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세례를 받아 마땅한 배우 6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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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세상 속에서도, 영화는 계속되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영화계의 축제를 앞두고 지금 마땅히 꽃가루 세례를 받아야 하는 남자 배우 여섯 명이 먼저 레드카펫을 걸었다. 이들이 지난해 우리에게 선물한 연기 세계는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2021년에 나온 영화 중 상당수는 팬데믹 기간에 촬영되었다. 그래서인지,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가 꽤 많았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파워 오브 도그>에는 부패하고 복잡한 가족 관계가 묘사되어 있다. 영화 속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집안을 이끄는 권위적인 가장인 형은 동생과 결혼한 과부 커스틴 던스트를 교활한 방식으로 괴롭힌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애덤 드라이버, 자레드 레토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야망이 넘치고 섹시한 한 가족과 그들의 패션 왕국을 다룬다. 배우이자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벨파스트>에서 가족의 끈끈함을 그려 깊은 울림을 준다. 한편, 2021년 할리우드가 발굴한 최고의 신예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 <리코리쉬 피자>에 실제 가족과 함께 캐스팅된 알라나 하임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틸다 스윈턴과 그녀의 딸인 오너 스윈턴 번은 영화 속에서도 역시 모녀 사이로 등장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이 자가 격리를 거치며 촬영을 이어간 끝에 완성된 영화들은 긴밀한 혈연관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견고함과 확신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 밖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여럿 있다.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벨파스트>, <돈 룩 업>, <리코리쉬 피자>, <나이트메어 앨리>, <파워 오브 도그> 등의 출연 배우를 비롯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을 소개한다. 모두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이들이야말로 날로 번창하는, 활력 있고 매력 넘치는 글로벌 영화 가족의 주축임에 틀림없다.

셔츠와 팬츠, 보타이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Andrew Garfield 앤드루 가필드

<틱, 틱… 붐!( Tick, Tick…Boom!)> “<틱, 틱… 붐!>에서 제가 연기한 인물은 뮤지컬 <렌트>로 사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극작가 조너선 라슨이었어요. 그의 유작인 뮤지컬 <틱, 틱… 붐!>은 라슨이 삶에서 느껴온 답답함을 표출하기 위해 제작한 원맨쇼나 다름없죠. 또 그가 평소 듣던 째깍대는 시곗바늘에 대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 소리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그는 알고 있었지만, 제가 느끼기에 그는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라슨은 뮤지컬 <렌트>의 프리뷰 공연 바로 전날 밤, 겨우 35세에 심장마비로 죽었어요. 당시 프로듀서들이 너무 예지적이라며 <틱, 틱… 붐!>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잘라낸 대사가 한 줄 있죠. ‘가끔 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 요절하는 이들의 경우, 그들의 에너지가 세상에 더 크게 남겨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라슨의 영혼이 우리에게 더 오랫동안 머무르도록 할 수 있어 영광이었죠. 그는 말 그대로 예술의 전사예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인가?
그렇다. 특히 뮤지컬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을 사랑한다. 손드하임은 라슨의 멘토였다. 그리고 손드하임에게 난생처음으로 대마초를 피우게 한 사람이 라슨이다! 파티에서 대마초를 건넸다는데, 정말 웃긴 일화다.

극 중 노래 부르는 장면에선 해방감을 느꼈을 것 같다.
물론! 여태 제대로 노래를 해본 적이 없어서 조너선처럼 우주에서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리에게 놓인 인생은 짧다’는 메시지를 상기시키는 기묘한 힘이 담겨 있다.

드레스는 Gucci 제품.

재킷과 베스트, 셔츠, 타이, 팬츠는 모두 Gucci 제품.

Jared Leto 자레드 레토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하우스 오브 구찌(House of Gucci)> “<하우스 오브 구찌>의 촬영 첫날,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채로 세트장에 들어선 기억이 나요. 그날 그 유명한 파올로 구찌의 구찌 로퍼를 신을 수 있는 영광을 얻었죠. 전 파올로 구찌의 다양한 면모를 존경하는데, 특히 그가 큰 꿈을 꾸었고 인생을 춤추듯 살았던 점이 좋아요. 촬영 당시 그 인물에 깊게 빠져 있었기 때문에 세트장에서 알 파치노가 분한 아버지 알도를 보고 재빠르게 다가가서 ‘파파!’라고 불렀죠. 정작 그는 제가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저리 꺼져’라는 식으로 대답하고는 반대 방향으로 가버렸고요. 속으로 생각했죠. ‘차갑고 거리를 두는 아버지 역을 하시려나 보군!’ 누군가 그에게 ‘알, 자레드예요’라고 알려주고 나서야 저를 돌아보고는 바닥을 한 번 친 다음 두 손을 들고 말하더라고요. ‘내 아들, 세상에!’ 뭐랄까, 너무 감동적이었죠. 그 순간 ‘이거 잘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스쳤어요.”

가장 좋아하는 알 파치노의 작품은?
영화 <뜨거운 오후>. 하지만 이 작품 외에도 그의 연기에 실망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 그가 나를 공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기세가 정말이지 맹렬했다. 두려워서 몸이 덜덜 떨렸지만 참 아름다운 연기였다.

턱시도와 셔츠, 타이는 모두 Hermes, 모자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Jamie Dornan 제이미 도넌

<벨파스트(Belfast)>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감독 케네스 브래너의 유년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영화예요. 저는 여기서 아버지 역을 맡았죠. 대본을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난 아직 젊은데? 아버지 역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실제로 저에겐 아내와 세 딸이 있는데, 영화 속 아이들은 실제 제 자녀들보다 나이가 많아요. 제가 이 영화의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의 아버지를 연기한다는 걸 알고는 기분이 좀 나아졌지만요. 저 또한 벨파스트에서 자랐기 때문에, 벨파스트가 이번 영화에 참여한 저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벨파스트>는 노동자 계급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감상적인 영화다. 당신은 어떤 영화를 볼 때 눈물이 흐르는 편인가?
영화 <필라델피아>를 볼 때마다 운다. 언젠가 친구들을 불러 다 함께 이 영화를 봤는데, 시작 전에 내가 모두에게 티슈를 나눠줬다. 한참 눈물을 흘리는데 친구들은 마른 눈으로 우는 날 뚫어지게 쳐다본 기억이 있다.

에디 레드메인, 앤드루 가필드와 비슷한 시기에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친구 사이이기도 한 그 둘과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
우리는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끔 같은 역할을 두고 오디션을 보기도 하는데, 그럴 땐 서로 준비하는 걸 도와주기도 한다. 각자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좋은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당신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바라는 능력은?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갖고 싶다. 최근 벨파스트 위를 나는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

헤어&메이크업ㅣJoanna Ford(@the Wall Group)

파마자 셔츠와 팬츠는 Marni, 슈즈는 Proenza Schouler × Birkenstock 제품. 모자와 선글라스는 본인 소장품.

파마자 셔츠와 팬츠는 Marni, 슈즈는 Proenza Schouler × Birkenstock 제품. 모자와 선글라스는 본인 소장품.

Jonah Hill 조나 힐

<돈 룩 업(Don’t Look Up)> “<돈 룩 업>을 촬영하기 전부터 애덤 매케이 감독의 팬이었어요. 그는 현대적인 걸작이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되어야 마땅할 영화 <스텝 브라더스>를 만들었으니까요. 그런 그가 메릴 스트립을 어머니라 부를 수 있는 역을 제게 맡기고 싶다고 청하다니! 코로나19로 모두가 집에 갇혀 있을 때였고, 당시 전 외로움과 지루함에 허덕이고 있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우울할 수가’라는 생각에 한창 빠져 있었죠. 무엇보다 ‘재미’의 가치를 다시금 고민하게 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그저 ‘우리 모두 그냥 웃어야 해!’라는 생각뿐이었달까요. 록다운 기간 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이 영화에 함께 출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보스턴에서 함께 살기로 했어요. 레스토랑에는 갈 수 없으니 한집에 살면서 영화나 잔뜩 봤죠.”

영화 <돈 룩 업>에서 당신은 대통령의 아들 역을 맡았다. 그것도 버킨백을 드는!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슈트를 입지만 어머니를 흠모하는 캐릭터라 버킨백을 들었다. 보통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선망하는데, 내가 맡은 역이 어머니를 그토록 숭배하는 게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극 중 항상 어머니에게 ‘완전 록스타야’라고 말하거든. 정말 대단하지 않나?

당신의 첫 작품은 영화 <슈퍼배드>였다. 광고 전단 등에서 본인 이름을 보게 된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나?
맞다. LA의 레스토랑 ‘캔터스 델리’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슈퍼배드>의 옥외 광고가 내 쪼끄마한 아파트 바로 위에 걸려 있었다. 매일 캔터스 델리에 샌드위치를 사러 갈 때마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랐는데, 내 얼굴이 붙은 광고판이 그 가게 바로 앞에 떡하니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와, 이제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겠구나’ 하는 기분이었지.

코트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츠는 Raf Simons, 셔츠는 Thom Browne, 양말은 Falke, 슈즈는 Church’s 제품. 타이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Jude Hill 주드 힐

<벨파스트(Belfast)> 북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유년기를 담은 영화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7개 부문에 그 이름을 올렸다. 1960년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뒤흔든 폭력의 중심에서, 2010년생 배우 주드 힐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버디’ 역을 맡았다. 그리고 이 영화로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에서 ‘신인상’,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에서 ‘체어맨 뱅가드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벨파스트>에서 감독 케네스 브래너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물론이죠. 그의 열혈 팬이에요. 영화에 캐스팅됐을 당시 이게 꿈은 아닌가 매일 볼을 꼬집어본 기억이 나요.

연기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계기는?
다섯 살 때쯤 마블 영화를 봤어요. 그 후로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죠. 마블 못지않게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이기도 했는데 케네스 브래너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말 놀랐어요. ‘<해리포터>에 나왔던 배우다!’

LA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 들었다. 이곳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 있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쥐라기월드 놀이기구를 탄 거요! 물에 완전히 젖었는데 진짜 재밌었어요.

베스트와 팬츠는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제품.

Kodi Smit-McPhee 코디 스밋 맥피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대형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파워 오브 도그>. 영화는 등장인물 사이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서사를 그리며 ‘서부극의 탈을 쓴 심리 스릴러’라 평가받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2개로 최다 부문에 이름을 올린 <파워 오브 도그>에는 유약하고 상처 입은 한 소년, 코디 스밋 맥피가 등장한다. 올해로 만 25세, 코디 스밋 맥피는 이 영화로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당신의 별자리는?
쌍둥이자리다. 그 이름 그대로 내 안에 두 명이 공존한다. 별자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쌍둥이자리 아니랄까 내가 매우 우유부단하다는 것만큼은 알 것 같다. 무언가 선택할 일이 있으면 온종일 고민하는 편이라.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누군가가 내게 일러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꼼짝도 못한다.

하지만 연기자로서는 결단력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 여덟 살에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비고 모텐슨과 영화 <더 로드>에 출연한 것이 열 살 때였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연기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학교에 안 가도 되니까였다.

스타를 만나 반한 적이 있나?
드물긴 하지만 최근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만났다. 평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이거든. LA에 처음 와서 페어팩스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던 시절, 그는 내 영웅이었다. 정말 여러모로 멋진 사람이다.

틱톡에서 춤을 춘 적이 있나?
없다. 내 안에는 틱톡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이런 피야말로 미래에 정말 값진 피가 될 거다. 새로운 가상화폐가 될지도 모른다.

헤어ㅣAli Pirzadeh(@CLM) 메이크업ㅣDaniel Sallstrom (@MA+ Group)네일ㅣMichelle Saunders세트ㅣGary Card(@Streeters)

포토그래퍼
Tim Walker
스타일리스트
Sara Moonves
Lynn Hirsch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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