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을 떠나는 버지니 비아르, 그의 유산을 돌아보자

윤다희

20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떠난다

버지니 비아르가 샤넬을 떠납니다. 1987년, 샤넬의 인턴사원으로 하우스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비아르. 1997년-1998년에 오뜨 꾸뛰르 스튜디오 디렉터 자리를 맡고, 2019년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습니다. 샤넬의 전 디렉터였던 칼 라거펠트가 그를 “내 오른팔.. 그리고 내 왼팔”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능력은 출중했죠. 라거펠트는 그의 마지막 피날레에서 비아르와 함께 인사를 전하며 후임자에 대한 스포일러를 하기도 했습니다.

칼 라거펠트가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면, 버지니 비아르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죠. 비아르의 디자인에는 구매 욕구를 샘솟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가 샤넬의 매출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던 이유는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들을 선보였기 때문인데요. 지금 샤넬의 트렌디하고 젊은 이미지는 비아르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현재 비아르의 후임으로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비아르가 남긴 유산을 먼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Chanel Cruise 2020
Chanel Cruise 2020

버지니 비아르의 데뷔쇼는 2020 크루즈 컬렉션이었습니다. 컬렉션의 룩은 이전 샤넬보다 웨어러블한 디자인이 가득했죠. 특히 러플 디테일의 셔츠와 레이어드한 트렌치 코트에서 미니멀하지만 섬세한 비아르만의 터치가 느껴집니다.

Chanel womenswear Spring/Summer 2022

2022 S/S 컬렉션에선 샤넬의 새로운 아이코닉한 백, 22백이 등장했죠. 심플한 수영복에 무심하게 든 커다란 퀼팅 백이 쿨하네요.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룩의 톤을 블랙& 화이트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버지니 비아르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토록 우아하고 여유로운 여름 룩은 수많은 패션 피플들에게 영감을 줘 샤넬은 22백을 대중들의 눈에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죠.

Chanel Womenswear F/W 2022-2023

트위드가 돋보인 이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의 트위드에 대한 경의를 표한 이 컬렉션은 쇼장마저 트위트 패턴으로 물들었습니다. 그의 세련된 감각은 하우스의 시그너처인 트위드 소재를 신선하게 재해석했는데요. 룩에 스타일링 한 두꺼운 울 컬러 스타킹이 귀여운 포인트가 됩니다.

Chanel Autumn/Winter 2020.
Chanel Haute Couture AW23

버지니 비아르로 디렉터가 바뀐 후 있던 가장 큰 변화는 모델입니다. 다양성을 중시했던 버지니 비아르는 다양한 모습의 모델을 기용했는데요. 2020년 FW 컬렉션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던 한국인 모델 신현지가 23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아시안 최초로 샤넬의 클로징을 단독으로 장식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죠.

Chanel Haute Couture Spring/Summer 2024

2024 S/S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하우스의 앰배서더 마가렐 퀄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마가렛의 런웨이 오프닝은 비아르의 영민한 선택이었죠. 발레를 주제로 한 이 컬렉션과 무용수 마가렛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습니다. 버지니는 “내게 있어 춤이란 전하고 다시 말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내 마음에 가까운 모든 이야기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라 전하며 사넬과 무용의 오랜 인연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네요.

Chanel Cruise 2020
Chanel Haute Couture Spring Summer 2019

버지니 비아르의 마지막 컬렉션은 2024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이에요. 오는 25일 파리에서 열리는 이 컬렉션에서 버지니 비아르의 샤넬은 막을 내리고, 하우스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버지니 비아르와 샤넬의 새출발이 기대되는 요즘이군요.

샤넬
Courtesy of Chanel, Getty Images, james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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