히 좋아한다. 부나하벤 12년이 ‘최애’ 위스키다.

김윤우

나이 : 2000년생
인스타그램 : @wells_entertainment
출연작 : 넷플릭스 <경성크리처>(2023), MBC <연인>(2023), tvN <이로운 사기>(2023), 플레이리스트 <미미쿠스> 등.

칼라 디테일이 돋보이는 셔츠, 쇼츠는 모두 에르메스 제품.
진주 버튼이 특징인 셔츠, 플리츠 스코츠, 포켓 디테일의 삭스, 슈즈는 루이 비통 제품.

‘단단함’이란 단어는 김윤우 그 자신이나 그가 최근 연기한 캐릭터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목소리로 세상을 매혹하는 조선 최고의 소리꾼이자 한 사내를 미련할 정도로 열렬히 연모한 ‘량음’(<연인>)부터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군으로부터 조선인을 지키려 분투한 학도병 ‘최군’(<경성크리처>)까지. 모두 내면 깊숙이 흔들리지 않는 닻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김윤우와 그를 통과해 스크린 속 살아 숨 쉬었던 인물들 사이엔 묘한 교집합이 드리운다. 대화 상대를 응시하는 흔들림 없는 고요한 시선, 신중하지만 끝내 확신을 담아 내뱉는 대답. 어쩌면 그가 ‘량음’과 ‘최군’을 만난 게 단순히 우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예감은, 직접 그와 대면해 인터뷰를 나눈 자리에서 느꼈다. 지난해 <연인>과 <경 성크리처>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낸 김윤우는 최근 들어 다시 ‘다지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잘 꿰맨 첫 단추를 손에 쥐고, 그는 여태 그랬듯 다시금 연기에 진중히 다가서는 중이다.

배우 이전에
원래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를 꿈꿨다. 누군가를 위해 땀 흘려 도와주고 난 후 짓는 그들의 보람찬 표정을 보며 동경심을 품은 기억이 있다.

어릴 적 나는
말수가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누군가 말을 걸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그런 성격으론 평생 재미없게만 살 것 같았고, 무엇보다 ‘나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에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그렇게 고3 시절 연기 학원에 등록했는데 예상과 달리 연기가 너무나 적성임을 깨달았다. 우선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평소 생각이 너무 많아 그에 잠식당하곤 했는데 연기할 때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딱 3개월 입시 준비를 하고 대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입시 당시엔 서울과 학원이 있던 경기도를 매일같이 오가는 생활을 해야 했다. 6시 반까지 학교에 등교해 출석 체크를 한 다음, 바로 버스를 타고 경기도로 떠나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 정도로 절실했고 연기가 즐거웠다.

나를 두드린 영화
한창 나 자신에게 답답함을 느끼던 때였다. 남들에게 의사 표현을 당당히 하고 싶은데 매번 그러지 못해 자책할 때. 그때 헌혈을 하고 티켓을 구해 본 영화가 <럭키>였다. 배우 유해진 선배님의 첫 단독 주연영화였는데, 스크린 너머 선배님의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얻은 기억이 있다. 선배님이 내뿜는 밝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에너지가 너무 멋지고 그걸 보면서 ‘아, 저거다’ 싶었다.

‘량음’과의 만남
<연인> 오디션 당시 김성용 감독님이 나를 보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량음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 시간이 지나 감독님께 그 말의 뜻을 물은 적이 있는데 “모르는게 나아. 그리고 나도 뭐라고 말로 표현 못하겠는데, 하여튼 그런 게 있어”라고 답하신 기억이 있다(웃음). 사실 ‘량음’은 쉽지만은 않은 인물이었다. 우선 예인이다 보니 판소리부터 승마, 활쏘기, 만주어를 단시간에 익혀야 했다. 또 남자를 연모하는 면도 가져 연기할 때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목숨을 건다’는 면에선 나와 상당히 닮은 인물이기도 하다. <연인>은 여러모로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앞으로 배우 인생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지 비로소 알게 되고, 신을 대하는 자세부터 현장 스태프들과 프로페셔널하게 협동하는 방식까지 배운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인물로부터 배우기
<연인>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장현’을 연모하며 10년 가까이 옥에 갇혀 있던 ‘량음’에게 한 사내가 찾아와 ‘이장현’의 실체에 대해 묻는다. ‘이장현’이 다시 자신을 찾아올 거라 믿으며 수년을 견디다 머리가 백발로 하얗게 세어버린 ‘량음’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말한다. “이장현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허면 이장현이 어찌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 마음이 너무 놀라웠다. 수년간 옥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던 자신의 처지보다 연모하는 한 사람의 안녕이 훨씬 중요했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량음’이 보여준 강인함은 이후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만의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잘 잡고 있자.’ ‘량음’에게 얻은 교훈이다.

오디션에서
비슷한 피드백을 자주 듣는다. “윤우 씨 고유의 색이나 아우라가 있어요. 그걸 잘 지켜갔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꽤 여러 번 들어서 언제 한번은 “혹시 그건 어떤 건데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그냥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였다. 초반엔 그 말에 의문점을 가졌는데, 이제는 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들의 말처럼 그저 ‘나의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나고 싶은 배역
훗날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배우로서 단단해졌을 때 이중성을 띤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남들 앞에서 행동이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데, 파격적인 계략을 꾸미는 인물이라든지. 사이코패스도 좋다.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줄 배역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에게
진국이란 소리를 많이 듣는다. 평소 고민 상담도 자주 해주고, 완전히 의리파다. 최근에는 16년 지기 친구가 직원으로 있는 레스토랑에 아르바이트생이 사정상 출근을 못한다 들어 한달음에 달려간 적이 있다. 그 친구 혼자 일하기엔 너무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서. 다행히 손님분들이 많이 알아봐주셔서 그날 가게 매출이 꽤 올랐다 들었다(웃음).

의외로
엄청난 대식가다. 음식 철학은 ‘한끼를 먹어도 제대로 된 걸 먹자’. 주 종목은 샌드위치다. 샌드위치라면 손에 집히는 대로 다 먹을 수 있다(웃음).

김재원

나이 : 2001년생
인스타그램 : @rlawodnjs
출연작 : 넷플릭스 <하이라키>(2024), JTBC <킹더랜드>(2023), tvN <스틸러: 일곱 개의 조선통보>(2023), tvN <우리들의 블루스>(2022), 영화 <드림메이커>(2021) 등.

줄무늬 셔츠, 타이, 브리프, 팬츠는 돌체앤가바나 제품.
체크무늬 베스트와 팬츠, 슈즈는 구찌 제품.

남녀 주연 배우 캐스팅만으로 시작 전부터 아시아 대륙의 주목도는 웬만큼 담보되었던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의외의 시선을 붙든 이는 김재원이었다. 선배를 향해 다정하고 곧은 지지를 보내던 남자는 금세 화면의 공기를 따뜻하게 바꿔놓곤 했다. 시각적 매체인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움직이는 배우의 모든 조건은 어쩔 수 없이 시각적 요소로 작용한다. 10대 때 수영과 펜싱을 한 김재원의 크고 긴 몸집, 동글동글한 눈 덕분에 그의 인상은 부드럽게 듬직하다. 여기에 연기를 위해 무언가를 덧붙이기 보다 덜어낼 생각을 할 줄 아는 명민한 신인 배우란 여러 감독과 작가가 눈여겨볼 만한 대상이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차승원의 고등학생 시절 역할로 잠시 등장한 그가 기억에 남았듯이 말이다. 올해 공개될 넷플릭스 시리즈 <하 이라키>에서 김재원은 극의 배경이 되는 주신고 서열 1위이자 주신그룹의 후계자, 리안 역을 맡는다. 이제는 <킹더랜드>의 부드러움을 배반할 그의 흥미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나의 시작
고등학생 때 연극 공연을 통해 연기를 접한 후, 자연스럽게 연극학과로 진학했다. 10대 예고생들에겐 학교에서 하는 연극 활동이 첫 공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와 친구들 모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임했다. 관객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거리에서 ‘라이브’로 연기하고 있다는 점에 가슴이 뛰었고, 그렇게 연기에 반한 기억이 난다. 준비 과정에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할 것만 같지만, 커튼콜 때 박수받는 그 찰나의 희열과 인정받는 기분이란. 방송 드라마나 영화 연기는 편집을 통해 결과물이 완성되는 형식이지만, 이젠 그런 구분을 지을 필요 없이 연기를 좋아한다. 처음의 그 가슴 떨림을 간직하고 있어서 계속 연기하는 게 아닐까?

한때는 모델
키가 크고 주변에서 모델을 권유해 에이전시에 들어갔지만, ‘나는 진정으로 모델을 하고 싶은가’ 곱씹어보면 자신 있게 답할 수가 없었다. 모델 활동에 대한 조사나 깊은 고민 없이 시작해 우월할 수도 없었고, 그 직업을 사랑하지 않는데 잘되고 싶다는 건 무리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운동을 오래 해 허벅지 근육도 있는 편이어서 슬림한 체형을 만드는 일이 힘들기도 했다. 그러다 내가 ‘연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방향을 튼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MBTI로 치면 ‘100퍼센트 E’에 해당하는 아이였다. 운동회를 앞두고 ‘계주 주자를 뽑는다’ 하면 재빨리 손들고,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는 자주 MC를 맡았다. 내게 특출난 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목받는 건 좋았다.

기억에 남는 말
<킹더랜드> 감독님이 ‘네가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순간 딱 로운이 같았다’라고 해주셨다. 너무나 감사했다. 이준호, 임윤아 선배님 등과 출연한 <킹더랜드>에서는 배우들끼리 친해진 그 분위기가 연기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는데, 감독님의 말씀 덕분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하이라키>의 시작도 기분 좋았다. 오디션 때 내가 맡은 리안이라는 인물의 대사가 주어졌다. 대사를 읽은 후 감독님의 반응은 ‘되게 잘하네?’

“나 너 좋아. 나 가져. 아님 널 주든지.”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차승원 선배님의 아역으로 출연했을 때, 이정은 선배님의 아역을 맡은 심달기 배우가 나를 향해 뱉은 대사다. 현실에서 상대방에게 이런 ‘센’ 말을 들으면 뭐라 대처하기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달기 누나의 연기는 정말이지 ‘은희가 어릴 때 바로 이런 모습이었겠다’ 싶게끔 설득력이 있었다.

운동과 나
운동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스트레스 심할 때 10분 정도 밖에 나가 걷기만 해도 스르르 풀리는 편이다. 모델 생활을 하기 전에 수영 선수 준비를 했고, 이후에는 펜싱을 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가는 종목이 있으면 그걸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잘하고 싶은 성격이다. 우리 회사에 축구팀이 있는데, 다른 회사 팀들과 같이 경기하며 어울리기도 한다. 올해 공개될 <하이라키>에서도 내가 운동하는 신이 꽤 나올 것 같다.

상처받을 때
나는 정말 진심이고, 100퍼센트를 쏟아부으며 헌신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을 때. 상대에게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나만 진심인가?’ 싶어 왠지 모르게 서운하다. 멜로_ 아직 몇 작품밖에 하지 않았지만, 듬직한 인상이거나 지켜주는 느낌의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 멜로 작품을 만날 때 마음이 편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아예 갈피를 못 잡겠는 기분은 아니니까. 다섯 살 차이 나는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누나를 통해 자연스럽게 무언가 터득하는 점도 있어서, 멜로물에 필요한 포인트를 어렴풋이 아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누나는 아직까지 내가 배우로 활동하는 데 딱히 큰 관심을 보이진 않는다(웃음). 참고로 우리 남매 둘 다 100퍼센트 ‘T’다.

지금, 내가 아는 연기
끝도 없는 것. 너무 재밌는데, ‘재밌다, 그런데 어렵다’의 무한 반복이다. 다만 한 가지 아는 건, 뭔가를 하고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가까운 상태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화가 난 연기를 위해 애써 화난 표정을 짓기보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을 때처럼. 특히 멜로 물에서는 그런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킹더랜 드> 촬영 중 그 깨달음을 크게 얻은 일화가 있다. 고원희 선배님과 함께하는 신에서 내가 어떤 눈빛을 보내는 얼굴을 했을 때는 감독님이 NG를 냈는데, 가만히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때 OK가 났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래, 이거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다. 멜로물에서 굳이 멜로를 자아내려 하는 건 뻔해서 재미도 없고, 담백해야 한다는 것을.

포토그래퍼
박배(진호은), 채대한(차우민, 김윤우, 김재원), 김신애(이채민)
패션 에디터
김현지, 신지연
헤어
홍현승(이채민, 진호은), 신도영(차우민, 김윤우, 김재원)
메이크업
유혜수(이채민), 김신영(진호은), 안세영(차우민, 김윤우, 김재원)
어시스턴트
박성은(이채민), 박채린(차우민, 김윤우,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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